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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Sep 08. 2020

#2. 초등학생-오롯이 온라인 수업만으로 괜찮은가?

베트남 국제학교 온라인 학습 경험.


지침


4. 초등 학생과 부모에게 지치고 답답한 온라인 러닝


온라인 러닝 기간 동안 Seesaw와 Google classroom으로 어마한 과제와 수업의 양이 쏟아져 나왔다. 정말 학교에서도 이 많은 것을 아이들이 배우고 익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예체능 과목은 일주일에 하루 오전 8시부터 3시까지 특별활동을 하는 날로 정했다. 부모들은 아이의 전과목 담당 선생님 겸 매니저였다. 하루는 음악, 미술, 체육 심지어 제2 외국어까지. 하루 식사 3끼는 물론이고 과제물까지 준비하고 챙겨야 하는 엄마들의 일상은 고통스러웠다. (이곳 국제학교에서는 모든 과제물 제공되므로 딱히 집에서 준비할 것이 이때까지 없었다.)


엄마의 역할은 사실 거의 보조 선생님이었다.( 미래에 온라인 보조 담담 선생님 직업이 생겨 날듯 하다.) 다음날 아이의 과제를 미리 준비 해 놓아야 주어진 시간 안에 과제를 끝낼 수 있었다. 전날 저녁에 온통 영어로 되어 있는 수업계획안을 읽어 보고 출 력 할 것이 있으면 미리 출력을 하고 준비물이 있으면 다음날 아침 일찍 가까운 슈퍼라도 다녀와야 했다. 예를 들어 오늘의 미술 과제는 밀가루 반죽 점토 만들기인데 하필 그날 집에 밀가루가 없는 것은 우연이었을까? 또 인터넷 시설이 열악한 호치민 에서 아침마다 선생님과 온라인 미팅이 끊길 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한 것도, 프린터 잉크 부족으로 출력할 곳을 찾아 아파트 사무실까지 가야 하는 것도 엄마의 몫이었다.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갔을까…


5. 온라인 러닝에서 조차 나타나는 선생님들의 가치관 


6주 차부터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성향과 선생님의 성향에 따라 온라인 학습 효과는 반마다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선생님의 열정과 과제 완성도는 비례했다. 바로바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선생님이 계시는 학급의 아이들은 성실히 온라인 수업에 임했다. 반면에 계획적이지 못하고 조직적이지 않은 반 선생님의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즐거운 휴가를 가진 듯했다. 한 명 한 명의 과제를 체크하고 읽고 답변을 달아 주는 업무 역시 선생님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업무였다. 화상 온라인 미팅도 개별 미팅 없이 오전 혹은 오후에 단체 미팅 한 번만 진행하고 과제를 아이들의 자율 의지에 맞긴 분도 계셨다. 그 결과 엄마들의 반발과 불만은 결국 ‘학부모 온라인 교육 보상 제도 위원회’를 결성하게끔 만들었다. 지금 현재 개학 이후 몇몇 학부모들은 다른 학교로 옮겼다. 그 정도로 선생님의 자질과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에 따라서 비대면 온라인 교육의 효과와 질이 결정되었다. 또 아이가 어느 만큼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스스로 과제를 해낼 수 있는지 여부에 그날 하루 온라인 플랫폼 교육 성공이 좌지우지되었다. 겨우 8년~10년 남짓 인생을 살아온 초등 아이들에겐 무리였다.


Seesaw의 동기 부여는 한계가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학년 아이들에게 매일 온라인 수업은 지루했다. 꼬마 아이들은 친구가 필요했고 선생님의 빠른 피드백과 칭찬 그리고 포옹이 절실했다. 시간이 지나감에 선생님과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개별 온라인 미팅은 아이들에게 부담감을 안겨 주기도 했다. 줄넘기 200개 하기로 선생님과 약속을 하고 나서 더 이상 체육 온라인 미팅은 하고 싶지 않아 했다. 선생님과 약속은 했고, 더운 날씨에 줄넘기는 200개는 하기가 싫고, 또 하지 않고 선생님과 미팅을 하자니 미안하고, 여러 모로 아이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온라인 미팅을 부담스러워했다. 음악 시간도 마찬 가지였다. 하기 싫을 땐 교실에선 몰래 딴짓을 잠시 할 수 있고, 또 은근슬쩍 넘어갈 수 도 있는 연주를 온라인 미팅에선 무조건 개별 연주를 하고 확인을 받아야 했다. 음악 선생님과의 온라인 미팅 역시 거부했다.


어떤 선생님은 너무 열정 적이라서 아직 온라인 러닝이 이 불편한 아이들에겐 부담스러웠고, 어떤 선생님은 아이와 학부모 배려를 너무 많이 한 탓에 오히려 아이들이 한없이 물 먹은 오징어처럼 축축 처지는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사진출처/ Pinterest



5. 습관 잡기, 시간관리, 과제 완성도, 학업 성취도 - 이 모든 것은 헛수고였다.


더운 날씨에 무료하고 지루한 아이들의 하루는 나날이 이어졌다. 더 이상 온라인 수업은 그들에게 그 어떤 효과도 영향도 발휘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무용지물이었다.


인간과 인간의 교류가 없는 비대면 온라인 학습의 플랫폼 수행 중 아이들의 생활은 삭막했고 학습과 배움에 대한 의욕을 상실해 가고 있었다.  교실을 그리워했다. 온라인 상으로 만나는 친구들과의 만남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생기를 잃어 갔다. 화면에 보이는 선생님 역시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아이들은 몸으로 놀고 싶어 했다. 술래잡기도 하고 싶어 했고, 철봉 매달리기와 점심 도시락도 함께 먹고 싶어 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의 역동적인 생활을 무척이나 갈망했다. 과제식의 수업은 아이들을 질리게 해 버렸다. 부모의 도움 없이 10주 이상 컴퓨터 앞에 앉아서 홀로 과제를 하고 업로드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학교에서 하는 그룹 수업 대신 개인과제 형태의 수업은 학습에 흥미를 잃게 만들었다. 의사소통과 참여수업이 중심이던 수업은 개별 맞춤 수업이 되면서 아이는 도대체 자기가 지금 이 온라인을 왜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고 목적의식을 상실해 버렸다. 


오로지 외로움의 돌파구로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책만 읽기 시작했다. 하루는 아이가 아이패드 앞에 앉아 목을 노아 울었다. 같이 울었다.


아이에겐 선생님보다, 엄마보다, 멘토가 필요했다. 이끌어 주고 위로해주며 다독여 줄 멘토.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튼튼한 사고와 마음이 절실했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피해 갈 수 없는 이런 상황에 다시 부딪쳤을 때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것은 초등학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습관, 지식, 기초, 공부 뭐 이런 것이 아니었다.


가장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은, 아이의 건강한 내면의 힘이었다. 엄마와 학교에서 내어주는 과제를 하기 위해 시키는 데로 움직이는 아이가 아니라, 이 많은 시간이 주어 졌을 때 스스로 무엇이 하고 싶고,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찾아서 할 수 있는 아이의 자율성이 필요했다.





짧게나마 14주 동안 온라인 러닝을 겪어 보았다. 한국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이 겪는 고충과 아이들이 겪는 고충은 비슷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앞으로 우린 쭉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 살아갈수도 있다. 사회적인 어려움도 한층 더 심해 지고 있는 요즘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세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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