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마음가짐

마음 그릇을 키우면 누구나호치민마담이 된다.

by Choi

수많은 마담들과 달리 나의 ‘호치민 마담’ 생활은 결코 호화롭거나 화사하지 않았다. 친정과 시댁 없이 개발도상국 준비 중인 나라에서 쓸 만한 기저귀 하나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엄마 란 직업도, 집안일도 모두 처음이었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나에게 김치를 담그는 일과 육아는 베트남 택시기사와 메이드 시련에 이어 릴레이 달리기처럼 또다시 한번 나는 완패했다. 언제나 베트남 승! 메이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아줌마로서 엄마로서 오지에서 살아 남기 위해 치열한 몸부림을 쳤다. 육아 가사 도우미를 간절히 원했으나, 나에게 그런 행운은 오지 않았다.


운을 논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복도 한몫한다. 그랬다. 난 인복도 없었다. 정말 그땐 신이 있다면, 정말 신이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 정도로 육아 메이드와 인연이 닿질 않았다.


인복이 없던 마담 생활을 유지하고자 인터넷과 카카오 단톡 방에 의지했다. 베맘모 카페와 열댓 개 정도 되는 호치민 카카오 단톡 방에 가입하고 인스타와 페이스북 팔로우도 한다. 정보가 넘쳐 난다. 하루에 천 개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쌓인다. 어느 날 하루 메이드 단톡 방에 백개가 넘는 메시지가 표시되어 있다. 보통 ‘소개해 주세요.''시세가 얼마인가요?’ 간단한 질문 한두 가지 올라오는 단톡 방이 웬일로 불이 났다. 읽어 보았다. 역시나 10여 년 전과 동일한 문제다. 스스로 내린 결론은 인간관계 즉 소통 문제였다.


‘베트남 맘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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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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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와 관계 갑질이 아닌 인간관계로 마주하기

지금도 호치민 주부들은 여전히 메이드 문제로 골머리를 섞고 힘들어한다. 그들도 나처럼 인복이 없나 보다. 아무리 문화적 차이라고는 하지만, 집에 낯선 사람을 들이는 문제는 어느 정도 신중해야 한다. 남편만 궁합이 잘 맞아야 하는 게 아니다. 심지어 함께 살고 있는 남편과 아이와도 실랑이를 하고 얼굴을 붉힐 때가 허다 한데, 하물며 한국 사람도 아닌 베트남 사람을 집안 도우미로 생활하면서 그 어떤 불편함도 없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당연히 어려운 점도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우선 어휘, 의사소통에서도 그렇고 문화적 차이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순간 가사 노동에서 해방된 느낌에 날라 갈듯하지만, 언제나 우리 삶은 그러하듯 동시에 어려운 부분도 마주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메이드가 그만 두면 어쩌지’ 하는 무서운 집착과 직면한다.


온전히 홀로 남편과 둘이 육아를 하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덕분에 메이드와 관계를 고용주와 고용인 관계로 보기보단, 사람 관계로 보게 되었다. 같은 한국 사람들과도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가 얼마나 힘들지 않은가. 육아를 하면서 마음 챙김 공부를 틈틈이 했다. 좁아터진 마음 그릇을 넓혔다. 시각을 앞뒤로 뒤집어엎고 사고를 틀었다. 덕분에 호치민 생활 일상 속에서 부딪히고 만나는 사람들이 곧 내 삶의 스승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으로 맞는 말이다. 한국사람이든 베트남 사람이든 정말 모두에게 배울 점이 가득했다.


나와 맞는 메이드를 찾기 위해 우선 나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메이드를 불릴 만큼 배짱이 있는지, 살림살이에 대해 잘 아는지, 인간관계를 맺는 요령을 잘 아는지, 사람을 대하는 처세술이 중간 정도는 되는지, 베트남 민족에 대해 어느 만큼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메이드와의 관계도 인간관계로 보아야 한다고 다시 한번 꼭 강조하고 싶다. 정보를 얻기 위해 아랫집 윗집 건너집과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처럼, 메이드 역시 우리가 필요에 의해 맺는 관계다. 회사처럼 고용주와 고용인과의 관계로 보기에 우리 사이는 너무 멀고도 가깝다. 메이드는 우리 가정 집안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다. 부엌에서 일을 거들어 주고 아이들도 보살펴 준다. 고용주와 고용인 관계 보단 반 정도는 가족 비스무릿한 애증의 관계이기도 하다. 메이드가 속한 작은 사회를 인정하고 베트남 사회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마담 나의 이야기

난 배짱도 없었고 메이드가 화를 내면 잠을 못 잘 정도로 가슴이 뛰었다. 메이드 얼굴이 사납게 보여 다음날 마주 할 때면 방에서 나오지 못했다. 집안일이 하기 싫었고 또 다른 메이드를 구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러다 메이드 오는 시간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나를 보았다. 심지어 메이드가 오는 시간이면 집을 나갈 채비를 했다. 3시간 동안 밖을 배회하다 아주머니가 일을 마치고 갈 때 쯔음 집으로 돌아왔다. 아주머니가 청소를 엉망으로 해놓고 1시간 만에 집을 나서는 모습을 커피숍에서 우연히 보기도 했다. 남편과 상의 후 내보냈다.집에 나보다 나이 많은 도우미를 들여놓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그들 입장에서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 나이 든 아주머니는 젊은 사람이 어제는 시키지도 않던 대청소를 시키자 짜증이 난 것이다. 난 단지 소파 밑과 침대 밑 그리고 세탁장을 좀 꼼꼼히 닦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항상 같은 집안일을 같은 루틴으로 하던 아주머니는 몸도 고단한데 갑자기 느닷없이 구석구석 청소를 시키는 젊은 내가 미웠던 것이다. 어쩜 난 갑질을 행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난 아주머니에게 요령껏 부탁할 줄도 몰랐고 마음 한 구석에는 깨끗하게 청소하지 않는 아주머니가 불만이었던 것이다. 그 기분이 말로 전달되었고 아주머니도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베트남 민족에 관한 책과 여러 책들을 접했다. 나 자신이 좀 단단한 사람이 될 쯔음,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그들을 다시 마주 한다.


호치민 마담 될 준비되셨나요?

다름을 이해하고 문화를 이해한다면,

완벽성을 내려놓는다면,

어설픈 동정심과 정을 막 퍼주지 않는다면,

이 곳 또한 사람 사는 곳이라는 점과,

더 이상 한국과 선진국과 비교를 멈춘다면,

현재 삶에 만족하고 감사함이 맘속에 가득 차 있다면,

마담 될 준비 되셨습니다.

호치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림출처: Le Phan Quoc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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