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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Aug 28. 2020

#1. 초등학생 - 오롯이 온라인 수업만으로 괜찮은가?

베트남 국제학교 온라인 학습 경험.

안녕하세요. 고언심입니다. 전직 교사였습니다. 온라인 러닝에 대한 저의 글은 온전히 베트남에서 저희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를 기준으로 저의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글 임을 알려 드립니다. 다른 학교에 다른 부모님들은 저와 정 반대의 경험과 느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점을 충분히 숙지해 주시면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냥 이 아줌마가 이렇게 느꼈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전 세계에서 제일 빠른 학교 휴교령 실시


2020년 2월 1일 우리 아이들은 집에서 비대면 학습 온라인 교육을 시작하였다.

호치민 정부에서 학교 등교일을 '한 주 연장한다'는 공문을 호치민시 모든 국제 학교에 발송했다. 13주 동안 한주 씩 계속 학교에 통지했다. 2020년 1월 초부터 코비드-19이 중국 전 지방에 폐렴처럼 퍼지기 시작했고 해외 여행객들에 의해 다른 나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베트남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국민 보호를 강화하였다. 2020년 2월 1일 중국에서 우한 출신 남성이 사망했다는 기사 이후 호치민 정부는 학교 휴교령 기간을 더 연장했다. 베트남은 특성상 여행객과 다인종이 모여 살고 있는 다문화 국가이다. 따라서 국제 학교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베트남 정부는 빠르고 신속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깔끔하게 도시 전체를 락다운 시켜 버렸다. 그리고 염려하고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학교는 2월부터 5월 첫째 주까지 문을 닫아 버렸다.



마스크마저 구하기 쉽지 않았다.



2월 1일 첫 주 학교 휴교령은 하루빨리 학교로 돌려보내 고 싶은 주부들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은 보도였다. 연휴 동안 고갈되었던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한 주부들의 바람과 희망이 산산조각났다. '금방 지나가겠지'라는 안일한 우리의 바람은 우리의 애간장만 태웠다.


1월은 한 학기의 중간 시점이고 1월 중순부터 1월 말까지 대략 2주 정도 구정 연휴가 있다. 베트남에서 구정 연휴는 굉장히 큰 전례 행사다. 더 오래 쉬는 곳도 많다. 거의 모든 베트남 자국민이 고향으로 이동하는 거대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호치민 시내 거리에서는 더 이상 오토바이 부대를 볼 수 없다. 많은 상점과 식당은 문을 닫는다. 또 이때를 틈타 자기 본국으로 잠깐 다녀오는 유럽인들도 꽤 많다. 휴교령 시점은 1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이었다. 교민들과 외국인들이 여유로운 연휴를 마치고 베트남에 다시 입국하던 중이었다. 중국인들도 많았고 유럽에서 돌아오는 가족들도 꽤 많았다. 하지만 호치민은 1월 마지막 주부터 자가 격리를 준비 중이었고, 조금 늦게 입국을 계획했던 친구들은 아직도 입국을 하지 못했다. 학교 선생님들은 자가 격리 후 학교에 복귀했다.


호치민에서 학교 휴교령을 일찍 시작한 이유는 베트남 의료 시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열악하고 위생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첨단 장비의 도입이 늦고, 입원실 청결 개념 또한 선진국과 많이 다르다. 베트남 정부도 그 상황을 스스로 감지했고 서둘러 나라를 봉쇄했다. 자국민 베트남 초등학교는 무려 15주 동안이나 휴교령을 실시했다. 봉쇄한 잠깐이나마 이곳에 거주하는 모든 이방인들은 오히려 베트남 정부에 감사를 표하며 안도감을 느꼈다. 의료 환경과 시설이 결핍한 이곳에 만약 코비드-19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번지기 시작했다면, 어쩌면 베트남이라는 나라가 사라 졌을지도 모른다.



2. 아이들이 온라인 러닝에 능수 능란했던 이유


가상의 교실 <출처: 핀트러스트>

집은 온라인 교육 공간이 되었고, 노트북과 아이패드 안에 가상의 교실이 생겨났다. 본격적으로 ‘Google Classroom’과 ‘Seesaw’ 온라인 플랫폼이 아이들 교육의 주 무대 활동장소가 되었다.


첫째 주 휴교령 이후 학교는 심상치 않은 조짐을 감지하고 온라인 교육을 바로 투입했다. 국제 학교는 매우 신속했고 갑자기 닥친 상황을 비교적 잘 대처했다. 학기 중간이었고 온라인 러닝을 준비할 시간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은 마치 기존에 하던 수업처럼 능수 능란하게 진행했다. 추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Google Classroom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온라인 플랫폼 교육이 이미 기존 학교에서 진행 중이었다.


개인에게 배정된 아이패드에는 ‘Seesaw ‘앱이 깔려 있었다. 이 ‘Seesaw’ 앱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운 것을 정리하여 사진과 파일을 올리면 부모들이 그 결과물을 보고 댓글이나 음성을 녹음할 수 있다. 학교에 있는 아이들과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이다. 더 나아가 선생님과 소통도 메시지를 통해 간편하고 쉽게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요즘 유행하는 ‘인스타그램’의 인증사진을 올리는 정도와 비슷하다. 하지만 교육 플랫폼으로 그 앱 안에서 PPT까지 만들 수 있는 다양하고 세분화된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수학 숙제 파일을 따로 출력할 필요 없이 바로 도형을 그리고 분수를 표현할 수 있고 음성 녹음으로 반 친구들과 선생님께 메시지 전달도 가능하다. 담임 선생님의 승인 하에 자기 과제뿐만 아니라 반 전체 친구들의 워크 프로세스를 함께 공유할 수 있다. 오히려 이 기능은 온라인 러닝 기간 중 동기 부여가 되기도 했다. 서로 친구들의 과제를 참고하면서 댓글을 주고받았다. 응원도 해가면서 안부도 물어보았다. 어색하지만 보고 싶은 마음을 아이들은 그렇게나마 달래고있었다.


