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개성 강한 학교와 교육열 넘쳐나는 학부모
종종 국제학교 입학시험에 대한 오해들을 하기도 한다.
아이가 가진 자체 성향 그대로 모든 것을 품고 인정하며 함께 성장하자는 모토를 가진 학교가 있는 반면 태도, 학업, 성과가 중시되어 학교 측 기준에 맞는 아이만 선발하는 학교도 있다. 호치민에서 마치 그 학교를 기준으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사례가 주로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단 한 두세 시간 미팅으로 이 학생이 우리 학교와 적합 한지 아닌지 평가를 한다. 물론 전문가가 동원되어 아이를 평가한다.
Q. 베트남 국제학교에서 실행하는 입학시험 평가의 기준은 관연 무엇일까?
- 평가 기준은 영어와 학교가 바라는 인재상 그리고 학비를 낼 수 있는지 없는지 본다. 어떤 국제 학교에서는 대기업, 삼성 주재원 자녀들에게 먼저 우선 권이 있다. 회사에서 학비를 보조하기 때문에 연체나 미납이 없기 때문이다.
Q. 그 평가란 무슨 기준에 근거한 평가인가?
- 그 국제학교에서 정한 기준이다. 평균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이 아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입시 교육에 무난히 적응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드는 학생들에게 우선권이 있다. 또 학교 측에서 원하는 학생들이다. 학교 명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학교 자체적인 평가이고 지극히 그 학교 가 가진 성향과 원하는 바에 학생이 적합한지 보는 것이다. 그 평가에는 이 아이가 얼마나 입시교육에 잘 따라올 수 있는지 없는지 알기 위한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데 마치 부모들은 그 시험이 베트남 전체 국제학교를 대표해서 그 아이 모든 학업 수준을 측정해 주는 하나의 도깨비 방망이로 착각한다.
같이 시험을 봤는데 A학생은 합격하고 B학생이 떨어지면 A학생은 영어와 학업이 아주 우수하다고 인식을 하고 B학생은 마치 영어와 공부를 못하는 학생으로 치부한다. 책을 많이 읽고 일반 상식이 풍부하고 다방면으로 실력이 있는 팔방미인도 영어가 조금 부족하거나 학교에서 바라는 기준과 엇나갈 땐 합격통지서를 받지 못한다.
특히 중∙고등부 경우 아이 현재 실력이 학교 대학 합격률 성과에 보템이 될지 안될지로 당락을 결정한다.
심지어 기존에 재학 중인 아이들이 학교에서 설정한 커트라인보다 성적이 턱없이 부족하면 부모에게 개별 연락이 간다. 다른 학교로 옮기라고. 대학 입학률을 유지하고 학교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아이의 학업보다는 학교의 명예와 명성을 더 중요시한다. 때로는 아이가 하고 싶은 전공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대학입시 합격 성공률에 불리하다는 이유다. 그리고 점수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을 추천한다. 너무나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었던 그 아이는 다른 학교로 옮겼다. 그 학교에서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좋은 IB 성적을 받았다. 결국 원하는 대학에 당당히 입학했다.
아이들에게는 무궁무진한 내면의 힘이 있고 또 시시각각 변한다. 어른들의 잣대와 국제학교의 계산적이고 단정적인 평가로 자라는 아이들을 평가할 권리는 없다. 아이들 삶의 주인은 그 아이들이 되어야 한다.
반면에 입시위주의 학교와 아이의 성향이 찰떡궁합인 경우도 있다. 한국 학생들 경우 꽤 만족하고 흡족해한다. 부모의 요구와 결과 중심적인 학교의 성향이 환상적인 캐미를 발동시켜 최고의 성적을 낸다. 학교에서 아이에게 맞는 모든 교육을 제공하고 또 아이는 척척 그 많은 과제를 소화해 낸다. 학교 측은 부모와 상의 후 대학 점수에 도움이 될 만하면 없던 클럽을 갑자기 만들어 줄 정도로 협조 적이다. 선택받은 몇몇 그룹 아이들은 이처럼 성심 성의껏 학교 측 지원을 받는다. 그리고 12년 특례로 서울대학교에 합격도 하고 브라운, 예일, 코넬 대학에 합격도 한다. 그 말로만 듣던 아이비리그 대학이다.
