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인정한다는건 참 어려운일.
꾸덕꾸덕한 날씨.
꾸물꾸물한 마음.
꾸리꾸리한데 착 가라앉은 '나'.
갈팡질팡 망설이는 이유는 호찌민에서도 혹시나 했다.
몇 달이 지나고 나서 쨔쟌 하고 나타났다.
"언니, 혹시 브런치에 글 올리는 거 언니죠? 언니 맞죠?"
뜨.... 아.... 머리를 쥐어 뜯으며 홀로 집에서 괴성을 질렀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는데 쥐구멍이 없어 못 숨었다.
대신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부탁했다. 뭐 나름 그녀는 나와의 약속을 잘 지켰다. 무척 고마웠다.
좁디좁은 교민사회..
코로나 덕분에 숨어 지냈고 도망치듯 탈출했다.
지금 현재 반복되는 데자뷔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꾹꾹 마음을 삼켜버렸고 묵묵히 일상을 매일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머릿속인지 마음속인지 허연 안개가 자곡이 찹찹하게 내려앉아 있다.
쓰고 싶다. 쓰고 싶다. 하지만 나를 내보이고 싶지 않다. 상극된 두 마음이 상충되어 눈알이 뱅글뱅글 돌 것 같다. 그들이 나를 몰랐으면 좋겠다.
왜?
난 혼자가 좋으니까.
난 혼자이고 싶으니까.
나에 대해 질문을 한다.
어디 사는지.
이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지금은 무엇을 하는지.
아이는 몇 살인지.
아이는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난 지난 나의 과거 직업을 말하고 싶지 않다.
아이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지 않다.
어디에 사는지도 역시 알리고 싶지 않다.
나의 삶은 사실 자주 주목을 받는다. 그게 불편하다.
난 그냥 요가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싶다.
요가에 대한 내용만 배우고 싶다.
몸을 어떻게 쓰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부상이 없는지.
난 정말 요가에 대해서만 말하고 읽고 배우고 그렇게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냥 요가에 집중만 하고 싶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분명 내가 이상한게 맞긴 한것 같다.
내가 선택한 요가원은 이 지역에서 꽤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원장이 적극적으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며 운영 중이다. 행여 글이라도 노출이 될까 불안하다. 글쓰기가 망설여진다. 아니 그래서 사실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겁장이처럼.
난 그곳에서도 이방인으로 지내고 싶다. 홀로이고 싶다. 나만의 공간을 지키고 싶다.
이기적인 나.
저아래 마음 한 구석에서 나에게 외치는 말: 그럼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지.
그럼 그곳에 등록을 하지 말았어야지.
하지만 첫 상담 후 의욕만 앞선 마음에 학원 분위기를 살피지도 않고 덜컥 결제를 해버렸다. 사람은 차분해야 한다. 신중해야 한다. 알면서 같은 실수를 매번 반복하는 나.
나란 여자.
한달동안 수업을 들어보니, 요가원 분위기는 가족 같은 분위기. 난 정말 큰 실수를 했다.
만약 내가 일반 회원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난 일반 회원이 아니다. 어쩌지... 이중적인 마음이 갈팡질팡한다. 겉과 속이 다른 나. 속이 시커먼 나.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방법이 없다. 난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걸까? 그냥 요가만 잘 배우고 싶을 뿐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그 하기 싫은 인간관계를 시작해야 한다.
아... 나란 인간은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인간관계가 꽤 귀찮다. 맘먹고 해야한다면 할 수 있지만 이젠 그러고 싶지가 않다. 그 시간에 반신욕 하러 목욕탕을 가고 싶고, 그 시간에 마트에 가서 싱싱한 과일과 야채 고기를 사서 냉장고를 채우고 싶다. 그 시간에 책을 읽고 싶고, 그 시간에 도서관을 다녀오고 싶다. 그 시간에 피넛버터를 듬뿍 바른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며 코코와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싶다. 그 시간에 빨래를 하고 집안 정리를 하고 싶다. 그 시간에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 난 그들의 시시콜콜한 그들의 인생사가 궁금하지 않다. 그들의 삶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 적당한 거리가 항상 있었으면 좋겠다.
아.. 요즘 분위기는 수업 마친 후 함께 밥도 먹어야 하는 그런 분위기. 오늘도 수업 후 함께 식사를 제안했다. 다행히 병원이 예약 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서로서로 개인사까지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분위기. 지난 과거의 아픔도 함께 나누어야 하는 그런 불편한 분위기.
우선 요가 여행은 시작되었고 난 이곳에 기록하고 싶다.
난 읽어야 하고
난 써야지만
충만함을 느낀다.
일단 기록을 시작해야겠다.
by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