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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Mar 09. 2021

베트남 국제학교 선택시 아이 성향을 보면 어떨까요?

저는 내면을중시하는사람입니다.

베트남 정보 인터넷 카페가 있다. 몇 년 동안 나 자신조차도 카페 일원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내 성격에 맞게 눈팅만 하고 강퇴를 당하지 않을 만큼 아주 가끔 정보만 몇 번 올린다. 브런치 플랫폼 안에서는 젖 먹던 힘까지 (소젖 먹고 자랐는데) 용기를 내어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고 있고, 하루에 수십 번씩 ‘발행 버튼’을 취소하고 싶다 라는 고민으로 브런치 생활 중이다. 특히 요즘 '브런치 플랫폼에 대한' 생각이 무지 많다. 댓글, 구독자 글, 좋아요 버튼.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있는 중이다.


브런치에 올린 글 중 호치민 국제학교 링크만 카페 게시판에 올린 적 있다. 혹여나 도움이 될까 싶어서이다. 생각보다 감사하다는 댓글 20개 이상 받고 뿌듯했다. 한국에 계신 분들, 특히 학부모들이 '많이 답답한가'라는 생각도 든다. 설마 유학까지 생각하고 계신 걸까? 한국 교육 긍정적 측면 보단 부정적 시각으로 가득 차 있는 난, 그분들 입장이 충분히 이해된다.  어쩜 그래서 교직을 뒤로 한채 미련 없이 나왔을 수도 있다.


국제학교 링크를 타고 학교 웹 사이트에 접속하면 학교 규정, 규모, 학비까지 한 번에 알 수 있는 정보였다. 남의 인생에 끼어들어 이 학교 가세요, 저 학교 가세요, 배 나라 감 나라 간섭하는 조언을 딱 질색하는 성격이라서 링크만 올렸다. 정보를 읽고 판단하는 것은 개인 몫이다. 영어로 되어 있지만 구글 크롬 번역을 사용하면 한국어로 쉽게 전환이 된다.


 국제학교에 '한국인 코디네이터'도 상주 중이다. 메일을 보내면 친절한(?) 답변과 학교 소개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인이 해마다 증가하고, 대기 학생 대부분 한국 학생이라서 한국인만 전담하는 한국인 코디네이터가 따로 상주중이다.) 궁금한 점이 있을 땐 직접 연락해보면 깔끔하게 해결된다. 더욱 좋은 방법은 직접 방문이다.


네이버 블로그나 다음 사이트를 조사하면 똑 소리 나는 사견과 기록도 있다. 개인적인 사견이라서 읽다 보면 나와 다른 시점, 관점, 의견도 발견한다. 인간의 사고 특성상 자기만의 기다란 빨대 구멍 사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충분히 다른 점을 인정한다. 나 또한 나의 생각과 사고에 갇혀 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통찰을 가졌다면 ‘도인’이라 칭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죽 답답하셨으면 나에게  문의를 하셨을까. 일 년 전에 성의 없이 '국제학교 링크'만 다짜고짜 올린 사람한테...



그분의 질문은 이러했다.


 '무엇을 하시는 분인지 모르나, 잘 아시는 것 같아 한 가지 더 여쭈어 봅니다. Aisvn은 호주 학교인가요? 2 군 쪽으로 학교를 정하려고 합니다. Aisvn은 어느 나라 학교인가요? Tas는 어떤가요? 한국 학생이 있나요? 공부 보단 자유롭고 편안한 학교로 가고 싶습니다. 생각이 많다 보니 한국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시는 분인지 모르나... ㅎㅎㅎ
'가정주부입니다.'
'잘 안다기보다는 소신껏 살고 있습니다.' <똥 고집이라 볼수도 있지요.>


