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개성강한 학교와 교육열 넘쳐나는 학부모
호치민에 있는 국제학교는 각 학교마다 가지고 있는 색깔이 선명하다. 투명하지는 않지만 또렷하다. 제법 유명하고 나름 명성을 날리는 국제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업 특유의 경영 방식이 진하게 스며들어 있다. 마치 공장에서 제품 생산 과정 중 상품에 등급을 매기고 소비자가 원하는 최상의 상품을 생산해 내듯이 베트남 국제학교에서는 학부모의 열정과 아이의 성취욕구에 상응하는 최고의 학생들을 배출해 낸다. 부모가 원하고 세계가 원하는 인재상을 만들어 낸다. 국제학교 아이들의 최종 등급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교와 한국에 12년 특례로 입학한 서울대학교 학과로 판가름 난다. 베트남 고소득 자녀들 역시 마찬 가지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유렵. 세계 각국으로 뻗어 나간다.
(현재 베트남에서 아이는 고작 9살 10살이지만 12년 특례 서울대학교를 목표로 기러기 생활을 자처하는 가족도 제법 있다.).
국제학교의 위상은 좋은 대학교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배출했는지에 따른 성과로 평판이 판가름된다. 또 해마다 학비를 5%씩 올리는 기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오롯이 보이기 위한 학교 광고 효과에도 한몫하고 페이스 북과 트위터에 대학 합격률 퍼센트 지를 노골 적으로 띄우며 홍보를 한다. 마치 이 학교에 오면 당신의 자녀도 명문대를 갈 수 있다고. 이 광고 효과는 학교 홍보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우리 학교가 최고의 학교’라는 프라이드를 갖게끔 해준다. 그래서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 사이에서는 제각각 자기 학교의 프라이드가 꽤 높다. 국제 학교끼리 비교는 불가능하다. 학교마다 가진 성격이 고유하고 특별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학교 프라이드가 내 아이의 자존심에 토대가 되고 더 나아가 그 자존심이 자만심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난 ‘ A 학교 다녀. B 학교 보단 공부를 많이 하고 우리 학교가 훨씬 더 우월해.’ 아이들 머릿속에 자동으로 국제 학교 등급이 나누어진다. 그 등급은 공부로 나뉜다. 베트남 국제학교도 결국은 공부로 평가를 한다. 부모들 역시 내 자식이 명성 높은 국제학교 고등부에 재학 중이라는 위상을 뽐내며 의기양양한 자태를 내뿜는다. 마치 안 그런 척 하지만 말투와 태도에서 풍겨 나오는 그녀들의 과시와 자랑은 은연중 호수 위에 깔려 있는 자욱한 안개처럼 스멀스멀 나타난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 프라이드는 아이의 자존감 과는 상관이 없다.
자아존중감(自我尊重感, self-esteem)이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자아존중감이 있는 사람은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할 수 있고,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된 사람은 자아존중감을 가질 수 있다. 자아존중감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이라기보다 주관적인 느낌이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은 자아존중감을 갖는 첫 단추이다. 이 용어는 미국의 의사이자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가 1980년대에 처음 사용하였다. 자존감이라는 개념은 자존심과 혼동되어 쓰이는 경우가 있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자신에 대한 긍정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대한 긍정'을 뜻하고 자존심은 '경쟁 속에서의 긍정'을 뜻하는 차이가 있다. -출처 위키 백과 -
자존감이란 말 그대로 정체성이 확립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이지 외부의 조건으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너무 높은 자존감 역시 물론 부작용이 있다. 과한 자존심과 자만심이 삶의 눈을 멀게 한다면 과한 자존감 역시 부족한 공감능력, 독단적인 삶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린 시절 섣부른 자존감으로 천하태평하면서 유유자적한 초등 삶을 즐기다가 갑작스러운 중∙고등학교 학업에 짓눌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회오리 같은 사춘기를 보내게 된다. 그것 또한 낭패다. 부모도 아이도 둘 다 마음이 너들 너들 해질 것이다. 국제학교를 다닌다고 우쭐되는 과한 자존심과 자존감은 아이에게 독이다.
