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에게 애정이 생겼다.
누가 보면 정말 엄청 대단한 요가수업을 듣는 줄 알겠다. 난 동네 스포츠 센터에서 60세 이상 나이 드신 분들과 함께 애매한 요가를 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 요가가 나와 찰떡궁합처럼 잘 맞아 홀딱 반했다. 나는 나이 드신 분들 사이에서 이쁨(?) 받으며 잘 지내고 있다. 자뻑인가..
매일 요가를 가는 것이 몸에 베이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가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한다던지 혹은 아침마다 요가 가는 날이 기대되고 행복해 죽을 것 같아 라는 '이상한 열정'을 품지는 않았다. 단지 새로운 습관을 이렇게 몸에 담을 수도 있구나 정도 알아차렸다.
사실 매일 이른 아침 두 남자를 각자 삶의 터전으로 보낸 뒤 폭닥한 요 밑에서 따뜻한 레몬차가 아닌 커피와 고구마를 먹으며 12월부터 구독 중인 '종이신문'을 느긋하게 읽고 싶다. 오죽하면 요가를 가지 않는 토요일과 일요일이 기다려졌다. 마치 직장인처럼.
이토록 토요일과 일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한국 와서 2년 동안 난 꽤 여유로운 한국 주부 삶을 살아보았다. 편리한 점이 무척 많았다.
무슨 말이냐면, 15여 년 동안 호찌민에서 아침잠 많은 내가 아침을 차리고 도시락 2개와 과일, 그리고 과자 스낵팩을 각각 쌌다. (새벽 운동하는 아들과, 아침밥을 꼭 먹어야 하는 아침형 남편이었다. 결혼하고 알았다. 땅을 치고 울었다.) 코로나 터지기 전까지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거의 기계처럼 움직인 것 같다. (덕분에 운동하는 자녀를 둔 엄마를 두말 않고 존경하게 되었다.) 아이 학교 드롭까지가 나의 오전 업무였다. 기진맥진해서 항상 오전 10시까지는 집에서 쉬었다. 집안일을 싫어하면서도 난 진심으로 치열하게 살림을 했다.
그게 나에게 주어진 일임을 진작에 받아들였다면 아마 즐겁고 이쁜 살림을 살았을 것 같다. 그 당시 내가 왜 그곳에서 그렇게 살림을 살고 있는지 잘 몰랐다. 내 머릿속에 난 항상 일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었고 엄마, 아내역할을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진심 아둔 했다.
지금은 이 자리가 감사하다.
다행히 한국 와서 학교버스와 급식은 내 인생의 쾌재를 불러왔다. 에헤라 디야~ 날아갈 듯이 행복했다. 까짓 거 아침밥만 차려주면 된다. 새벽 6시 기상은 동일 하지만 오전 7시부터 온전히 내 시간이 주어졌다. 2년 동안 한국 적응도 할 겸 딩가딩가 했다. 중간에 잠깐 일도 했지만 곧 다 때려치우고 나무늘보처럼 생활했다. 뭉그적, 뭉그적~~ (그런데 적성에 안 맞더라.)
다시 '운동을 해야겠다'라는 마음을 먹었다. 왜 요가를 이른 오전 시간에 선택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아! 이제 기억났다. 아이 여름 방학중 오전 늦잠 자는 시간에 다녀오기 위함이었지.) 여름방학 끝난 지가 언젠데 여전히 난 마치 직장인과 동일하게 매일 출근하듯 다니고 있다. 출근하면 돈이라도 벌지... 반대로 돈을 매달 꼬박꼬박 정기적으로 납입하면서 말이다.
이른 아침 시간을 도시락과 아이 학교 드롭이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20여 년 만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으으윽 아아아‘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쫀쫀한 레깅스를 입고 탄탄한 상의를 착용한다. 남편과 아이를 위해서는 기계처럼 움직이던 몸이 나를 위해서는 움직이고자 하는 눈꼽만큼의 열정도 힘도 없었다. 괴성은 몸을 움직이기 싫은 나의 마음과 이성이 서로 부딪혀 절로 나오는 소리다. 참 요란하다고? 그래도 생각을 없애는데 꽤 효과 적이다.
옆에서 코코는 '저 집사 또 시작이군' 하며 시크한 얼굴로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구경 중이다. 그것도 매일 아침 집사를 구경한다.
습관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는 최소 3달 동안 (100일 정도) 반복적인 행위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에 그 어떤 이유도 달지 않고 무조건 믿었다. 그냥 책을 믿었다. 환경을 조성한 뒤 동기를 부여하고 그 습관이 자동화가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반복했다. 생각과 마음을 무시했다. 그 둘을 무시하면 간단했다. 몸을 일으키고 옷을 입고 집 밖을 그냥 나갔다. 영하 17도 바람이 춥다기보단 이 추운 날에 내가 요가를 간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찬바람이 반가웠다. 마스크 위 눈으로 느껴지는 그 차가움이 설레었다.
스스로 동기 부여하기가 애매했다. 눈앞에 보이는 두터운 뱃살과 옷장에 고이 모셔둔 M사이즈 레깅스를 목표로 했다. 요가도 요가지만 정신 건강을 되찾고, 나도 일반인처럼 일상을 느껴보고 싶었다. 우울함에 젖은 일상이 아닌 멀쩡한 기분을 가진 일상 말이다...
요가를 시작할 때 즈음 장기 복용 중인 호르몬제 부작용으로 편두통이 종종 찾아왔다. 불규칙한 식습관, 가공된 패스트푸드가 편두통을 더욱 부추겼다. 나무늘보 생활을 청산하기로 마음먹었다. 나태한 생활 덕분에 부종도 심해졌다. 혈액순환은 물론 자다가 쥐도 자주 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란 인간 총체 난국이었다.