늦은 밤 느닷없는 댓글 속에 그분의 답답한 심정이 보였다. 한국 시간 11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다.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얻고 싶어도 제각기 다른 의견과 다른 학교 분위기라 어떤 학교를 선택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음이 틀림없다. 그것도 한국에서 말이다. 베트남 국제학교와 한국에 있는 국제학교를 비교한다면 워낙 다른 점이 많아 비교가 잘 될지 모르겠다. 한국 교육 열정은 전 세계 적으로 유명하다. '한국 국제학교를 감히 베트남 국제학교와 비교 할 수 없다'가 나의 생각이다. 베트남 국제학교는 한국 국제학교와 다른 분위기이지만 나름대로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분은 영어 때문에 학교 선택을 주저하시는 모습도 보였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꼭 비교를 해야만 할까. 그 학교를 있는 그대로 볼 수는 없을까. 삶을 살고 있는 순간순간 우리는 비교를 하면서 살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 매일 노력 중이나 매일 까먹는다. 국제 학교를 비교 하기 이전, 그 학교가 중요시 하는 교육관, 성격, 학교 운영 방침을 이해하면 그 학교가 대충 보인다. 무엇을 선호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학교를 경영하고 있는지. 이 학교는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구나 라고 생각한 뒤 '내 아이'를 보면 된다.


아주 깊게 아이를 들여다보면 된다. 부모가 원하는 것을 보는 게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것을 봐야 한다. 아이가 원하는 학교생활이 부모와 일치 된다면 더욱 좋다. 아이를 들여다 보기 힘들 때는 전문가 도움, MBTI나 적성, 성격 검사를 간단히 해보고 참고하는 방법도 훌륭하다. (맹신은 금물이다)


'학교가 자유분방하고 통제하지 않아서, 내 아이가 기초 영어 파닉스를 숙지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역으로 '내 아이가 노는걸 너무 좋아 한 건 아닐까?'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왜냐면 그토록 노는 학교에서도 IB만점이 나오고 수학 경시대회에서 일등도 나오기 때문이다.


아이들 마음은 시시각각 변한다. 가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내면에 꽁꽁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다. 부모가 원하는 , '이렇게 하니, 엄마가 좋아했어'라는 것을 표면에 드러내고 정말 그것이 자기가 원하는 것인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칭찬에 목숨을 걸어 '칭찬의 노예' 되기도 한다.  학교는 이런 특징이,  학교는 저런 특징이 있어 별로다 라는 비교와 판단보다, 우리 아이는 어떤 아이 인지 먼저 아는것이 학교 선택에 도움이 많이 된다. 학교는 기업이다. 호치민 국제학교는 사립이기 때문에 기업의 냄새, 자본주의 냄새가 가득하다.


특히 내향적인 아이들이 외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게되면, 일반적인 아이들이 느끼는 것보다 몇 배는 크게 와닿기 때문에, 아이가 어릴수록 부모가 좀 유별날 필요는 있다. 유별날 필요가 있다는 말은 외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예민하게, 민감하게 아이 내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너무 과해 과잉보호하라는 뜻은 아니다. 금발 머리 선생님과 갑작스레 다른 학교 환경에 적응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친구도 있다. 호치민 국제학교 선택 시 초등, 중등, 고등 모두 아이 성향을 고려해 학교를 선택한다면 그나마 시행착오가 덜 하지 않을까. 학기 중간에 옮기는 부모들도 종종 있다. 아이들이 힘들어 한다.


공부 잘하는 학교.

운동만 하는 학교.

대학입시 준비 확실히 관리해주는 학교.

규칙과 서열이 있는 학교.

엘리트 중심 학교.

시험 위주 학교.

초등 저학년에게 좋은 학교.

중등에게 좋은 학교.

자유분방한 학교.

학생관리 안 되는 학교.

막 전학와서 영어 익히기에 좋은 학교.

몇 년 후 세컨더리로 옮기면 되는 학교.

한국 특례 12년생이 많은 학교.

... 등등 더 있다.


학부모들이 호치민 국제학교를 나누는 기준이다. 저 학교들이 어떤 학교 인지 알고 있다. 단지 나와는 다른 시각을 가졌을 뿐이다. 표현의 차이일 수 있다. 학교는 일반적으로 비슷하지만 이곳 국제학교는 학교별 개성이 강하다. 학교규정이 강해 매몰 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같은 학교 재학 중인데도 아이와 성향이 잘 맞아, 부모조차도 알지 못한 아이 특별한 재능이 수면위로 떠오르기도 한다. 어쩜 국제학교 경험이 있고 학교 근무 경험도 있어 다른 학부모들보다 학교 성향이 좀 더 쉽게 눈에 띄는 면이 있기도 하겠다.