베트남에서 국제 학교를 선택할 때 한 번쯤 아이의 성향을 먼저 신중히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초등학생의 경우 아이 성향을 고려한 뒤 학교를 선택하고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학업으로 들어간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만약 한국에서 있다면 요즘 적성, 심리 검사 MBTI 등 성향을 파악하고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체능인지, 현실형인지, 탐구형인지 등을 알 수 있다. 학교 선택 시 도움이 많이 된다.)
만약 아이가 영리하고 한국에서 영재 교육을 받고 왔다면 엘리트 중심의 국제학교를 우선순위에 두고 알아보는 것이 좋다. 학업이 우선순위인 국제학교에서 한국의 영재교육 못지않은 두배의 지식확장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콘텐츠 중심 교육과 약간 주입식 교육이 한데 아우러서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초등학생이라도 깊게 공부를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아이의 성향과는 반대로 창의성, 예술성, 독립성, 개성, 거기다 활발한 성격까지 가졌으면 하는 부모의 넘치는 바램으로 자유롭고 자율성이 존중되는 학교를 선택한다면 에너지가 넘쳐나는 교실에서 아이가 오히려 지칠 수 있다.
Case 1.
A라는 똘똘한 친구가 있었다. 규칙과 규범을 좋아하고 약간의 결백증 그리고 강박 증상이 있는 그 아이는 결국 1년 뒤 다른 학교로 옮겼다. 자유롭고 자율성이 존중되었던 학교에서 오히려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장난이 심한 친구들 사이에서 힘들어했고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교육과정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미 한국에서 지시받는 수업 방식에 익숙했던 그 친구는 영어도 아직 어눌은 데다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서 하기에 미흡했다. 부모가 바라는 만큼 만능 척척박사가 되지 못했다. 결국 원래 그 친구와 더 어울리는 곳. 학업을 중시하는 학교로 옮겨갔다. 그렇다고 자유로운 학교에서 1년의 경험이 영 쓸모없지는 않았다. 조금 둘러서 천천히 자기 길을 찾아간 것이다. 초등 때의 전학 경험은 아이의 자립심, 사회성을 키워 준다.
Case 2.
1년에 한 번씩 학교를 옮기는 아이도 있다. 첫해에는 영어를 배우는 국제학교, 그다음 해에는 아이의 창의력과 자존감을 위한 국제학교, 그다음 해에는 공부와 시험을 목표로 학업 위주 국제학교로 옮겨 다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학교에 불만이 많아서 옮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학교에 불만을 가지기 이전에 학교와 아이의 성향을 좀 더 제대로 파악을 했다면 일 년 단위로 학교를 옮겨 다닐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다녀 보니 별로 였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이 정서상 크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충분히 고려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별로 일수도 있다. 그렇다고 학교를 홀라당 다른 학교로 옮기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금 당장 선생님과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시간이 흘러 결국 그때 그 상황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독립성이 존중되는 국제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학업보다 습관 잡기 훈련을 먼저 도와준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부모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 시간관리 방법을 학교에서 어떻게 배웠는지, 무엇이 우선순위 인지 등 학교에서 무얼 하고 오는지 부모도 끊임없이 모니터링을 해줘야 한다. 아이들의 습관은 약간의 틈만으로도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모래성과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그런 노력 없이 학교만 믿고 1년 후에는 학교 탓만 한다.
특히 국제 학교를 마치 영어학원처럼 생각해서 영어가 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가르치는 게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학교에는 영어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ESL 또는 EAL프로그램이 있다. 이 두 프로그램은 언제 까지나 학교 교과과정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어 보충 학습 제도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ESL, EAL을 수업을 듣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영어실력이 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해낸다. 국제학교만 다니면 무조건 영어가 되는 줄 안다. 집에서는 영어책보단 유튜브를 즐겨면서 말이다. 학교가 할 역할이 있고 부모가 할 역할이 있다.
학교는 학원이 아니다. 만약 아이가 수업시간 누워만 있다면 학교와 선생님을 탓하기 이전에 우선 집에서 부모가 아이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선생님이 그 아이를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더 이상 강압적으로 할 수 없는 학교 분위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그렇고 친구가 그렇게 해서 아이가 그렇게 한다는 핑계는 변명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학교의 성향 파악도 매우 중요하다. 급한 것은 우선 그 아이에게 먼저 관심을 쏟아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베트남 국제 학교 중 카펫 바닥에 눕거나 소파에 앉아서 수업을 참관해도 되는 학교가 있는 반면 교실에 앉아 있을 때 양손은 겨드랑이에 끼운 체 양반다리를 하고 바닥에 앉아야만 하는 학교도 있다. 어린 나이 유치원도 동일하다. 엄격한 학교는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통제한다.
