자기와 맞는 운동이 있는 걸까?
의도를 하지는 않았지만 요가원에서 웃지 못할 일이 자주 생긴다. 그와 오랜 기간 동안 수련을 한 요가녀들은 선생님 특유의 말투를 척척 알아듣고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이제 겨우 막 시작한 난 때때로 큰 웃음을 그들에게 선물한다.
선생님의 명확하지 않은 설명을 어리버리 잘 못 알아듣고 홀로 버퍼링 중인 몸뚱아리 때문에 스스로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지금은 웃으며 매일 요가를 하고 생기 있는 오전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사실 이 일은 이번 생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면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웃지 못할 요가 사건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요가를 다시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바야흐로 거의 25년 전 이야기다.
20대 초반, 아~주 젊었을 때 난 쇳덩이 보다 더 뻣뻣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 왜 요가원을 등록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허나 몇 번의 수업후 몸이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으니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운동 = 요가'가 되었다. 그 당시 몸매만 요가하는 몸매였다. (지금과는 다르게 연약하고 말랐었다. 정말이다. ㅎㅎㅎ) 난 요가에 '요'자 근처도 가지 못하고 이 통증을 왜 참아야 하는지도 모른 체 이 운동을 지속할지 말지 한참 고민 중이었다.
나의 최고 유연함은 허리를 굽힌 손이 무릎아래로 약간 내려오다 말 정도였다. (어느 누구나 다 가능한 묘기). 다리 벌리기는 90도가 최대치였다. 민망하기 그지없는 유연성을 적나라하게 내보이며 요가문을 뒤로한 채 쓸쓸히 떠나고 싶은 마음을 매일 5분 단위로 먹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수업도중 꾹꾹 칼로 찢는 듯한 복통을 느끼고 동시에 음식물이 목구멍으로 역류해 올라왔다. 수업도중 뙤굴 뙤굴 굴렀다.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허리를 숙인 채 뛰쳐나와 근처 가정의학과를 급하게 갔다. 그때 난 맹장이 터진 줄 알았다. 맹장인지 위장인지 구분도 못하는 나였다. 위하고 장에 가스까지 차서 그 날리 법석을 친 거였다. 간호사가 운동을 하게 되면 위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그러니 산이 더 분비된다고 했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운동 전에는 가볍게 먹던지(한 시간에서 30분 전) 해야 한다. 포만감 날만큼의 식사를 하고 운동을 바로 가면 안 된다. 새파랗게 젊었을 당시 난 그것조차도 몰랐다.
안 그래도 몸뚱이가 이 토록 뻣뻣할 수 있는지 매일 감격하고 충격을 먹고 있던 차에 이 웃지 못할 사건까지 터져 요가원은 영원히 내 머릿속에 '출입금지 구역'으로 저장된다. 철조망에 적혀있는 '진입금지' 구역 말이다. 두 번 다시 요가는 쳐다 보지도 않았다. 아니 볼 수 없었다. 항상 거리를 두었다. 먼 거리. 하고 싶은 운동 리스트에도 역시 요가는 없었다. 그래서 진정으로, 영원히, 굿바이 요가 했다.
지금 와서 보면 어릴 적(젊었을 적) 난 내가 잘하는 것만 하고 싶어 했던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끈기는 당연히 없고 쉽고 빠른 길만 좋아했다. 성격도 급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그들은 참고 인내한다. 성숙하고 영리하다. 그 인내심과 열정 그리고 버티는 끈기로 요가를 끝까지 마스터해 내더라. 통증을 견디는 그들을 보면 존경심이 저절로 마구마구 뿜어져 나온다. 나이는 상관이 없다.
세월이 흐를 동안 난 여러 종류 운동을 하다 말다 했다. 그나마 PT를 1년 정도 했다. 그다음 필라테스를 쉬었다 하다를 반복하며 1년 정도 했다. 여기서 신의 한 수. 필라테스였다. 난 필라테스 예찬론자다. 기구 필라테스를 더 좋아한다. 필라테스 역시 재활 전문 선생님을 운 좋게 만났고 또 기존에 PT를 일 년 넘게 한 덕분에 운동 자세 틀이 많이 잡혔다.
운동을 잘한다는 말이 아니라, 방법과 요령, 근육 어디를 써야 한다는 정도를 남들보단 쉽게 알아듣는 편이다. 예를 들면 무릎이 안 좋을 땐 어디에 힘을 싫어야 하는지, 허리에 무리를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랫배와 골반을 끓어 당겨 중립을 취하는 요령 같은 것. 그리고 운동을 할 때 자세와 움직이고자 하는 부위를 머릿속에 미리 그려 그 부위에 힘을 실고자 노력하면 그 근육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정도.
필라테스가 왜 신의 한 수인가 하면, 기구 필라테스 덕분에 요가를 다시 시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구 필라테스를 하면서 항상 요가와 비슷한데 왜 난 요가에 대한 거부반응이 이렇게 심한지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다. 두 운동은 비슷하기도 하지만 다른 운동임은 틀림없다.
한국 와서 필라테스를 찾아 헤매다 마치 피티보다 더 강도 높은 한국형 필라테스를 맛본 후 화들짝 놀랐다. 근접할 수 없는 한국형 필라테스 단체 운동은 나를 넉 다운시켰다. 그리하여 이참에 요가를 다시 시도해 보자라고 결심했다. 이전 그 기억을 묻어 둔 채 난 용기를 내어 한번 '그냥 해보지 뭐~'라는 생각으로다가 말이다. 난 쭉 쭉 늘어나는 늘림이 간절했고 근처 요가원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현재 요가를 하는 데 있어서 기존에 찔끔찔끔거렸던 운동들이 찰지게 도움된다. 선생님이 어정쩡하게 말로 풀어 설명을 하면 대충 어디에 힘을 써야 할지는 알 것 같다. 특히 일 년 동안 개인 피티와 필라테스 수업을 받은 효과가 있다.
애매한 요가원에서 스쿼트도 하고, 국민체조도 한다. 피티다. 이때 나의 진까는 발휘한다. 선생님이 잔소리할 여지가 없을 만큼 모양새가 잡혀 있기 때문이다. 유연한 늘림과 거리가 먼 몸뚱이는 신이 나서 정열적으로 따라 하다가 그다음 날 근육통 때문에 끙끙 앓아눕기도 한다. 체력은 여전히 거지 체력인가 보다.
어느 운동을 하는 데 있어 기본 움직임과 지식은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가원에서 나이 드신 분들이 갑자기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와서 운동 후 더 다치는 경우를 보게 된다. 특히 허리 부분. 허리는 요가를 하는 데 있어 척추를 세워야 하는 동작과 후굴, 전굴등에 많이 사용되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복근, 엉덩이, 허벅지 힘도 길러야 한다.
어쩌다 '요가금지녀'였는데 매일 요가하는 인간이 되고자 노력 중이고 이 운동과 좋은 인연을 맺어 쭉 가고 싶은 소망을 이곳에 조심스럽게 풀어 담아본다.
by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