제일 먼저 눈 뜨자마자 따뜻한 레몬차를 마셨다. 매일 아침 큰 머그컵에 라떼를 한가득 내려 먹던 습관을 그냥 버렸다. 그것도 하루아침에. 아니 요가를 가야 해서 오전에 커피를 마실 수 없었다. 속 쓰림이나 우유 때문에 배가 아플 것 같았다. 이전 트라우마 때문에 운동 전 잘 안 먹는다. 거의 공복상태로 운동을 한다. 레몬차 한잔만 딱 마시고 요가를 다녀온다.
요가를 하면서 낯설지만 내 몸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를 알아 가는 과정 같다.
대형마트에 가서 레몬과 토마토 당근 고구마를 대량으로 구입했다. 레몬은 베이킹 소다와 식초를 넣고 빡빡 문질러 씻은 뒤 뜨거운 물에 살짝 담갔다 뺐다. 동글동글하게 자른 뒤 종일 건조기로 말렸다. 온 집안이 레몬 향으로 가득 찼다. 왠지 모르게 상큼한 냄새만으로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뭔가 나를 위해 또 가족을 위해 값어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기분도 들었다.
이렇게 요가 덕분에 난 풍성하지만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요가가 점점 좋아졌다.
고구마, 당근은 생으로 먹기 시작했다. 그냥 잘라서 식탁에 놓고 과자가 생각나거나 배가 허출할 때 집어 먹었다. 당근이 그토록 달콤한 야채인지 처음 알았다. 생고구마는 최애 음식이다. 남편도 잘 먹는다. 퇴근 후 남편은 씻기도 전에 식탁에 놓여 있는 당근을 먼저 한 조각 집어 먹는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한다. 가족모두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다.
남편과 아이가 야채를 먹는 모습을 보며 들었던 생각은 ‘다 나 하기 나름이었어....?' 였다. 안먹을줄 알았다.
나의 역할은 이 집에서 그저 식모인 줄 알았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남편과 아이는 나를 믿고 내가 해준 음식을 먹었다. 난 마치 독재자가 된듯했다. 그런데 기분이 좋았다. 역시 나란 인간은 내가 원하는 데로 무언가가 되었을 때 신이 났다. 내가 통제할 수 있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정리 이외에 살림도 추가되었다
우선 난 요가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두유와 맥반석 계란을 한 개에서 두 개를 먹는다. 삶은 계란도 먹는다. 두유는 당류 뺀 것을 구입했고 맥반석 계란은 집에서 밥솥으로 직접 만들었다.
내가 하는 애매한 요가는 열량 소비가 많지 않다. 격한 움직임보단 주로 스트레칭이 많은 편이고 느긋한 편이다. 한 동작에 오랫동안 머무는 요가다. 그렇다 보니 크게 허기지거나 죽을 만큼 배가 고프지 않다. 단지 고통스러운 땡김과 당김을 항상 달고 살뿐이다.
점심은 가볍게 먹을 때도 있고 챙겨 먹을 때도 있다. 가볍게 먹을 때는 요플레와 생야채 견과류 그리고 호밀빵에 계란과 토마토를 얹어 먹는다. 챙겨 먹을 때는 아래 사진처럼 야무지게 챙겨 먹는다.
밥을 먹을 때는 탄수량을 최대로 줄였다. 아보카도, 낫도, 닭가슴살, 야채, 토마토, 버섯. 양념은 들기름과 발사믹 식초 그리고 간장. 맛있다~~ 먹는 습관을 이렇게 바꾸고 나서 달라진 점은 혀와 입안에 감각이 너무 예민해졌다. 바깥 음식, 과자, 라면 등을 많이 못 먹는다. 어쩌다 먹으면 집에 와서 물을 종일 들이킨다.
매일 요가가 습관처럼 몸에 착 달라붙고 있다면 함께 시작한 식습관 역시 나의 삶 속에 정착되고 있다. 과자와 간식은 주로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먹는다. 주말에 과자를 사러 일부러 마트에 간다. 이때는 그 무서운 중학생도 따라간다. 자기 최애 과자 매운 새우깡을 사기 위해서다. 라면과 자장면 떡복이 순대도 주말에 먹는다. 이번주에 비빕면을 해 먹었다. 비빔면에 야채를 듬뿍 넣어 먹었다.
좋은 습관을 내 생활의 일부로 만들고 자동화 하기 위해서는 반복 횟수가 중요하다는 말을 요즘 피부로 느끼는 중이다. 음식과 운동 덕분에 만성 후두염이 좀 덜해졌다. 맨발로 집안을 돌아 다니고 몸에 움직임이 재 빨라졌다. 가벼워진 느낌이랄까.
나의 요가 실력이 어떤 상태인지 도통 알 수는 없지만 드디어 돌돌이 레깅스를 입었다. (6화에 돌돌이 요가복 내용 있어요) 그 미듐사이즈 말이다~. 돌돌 완전히 말리지는 않고 윗부분만 살짝 말린다. 입을만하다.
이 맛에 매일 아침 괴상한 소리를 내며 힘겹게 레깅스를 입고 난 요가를 간다. 미듐 레깅스가 동기 부여가 될 줄 꿈에도 몰랐다. 다음 목표는 윗부분조차도 말리지 않기!!! (될지 모르겠다.)
요가를 하면서 생활에 많은 변화가 찾아온 것 같다. 특히 식단까지 실행한 덕분에 나의 뱃살이 쬐금 쬐금식 사라지고 있다.
그럼 뱃살이 좀 없어졌으니 앞으로 숙이는 전굴이 좀 더 잘 되냐고?
아니~~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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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