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씩, 두 번의 학교 휴교령이 가져온 결과물.
한국 사정은 잘 모르겠습니다.
베트남 현지 호치민에서 개인적으로 겪은 에세이 형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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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공문이 왔습니다. 2021년 3월 1일부로 학교로 복귀! 하라고 합니다. 구정 연휴 겸 방학도 겹쳐 온라인 수업을 4주 동안 연속적으로 매일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2020년 2월에 실행한 학교 휴교령 때보단 기간도 짧았습니다. 코로나가 참 많은 생활의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는 오늘 삶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가 되어 아이 학교 가방 생필품 중 필수가 되었고 우리 삶의 한 모퉁이 공간에 없으면 안 되는 물건으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집안 출입구 현관에도 열쇠걸이와 학부모 출입 카드 걸이 이외에도 다른 걸이 하나를 더 마련했습니다. 마스크입니다. 아이와 제 것을 각자 따로 마련했습니다. 낯설지만 익숙한 현관 입구 정경이 되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에탄올과 손 소독제도 같이 있습니다. 의료 시설이 좀 낙후되어 있는 베트남에서 좀 더 조심하고 싶어서입니다.
일상 속에 자리 잡은 마스크와 코로나가 이젠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마스크 못지않게 우리 현재 삶에 깊숙이, 은근히, 알게 모르게 뼛속까지 자리 잡은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온라인 세계입니다. 대기업들도 바쁘다고 얘기 들었습니다. 온라인 시장으로 전환 중이라 인원 감축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퍼스널 브랜딩부터 해서 유튜브, 인스타, 페이스북, 블로그, 그리고 브런치 까지. 온라인 플랫폼이 날리법석 입니다.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겠지요. 한 세기가 변화는 과정 속에 당연히 거쳐야 할 의례 의식일지도 모르나 아프고 속상한 사람들이 많아 무거운 마음은 여전합니다.
이 와중에 학교에서 사람의 온기를 느끼며 공동체 생활도 경험해 보고자 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온라인 학습과 온라인 수업은 필수가 되었습니다. 우리 자녀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걱정 반 궁금한 호기심 반입니다. 엄마만 너무 좋은 세상에서 마스크 없이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산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손수건을 윗돌이 셔츠 주머니 앞에 핀으로 꽂고 잔디와 아스팔트가 아닌 흙과 모래가 있는 운동장을 가진 초등학교 입학 때가 생각납니다. 꽃이 아니라 손수건을 꽂은 이유는 콧물을 손쉽게 닦을 수 있도록 고정시키는 70년대 (국민학교) 패션이었습니다. 전 당시 좋아하는 딱 한벌 ‘김민제’ 노랑 골댕 원피스를 (나름 메이커 옷이었습니다) 입고 하얀 손수건을 달기 싫어 엄마 몰래 학교에선 가방에 넣어 버렸던 기억도 납니다. 잠깐 동안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이라도 진작에 해 볼 걸 하는 일도 도움 안 되는 후회를 일초 정도 해보았습니다.
2020년 2월에 대략 3개월 정도 학교 휴교령이 이어졌고 5월에 아이들이 복귀를 했습니다. 그러다 올해 2021년 2월에 다시 또 한 번 갑작스러운 학교 휴교령이 떨어졌습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온라인 러닝을 1년 전에 한번 해본 선배랍시고 아이가 능수능란하게 척척 알아서 합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코로나와 함께 아이도 자라고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만들어 놓은 세상 안에서 나름대로 학교가 처 놓은 비상 체제 바운더리 안에서 아이가 무럭무럭 밝게 자기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백신 이야기도 하면서 백신이 나오면 자기도 맞고 싶다는 말도 합니다.