물론 부럽다. 부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학교에 재학하는 모든 아이들이 아이비리그에 갈 수 없고 12년 특례로 서울대학을 갈 수 없다. 요즘은 12년 특례도 경쟁률이 많이 높아졌다. 당연히 학교 측에서 많은 지지와 지원을 받아 관리 대상에 우리 아이가 들어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더 많다. 그 아이들도 미국과 유럽으로 대학을 가고 서울대는 아니지만 인 서울 대학에 3년 특례를 받고 무사히 잘 가는 편이다. 재작년에 호치민한국국제학교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입학률 성과가 좋아 요즘 한국 부모들이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로 옮기는 부모들도 꽤 있다.
국제학교에서 고학년의 경우 입학시험 판단 기준은 지극히 그 학교의 사적이고 개인적인 평가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입학시험이 그 학생의 전반적인 학업 상태를 나타 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시험에 강한 친구들도 있기 때문이다. 섣불리 아이들을 판단하고 사춘기에 접어들어 스스로 독립심을 키우며 자신과 싸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부모들이 주고 있는 게 아닌지 한번 되돌아 볼필요가 있다. 공부를 미친 듯이 시키고 입시 정보를 빠싹 하게 알고 있어 부모들을 안심시키는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아이와 성향이 맞는 학교에 재학 중이라면 분명 그 아이는 그곳 자기 자리에서 자기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있다고 믿는다.
장점.
아이의 미성숙한 가치관과 성향때문에 다른 학교에서 이미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던 아이 입학을 허가하고 품어주는 학교를 좋지 않은 학교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한번 생각을 바꾸어 보면 그 학생 부모 입장에서는 그 학교가 무척 고마운 학교이다. 학교에서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큼 포용력이 큰 학교에 아이가 다니고 있고 그곳에서 지도하는 선생님과 아이들 역시 넓은 시야와 사고,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틀속의 교육을 받고 있다는 말이 된다. 학교 측의 입장은 확실하다. 아이들이 커서 사회에 나가게 되면 이보다 더 괴짜이면서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진다고. 함부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평가하지 말라고 부모들에게 이야기한다. ( 이 말 듣는 순간 그 학교 좀 멋있어 보였다.)
학교에서 하우스 리더나 캡틴, 도서관 자원 봉사단, 책 쓰기 활동, 학교 이벤트 도우미, 학생회 등을 선출할 때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손을 들고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 누구나 학교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반면에 그에 대한 책임도 학생이 스스로 져야 한다. 쉬는 시간을 포기하거나, 아침에 40분 일찍 가서 회의를 하거나,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으면서 선생님들과 미팅을 하기도 한다. 스스로 시간을 챙기고 할 일을 알아서 조절해야 한다. 이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학교 일에 참여하는 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하루하루가 무척 바쁘다. 고작 8살 9살 되는 아이가 오늘의 스케줄을 머릿속에 넣고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해야 하고 이메일을 체크하며 선생님과 상호 작용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하냐고 묻는 엄마들도 있지만 가능하다. 이 모든 활동을 마치 자기가 큰 형이나 언니가 된 듯 뿌듯해하면서 스스로 즐기며 생활한다.
마지막 학년말에 certificate도 주어 지기 때문에 바빴던 아이의 학년 생활이 마무리될 때쯤 아이 입가에 미소가 활짝 번진다. 스스로 그 맛을 본 아이는 4학년 5학년 때 또다시 도전한다. 학생회 활동 이외에 스포츠 활동에도 도전을 하고 다른 활동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그렇게 아이는 학교가 원하는 그리고 IB가 원하는 인재상이 되어 간다.
단점.