만약 아이의 성적과 학업이 목표라면 과업과 학습 성과를 중시하는 학교로 선택하는 편이 좋다. 학업이 우수한 학교에서는 부모도 단련시키기 때문이다. 마치 학생들을 단련시키듯 상담 때 부모에게 노골 적으로 정확히 이야기한다. 아이의 부족한 점, 그래서 지금 당장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급한지, 얼마나 뒤 쳐 저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집에서 공부시켜 주시면 더 욱 좋겠다고 정확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그날 엄마는 집에서 괴물로 변한다. 아이는 흥분한 엄마의 외계어를 알아들을 수조차 없고 당황스러운 나머지 눈물 콧물로 얼굴이 범벅이 된다. 마치 엄청난 죄를 지은 죄인처럼. 아이는 수업시간 나름 한다고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저히 엄마가 왜 흥분을 하고 자기에게 소리를 지르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무서울 뿐. 보통 엄마들은 그날부터 사교육, 책방, 과외 선생님을 사방팔방으로 알아본다.
(나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아이 핸드라이팅 중 필기체 연습이 있다. 그것이 발단이 되어 선생님 말만 듣고 아이를 허마 타면 잡아먹을 뻔했다. 아이는 수업시간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이쁘게 깨끗하게 적은 것이다. 결국 핸드라이팅 필기체는 잡히지 않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다니는데 전혀 문제없다.)
그렇다. 베트남에 국제학교 시스템중 이런 절차로 학교를 운영하는 곳이 있다. 결과는 훌륭하다. 아이의 지적 수준은 꽤 높아진다. 똑똑 해진다. 그리고 습관도 잡힌다. 학교, 부모, 아이와 함께 셋이서 삼위일체가 되어 정 중행을 하듯 돌진하기 때문이다. 초등 수학의 경우 최소 3년 이상은 예습이 되어 있어야 레벨별 수업시간 상위권 반으로 배정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수학 학원만 2군데 다니는 아이들도 허다하다. 고작 9살이다. 그리고 그 아이의 인생은 베트남 국제학교에서 초등 때부터 치열하고 피 터지는 경쟁적인 삶을 시작한다. 영어의 경우 영어 리딩 레벨 때문에 아이도 울고 엄마도 운다. 국제학교에서 한국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끼리 경쟁을 한다. 친구 아이 영어 리딩 레벨이 궁금해 아이 가방을 뒤지는 엄마도 있다. 친구 집에 초대되어 놀러 갔는데 아이의 책꽂이부터 일일이 흩어 보는 엄마도 있다. 정말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베트남 국제학교는 색깔과 개성이 분명하다. 명확하다.
학부모의 성격과 성향도 국제학교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 왜냐면 아이와 부모의 성향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길렀다면 대부분 부모를 닮는다. 굳이 옆집 윗집 다른 반 아이들 공부 성적을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 국제 학교를 보낸다면 온전히 우리 아이에게 집중하고 아이 속도에 맞추어 학업 성과를 낼 수 있다.
베트남 국제학교 성적표는 지극히 사적인 교사의 주관적인 의견, 배분율 그리고 map테스트(실행하는 학교만)로 아이들의 실력과 수준을 평가는 시스템이다. 학교에서 레벨별로 수업을 나누는 곳도 있지만 꼭 최고 반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면 아이도 부모도 베트남에서 국제학교 다양함을 누리며 다닐 수 있다. 예. 체능부터 여러 활동이 무궁무진하게 많다. 학교의 성향을 면밀히 알아차리고 부모가 약간의 센스를 발휘해 함께 아이를 도와준다면 아이가 원하고 또 부모가 원하는 교육 목표를 베트남 국제학교에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덤으로 예체능까지 함께 할 수 있다.
<2편에 이어서 나머지 비밀 공개합니다~ 입학시험과 자율성이 강조 되는 학교에 관한 내용 입니다. 내용이 많아서 중간에 끊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