공부가 우선인 부모, 마음 탄탄이 우선인 부모, 운동과 공부 악기 모두 다 잘했으면 하는 부모, 건강이 최고다 라고 생각하는 부모, 12년 특례가 목표인 부모, 서울대, 의대, 고대, 연대가 목표이신 분, 제각기 목표와 삶의 목적이 다르다. 분명 이 다양한 목표는 우리 아이들이 다 잘되었으면 하는 기대와 욕심에서 나왔다고 본다. 아이를 품고 기르는 양육 방식 역시 이렇게 다른데, 다른 환경에서 나라에서 성장하고 공부하고 자라온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단 칼에 무 자르듯 그 학교를 평가할 수 있을까. 어떤 학교는 너무 달라 비교 조차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 단어로 판단한다. 공부시키는 학교, 안 시키는 학교.


출처: pinterest


왕왕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부모가 다니는 경우도 본다. 학교 셔틀버스로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은 이른 아침 (학교 등교 시간 7시 40분) 부모들이 직접 Drop을 하고 하교 시 (2시 40분~4시 사이) Pick up을 해야 한다. Nanny 나 메이드가 드롭 엔 픽업을 하기도 하지만 부모들이 직접 한다. 아침 드롭후 커피숍에서 브런치를 즐기며 그녀들은 그들만의 성벽을 쌓는다. 분위기 속에 최고라는 자부심과 당당함이 스며들어있다. 그곳에는 수만 가지 수천 가지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그 무리에 끼지 못하는 젊은 엄마들은 속앓이를 하기도 하고 호치민 생활을 힘들어하기도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데...

그 모든 정보가 과연 내 아이에게 필요할까?

내 아이와 그들 아이들이 모두 같은 성향일까?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 하나?

A반과 B반을 비교 후 교장실에 달려가 이유를 묻고 반을 바꾸어야 하나?

C반 수학 수업 진도를 듣고 수학 학원을 동시에 2군데를 보내야 하나?

갑자기 화제가 전환되어  

시월드 배틀

여행 배틀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 속에 꼭 끼어 있어야 할까.

그렇게 아이의 우주와 인생에 참견해서 모든 것을 부모가 원하는 데로 휘둘러야 할까.




저녁을 먹고 식탁을 치운다.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나만의 섣부른 판단으로 그분 심정을 복잡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한참을 고민한다.


늦은 저녁 노트북 앞에 앉아 많은 생각후 그분께 답글을 달아 드렸다.


'2군 안푸 지역에는 많은 국제학교가 있습니다.

학교가 가진 성격이 고유하기 때문에 어떤 학교가 좋다 나쁘다고 저는 감히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호치민에 6월 입국이시니, 오셔서 직접 학교 투어를 해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투어 도중 한국인 코디네이터를 통하여 학교 규정과 경영 방식 그리고 교과 과정 형태를 알아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학교가 어떤 학교인가도 중요하지만, 아이 성향과 맞는 학교가 아이에게 최고의 학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많은 학교 소문과 의견을 잠시 뒤로 남겨두시고, 직접 방문해 보시면 한국 국제학교와 사립 공립학교와는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재 넘었다면 죄송합니다.'


6월 입국이라 학교가 방학중이고 투어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급하다고 하신다.

그분께 다시 댓글을 달고 싶었다. 이렇게...

 

'오셔서 방학중 여유를 조금 즐겨 보세요. 호찌민은 느리게 살고 있는 도시랍니다. 학교 일주일 정도 늦게 입학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게 없다고 봅니다. 요즘 코로나로 외국인들이 자국으로 많이 귀환한 상태라 학교에 자리가 많이 있습니다. 우선 오셔서 보시고 결정하시면 어떨까요? 마음에 여유를 가지시고 학교를 차근차근 알아보심이 어떨까요?'


하지만 더 이상 아무 글도 댓글로 달지 않았다. 그것은 나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분도 분명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아이를 위해 부모로써 최선의 길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중심'을 잡으시고 아이와 맞는 학교를 찾으셔서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호치민에서 가졌으면 한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한국과 별 반 다를게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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