기존에 학교에서 이런 교육을 받고 있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를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게 되었다. 학교에서 사용 중인 개인용 아이패드는 앱 활용 혹은 코딩 교육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큰 오산이었다. 고작 8살짜리 아이는 Google Classroom이라는 가상의 교실을 실제 학교 생활과 동시에 활용 중이었다. 선생님들과 의사소통은 이메일을 사용했다. 이런 평상시 학교 교육 덕분이었는지, 온라인 러닝 기간 중에도 별 무리 없이 스스로 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https://web.seesaw.me/



3. 온라인 학습 장점


학교에서는 4차 혁명을 대비한 듯 온라인 플랫폼과 현장 학습을 이미 동시에 사용 중이었다. 아이는 선생님 이메일과 메시지를 스스로 열어 보고 과제를 체크하며 자연스럽게 앱을 활용했다. ‘Clip’이라는 앱을 이용하여 구정 연휴 때 찍은 사진을 음악과 글씨로 아울러 하나의 짧은 동영 상으로 만들었다. 선생님께 과제를 제출하는 모습은 감히 내가 상 할 수 없던 초등학생의 모습이었다. 아이의 실력은 나를 능가했다. 충격 그 자체였다. 학교에서 배워온 동영상 만들기, ppt 사용법, Seesaw를 가볍게 다루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개인용 아이패드를 나누어 주었다.)  온라인 학습 적응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보다 집에서 홈 러닝을 더 편안해했으며, 여유시간이 많아 책을 읽을 시간이 상당히 확보가 되었다. (아이의 이런 상태는 처음 온라인 과정 실시 후 6주 정도였다.)


시간이 한 주식 연장될 때마다 선생님들의 온라인 미팅 화면과 과제 그리고 강의 수준이 점점 높아졌다. 해리 포터를 이용한 리딩 게임용 문제, 도서 선생님의 짧은 모노 연극, 체육 선생님의 브루마블 운동 게임 그리고 크레이지 머리 꾸미기 콘테스트 등 종일 집에만 머무는 아이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갑작스러운 온라인 플랫폼 교육 현장이지만, 우왕 좌왕 하던 잠깐의 적응 기간을 제외하곤 나름 버틸만한 하루하루를 지냈다.


과제는 엄마들의 철저한 간섭과 감독하에 완성도가 높았다. 수학 숙제는 사물을 이용하여 개념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찍어 ‘Seesaw’에 업로드를 하고, 영어 숙제는 Google doc게시판에 에 업로드 해 놓으면 선생님이 바로 피드백을 해주었다. 마치 원격으로 개인 수준에 맞추어진 수업을 받았다. 수업의 질은 학교에서의 학습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아이들의 학업 참여도와 공부의 질은 2 이상 높아졌다. 정해진 선생님과의 개별 미팅 시간 덕분에 더욱 친밀감이 형성되었고 덕분에 오전 공부의 틀과 습관 잡기도 매우 쉬웠다. (개인적인 나의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과제와 학습의 모든 과정이 부모들과 공유되면서 선생님들이 더욱 세심히 신경을 쓰신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매일  과제 중  must to do와 could do로 나뉘어, 아이가 스스로 무엇에 먼저 집중을 해야 할지 알게 되었고, 시간을 관리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부모인 나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습관과 학업까지, 마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적으로 학습과 습관에 대해서만 말이다.


온라인상의 비대면 개별 미팅과 단체 미팅 2번을 선생님과 매일 10분 정도 13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했다. 고강도의 집중을 요구했다.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아이는 노력을 해야만 했고 선생님도 한 명 한 명에게 섬세한 지도를 실행했다. (지쳐가고 있었다.)


13주 동안의 온라인 교육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었다. 삶의 방식과 형태가 바뀌기 시작했고 아이의 습관이 온라인 학습자 형태로 잡히기 시작했다. 글쓰기의 숙제 덕분에 별도의 타이핑 연습 없이 독수리 타법에서 양손 타이핑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오게 되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는 연습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특별한 과외 선생님 없이, 학교에서 추천하는 앱 덕분에 제2 외국어를 유튜브와 앱을 통해 습득이 가능했다. 온라인 플랫폼이 우리에게 안겨준 교육의 장점은 거대했고 아이가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 한눈에 다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국제학교에는 커리큘럼은 있지만 교재가 없다.) 개인별 맞춤으로 과제가 부여되었으며,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다양한 활동들도 첨부되어 요일별로 하고 싶은 과제를 고르기도 했다.


미래? <출처: 핀트 러스트>




그리고 순간 나의 초등 시절이 흑백 스크린처럼 지나갔다.


지금 ‘난 미래에 있나?’ 란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이 상태가 앞으로 계속 진행된다면 초등학생 아이들이 우리가 소위 생각하는 정상적인 성인이 되는데 별 무리 없을까? 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비대면 교육이지만 여전히 인간 사회와 교류 중이고 학업의 성취도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내면이 병들어 가고 있었다.


그럼 정상적인 성인이란 어떤 성인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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