2020년도 2월부터 갑작스레 실행한 3개월 동안 온라인 방식 수업은 형편없었습니다. 국제학교라는 위신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떠 맞기는 책임 전가 수업이었습니다. 아이에게 떠 맞긴다는 수업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부모들에게 떠 맞긴다는 말입니다. 유튜브 방송 기억나시나요? 외국인 부모님이 온라인 학습 때문에 구구절절한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을 유머러스한 랩으로 만들어 올리셨지요. 이곳도 그와 매우 동일했습니다.
초등 저학년의 경우 비싼 학비에 회사 지원 없이 자가 비용으로 부담해야 되는 부모들은 학교를 떠나기도 했습니다. 과중한 과제 중심 형태의 온라인 수업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숙제를 하고 구글 문서를 작성한 뒤 seesaw나 구글 클래스 룸에 포스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고등부 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위해 자발적인 수업을 하고 과제를 제출하는 형태였습니다. 고작 초등 2.3학년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 었습니다. 학생과 수업을 하기보단 일대일로 10분에서 20분 정도 아이와 개별 면담을 진행하며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확인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 빡빡한(철두철미하고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속된 말로) 쪼는) 선생님이 담임이었던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과제를 해야만 했습니다. 일방적으로 모든 숙제와 과제를 혼자서 하고 제출을 하고 돌아오는 피드백을 읽고 다시 스스로 수정하는 과정은 아이들을 미치게 했습니다.
이 와중에 분량 많은 과제를 보며 오히려 만족하는 부모님들도 계셨고, 너무 많다는 부모님들도 계셨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만족하는 부모님들의 자녀는 대충 자기 주도 학습 습관이 어느 정도 몸에 익은 아이들입니다. 즉 온라인 수업 이전부터 부모님들이 집에서 자기 주도 학습을 위해 아이들과 미리 습관 잡기 연습을 꾸준히 해오신 분들이라는 말입니다. 그런 분들의 자녀 경우 온라인 학습이 과제 중심 학습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스스로 알아서 해낼 수 있는 힘이 있었습니다. 반복되는 하루하루 생활에 숨이 막히고 짜증이 나더라도, 그 친구들은 이미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아는 듯했습니다.
반면에 자녀가 셋 이상 되는 가정에서 자기 주도 학습이 몸에 익지 않았거나 유달리 어린 꼬맹이가 있는 경우는 부모가 옆에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 과제 중심 수업이 무척이나 부담이 되었음이 분명합니다. 맞벌이 자녀 아이들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이 힘들지만 이곳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경우 맞벌이 자녀들 수준이 (한분은 영화배우, 한분은 호텔 오너 정도) 꽤 높은 편이라 아이들 개인 메니져가 있습니다. 부모 대신 메니져분들이 옆에서 함께 끼고 앉아 학습과제물을 함께 수행했습니다. (로컬 현지 학교는 상황이 많아 다르다 보시면 됩니다. 비교조차 하기 힘듭니다. )
스스로 자기 주도 학습 습관이 몸에 배어 있지 않는 아이들은 잠깐 선생님과 짧은 만남으로 감히 과제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결심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멀고도 먼 희망 고문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일 년 뒤 오늘 여전히 코비드로 호찌민 국제학교는 한 달 정도 학교 휴교령을 다시 시작합니다. 일 년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대에 발맞추어 전 세계가 온라인 교육사업에 몰두를 하고 쓰나미처럼 교육의 현장을 온라인 현장으로 덮어버렸습니다. 매일 확장되고 늘어나고 있습니다. 호찌민 국제학교도 마찬 가지입니다. 학교가 능수능란하게 대체합니다. 2020년 2월에 갈팡질팡하던 수업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더욱 세련되고 학부모와 아이들을 배려하는 온라인 학습 분위기를 이끌어 냈습니다. 휴교령 하루 만에, 다음날 바로 온라인 수업이 투입되었습니다.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온라인 수업 형태도 달라졌습니다.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학교 방문 개별 신간을 정하여 학습도구 선물 상자를 선물했습니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환한 미소로 가위, 색종이, 찰흙 등 온갖 흥미로운 도구가 들어있는 선물 상자를 받고 좋아합니다. 전 세계에서 실행 중인 많은 여러 온라인 형태 수업을 보며 연구도 좀 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온라인 학습에 참여도가 얼마나 높은지 설문 조사까지 실행합니다. 교감 선생님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연락처도 공유를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주어진 과제를 하는데 몇 시간이 투자되는지도 궁금해합니다.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메일을 보냅니다. 메일 또는 메시지는 그날의 스케줄과 몇 시에 만나서 무엇을 할지에 대해 상세한 설명과 링크까지 첨부되어 있습니다.
