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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Jul 17. 2024

큰맘 먹고 'Green Wood' 캔들을 구입했다.

사치라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향수를 사용하지 않았다. 아무리 비싸고 고급진 향수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몸에 체취와 섞여 약냄새처럼 나는 그 뒤끝 향수 맛이 불쾌했다.


출근하는 남편이 모든 향수를 죄다 가져가 신발장 서랍에 넣어 두고 출근할 때마다 뿌린다. 그가 나갈 때면 재빨리 중문을 닫는다. 그는 여성용 샤넬, 겐조, 불가리 등등 고급진 향수를 아침마다 '칙칙' 온몸과 가방에 뿌리고 출근을 한다. 왜 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의 관점에서 볼 때 그는 향수를 뿌리는 게 아니라, 향수통에 한번 들어갔다 나온다는 표현이 더 정 확 한 것 같다.


아마 함께 엘리베이터를 합승하는 사람이 있다면 질식할지도 모를 노릇이다.




어느 날부터 '향' 냄새를 좋아하게 되었다. 일본 향인데, 그 향이 타 들어가는 동안 난 매우 안정적인 사람이 된다. 아침 명상과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때 항상 '향'을 태웠다.


그 향에 이어 요즘 차분함을 느끼는 향기가 또 하나 늘었다. 우연히 핸드크림을 발랐는데 향이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두 손을 코 앞으로 가져간 뒤 차 안에서 한참을 맡았다. (이 핸드크림은 팝업 스토어에서 뽑기를 하고 가진 크림이다.) 갑자기 심신이 진정되고 차분해지는 묘한 경험을 했다. '향이 이런 힘이 있다고?'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그 뒤 난 그 향을 찾게 되었다. 'Green Wood'향이다.



마트에 들렀다 'green wood'향이 담긴 초를 발견했다. 14900원이다. 초를 14900원이나 주고 살까 말까 망설였다. 한 3분에서 5분 정도 고민을 했다. 초 앞에서 알짱 알짱 두어 번 왔다 갔다 하다 카트에 쏙 담았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아니고 무슨 초가 만원이나 넘어?'라고 생각했다. 소고기 국거리 (한우) 300그람 비용이 눈앞에 왔다 갔다 했다.  하지만 나를 위한 무언가가 필요한 요즘이라 판단했고 과감히 집으로 들고 왔다. 이전 한국에서 양키 캔들이 한참 유행 할 때도, 그 비 싼 초를 왜 사람들이 구입하는지 도통 이해 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Green Wood' 향이 나는 캔들을 거금 14900원이나 주고 구입해 왔다. 그 뒤로 아침 시간이 기다려질 만큼 행복하다. 이틀 동안은 캔들이 담겨 있던 종이 박스도 소중해 버리지 못했다. 그러다 헛웃음이 나왔다. 이토록 작고 하찮은 물건 하나가 나에게 소중한 하루를 선물해 주다니, 놀라웠다. 하루 중 내가 제일 오랜 시간 머무는 부엌을 이 향으로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


난 'Green'을 참 좋아한다. 앞치마도, 간식가방도, 이전 호찌민에서 타던 차 마저도 초록색이었다. 캔들의 이름과 향은 우연의 일치 인지는 모르지만, 생에 태어나서 처음 사본 향초 이름에도 'Green'이 들어간다.


대충 꺼내 사진 한번 찍어 보았는데 사실 더 많다는...

부엌 한켠에 초를 켜고 음식 장만도 해 보았다. 초를 보고, 불에 타는 심지를 보며 음식을 했다. 신기하게도 생각이 멈춘다. 요 근래 생각이 많아졌다. 머릿속이 비워졌으면 좋겠다. 나의 의지대로 생각이 멈췄으면 좋겠다. 심지가 불에 타들어가서 점점 사라지듯 나의 이 모든 생각들도 비워졌으면 좋겠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과 추억도 함께 다 타 들어갔으면 좋겠다.


학원을 마친 아이가 오징어 부추전을 해 먹자고 한다. 열심히 만들었다. 당근, 양파, 호박도 곁들여 노릿 노릿하게 구워 줬다. 최애 '초장'도 달달하게 만들어 줬다. 푹 찍어 3판을 그 자리에서 해치웠다.


초를 보며 몸을 움직였다. 멸치볶음, 콩나물 무침, 오징어채볶음, 콩나물밥, 양념간장, 마늘 다져 냉동실 넣기, 고등어 장만해서 냉장실 해동 시키기.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14900원짜리 양초를 산다는 행위는 나에게 있어 사치라 생각했다. 나를 위해 무언가를 구입해 본 지가 참 오래된 것 같다.



'Green Wood' 캔들 참 잘 산 것 같다.

'잘했어'

'잘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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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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