반면에 학교일도, 학업도 싫고 그저 노는 게 제일 좋은 아이들에게 이 런 학교는 어쩌면 그들의 천국이 될 수 있다. 학교 행사, 이벤트 업무를 다 놓치고, 교실에서 그야말로 누워서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에는 포켓몬 카드 게임 혹은 딱지 치기만 하느라 온 통 정신이 팔려 있다. 아침에 집에서부터 이 아이는 오늘 학교에서 포켓몬 카드게임 또는 딱지치기할 생각에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도통 관심이 없다. 딱지 치기는 한국 전통 게임이다. 이것이 학교 전교에 퍼지게 되어 학교에서 한동안 금지시킨 경우도 있다. 아침에 아이들이 운동 장에서 노는 게 아니라 죄다 고무 딱지를 한 아름 안고 와서 퍽 퍽 소리를 내며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열심히 딱지를 쳤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조치를 취할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한국 엄마들도 바빴다. 외국 친구들 부탁으로 한국에서 핸드 케리로 고무 딱지 사다 주고 푸미흥 슈퍼에서 한국 딱지 사다 준다고.
아이들의 자율성과 개인 의사 존중이 중요시되는 학교에서 아이가 싫다는 것을 강제로 시키지 않는다. 엄격하게 교육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가 천국인 아이들의 경우 부모 입장에서 배우는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가끔 엄격한 규율이 있는 학교로 아이를 조용히 옮긴다. 공부를 좀 시키기 위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자율성이 강조되는 학교에서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부모가 좀 더 세련되게 센스 있게 아이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감정표현에 관한 학습을 하고 있다면 집에서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학교에서 하는 과정을 들여다 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가 수업시간 소파에만 앉아 있었다면 왜 그랬는지, 속상한 일이 있었는지, 피곤했는지, 기분이 우울했는지, 친구와 문제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감정 표출이 자유롭기 때문에 그대로 자기 자신을 노출할 수 있다. 자기만의 색깔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억압하거나 삼킬 필요 없이 아이에게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 진다. 기회가 주어지고 책임을 지고 필요시에 상담도 요한다. 문제가 심각한 학생의 경우에는 병원 진단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학교에서 내 쫒지는 않는다.
가끔 너무 자유로운 태도로 학업에 임하는 친구를 보거나 접하게 되는 경우 아이는 집에서 부모와 그 아이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다. 그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끔 마음이 아픈 친구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 행동을 보고 배운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상적인 아이라면 잠깐 호기심에 따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곧 자기 자리로 되돌아온다. 보통 8세 이후 아이들은 보통 교실에서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아무나 교실에서 의자를 들고 던지지는 않는다. 아이들을 믿어야 한다. 또 때론 부모가 엄격하고 제제할 것은 해야 한다. 모든 걸 학교에만 맞기고 학교 탓만은 할 수 없다. 헬리콥터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아이의 자율성과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우리 아이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옆에 있어 주면 된다. 기다려 주면 된다.
잠깐 넋 놓고 아이와 여유를 가져도 된다.
베트남 국제학교에 관해 이소 문 저 소문을 듣고 결국은 모든 한국 사람들이 택하는 학교를 가기보다는 한 번쯤 국제 학교 투어를 해본 뒤 한국인 코디네이터와 교장을 만나 충분히 그 학교가 가진 성질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이에게도 물어보고 아이 성향과 원하는 바를 고려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너도 나도 엘리트 중심에 영국식 교육을 고집하여 베트남에서 조차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초등시절을 굳이 사교육으로 내볼 아 붙일 필요는 없다. 한국보다 느린 삶이 공존하는 베트남에서 다양한 국제학교를 알아보고 초등 시절에는 조금 천천히 가도 되는 길을 선택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뭐 결국 그래도 우리는 아시아 인이지 않냐? 우리는 한국인이지 않냐? 한국에 대학을 가든 외국으로 대학을 가든 우리는 아시아 인이기에 대치동만큼 해야 한다 라고 말씀을 한다면 그 말도 맞다고 동의를 표하고 싶다. 현실이 그러하니까.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고 우리는 아시아인이 맞으니까. 국제학교 다니면서 아시아인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껴도 보았기 때문에 그 아픔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치동 계열에 끼어 살 것인지 조금 느리게 이곳에서 다양하면서도 여유로운 추억을 아이의 마음속에 심어 주고 싶은지 결정은 각자 본인이 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겐 특례라는 조건도 있고 한국에 거주하는 친구들 보단 환경이 괜찮은 건 사실이니까.
삶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이고 자신과 자녀들을 위해 마음의 소리 즉 직감에 귀를 기울여 쉬었다 가고 싶을 때는 그래도 된다.
그래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