제일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더 이상 페이퍼 워크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아이패드 키노트와 클립스 구글 문서로 과제를 수행했고 그 자리에서 모든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조그마한 화면 안에 큰 세계가 살아 움직이며 꿈틀 거리는 듯한 선생님과 상호 교류가 이루어졌습니다. 생생하여 긴장도 됩니다. 온라인 상에서 얼굴도 이름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교류가 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이 진 것 같습니다.
오전 8시부터 선생님과 함께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마음 챙김과 표현 방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10분 후 출석 체크를 합니다. (가끔 늦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아이들이 종종 늦잠을 자서 늦기도 합니다.)
오늘은 선생님께서 온라인으로 prime and composite number를 설명합니다. 아이들이 온라인 상 얼굴 목 어깨 정도 까지만 여럿 보이는 화면에서 시끌벅적합니다. 얼굴만 옹기종기 보여 징그럽기도 한데 아이는 온갖 이상한 표정을 지어 가며 친구들과 온라인 인사법으로 인사를 합니다. 찡그리기도 하고, 한쪽 눈을 감기도 하고, 화면을 손으로 가리기도 합니다. 먹던 샌드위치를 화면에 비추다 선생님께 혼도 납니다. 느닷없이 개가 (강아지)나오기도 합니다. 거북이 밥 주는 장면도 나옵니다. 온라인상 초등학생 교실 모습입니다. 그저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만 더 두터워졌습니다. 점심 식사 후 1시 반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모습을 하루도 빼지 않고 보았습니다. 존경심이 너무 두터워져서 제가 갑자기 화면상에 나타나 감사하다는 말을 할 뻔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주변 아이들이 매우 놀랄 듯해서 조용히 숨죽여 함께 스토리를 듣습니다.
온라인에 적응이 되어버린 아이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스스로 일어나 옷을 갈아 입고 아침을 먹고 학교에서 가져온 아이패드를 켭니다.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서로서로 화면상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신기합니다. 고작 9살 10살짜리 아이들의 능수 능란한 온라인 수업을 보고 있자니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이 시점이 현재인지 미래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미래는 차가 날아다니고 우주인도 함께 거주하는 미래인데 그런 미래와는 거리가 멀지만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초등학생 아이가 고등학생이 된 듯한 착각입니다. 작년 온라인 학습 때 눈물 콧물 짜내며 엄마와 함께 습관 잡기 하듯 반복되는 일상을 보낸 시절을 기억해내어 스스로 혼자서 합니다. 시간도 계산합니다. 더 많이 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짭니다. 혼자 알아서 하는 습관을 코비드가 도운 셈입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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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모든 것은 대립면이 상호 의존하는 관계적 존재라는 문구가 떠오릅니다." <노자 인문학>
나쁜 것이 다 나쁜 것이 아니듯 좋은 것 또한 항상 좋지만 하지 않다는 걸 이제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도 함부로 말을 할 수 없는 요즘입니다. 베트남 국제학교 일 년 만의 온라인 학습 변천사가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온라인 수업 역시 할만했습니다.
다음 주중 하루 날을 잡아 홀로 고요히 있을 수 있는 기쁨에 벌써부터 설렙니다.
그러고 보면 저란 사람 지독히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