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동정할 권리가 없다. 존중만있을 뿐.
본격적으로 우렁각시를 찾기 위해 제일 처음 고려해야 할 상황이 이 친구들은 '누구냐'이다. 이 부분을 마담들이 많이 간과하고 넘어가는데, 차후 아이 장난감부터 집안에 물건들이 하나둘씩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개인적인 조사가 왜 필요한지 절실히 느낀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으므로, 미리 정보를 알아 두도록 하자.
메이드를 구하거나 소개받기 전에 나에게 맞는 시간, 요일, 나이, 경험, 경력, 결혼 여부 등을 정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시골에서 막 올라온 나이 어린 메이드( 중학생부터 남에 집 일을 시작한다), 결혼은 했으나 남편이 무직인 메이드, 혼자 생활하는 메이드, 한방을 여럿이서 사용하는 메이드, 이혼한 메이드, 자녀가 있는 메이드가 있다. 종일이나 상주 메이드를 구할 때는 알아 두는 편이 도움된다. 불길한 사건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 또, 서로를 이해하고 메이드와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사례 1>
한동안 요리 메이드가 있었다. 부엌은 그녀의 성지가 되었다. 부엌을 전적으로 그녀에게 맞기고 손을 놓아 버렸다. 난 참으로 무지했다. 장보고 남은 잔돈은 그녀의 용돈이 되었다. 냉동실에 랩으로 소고기가 동글동글 미트볼 공처럼 말려 있었고 매일 그녀가 퇴근할 때마다 1개에서 2개씩 없어졌다. 간장과 된장 고추장은 이상하게 헤펐다. 육아에 정신줄이 나간 나는 혹시나 그녀가 그만둘까 그냥 모른 체하고 넘어갔다. 결국 작은 뚝배기 냄비까지 보이지 않았다. 아이 이유식 그릇, 숟가락, 밥공기도 한두 개씩 없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그녀와 작별 인사를 했다. 그 친구에게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내 마음이 덜 다쳤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메이드 면접 시 개인 사정을 물어보면 좋다.
맘에 맞는 우렁 각시를 찾기 위해 마담도 노력을 해야 한다. 메이드 사이에 마담에 대한 소문도 역시 돌기 때문이다. 어디 누구 집 마담은 '성질이 고약하다'라고 자기들끼리 마담 뒷담화도 한다. 우리가 메이드 이야기를 하듯, 그들도 마담 이야기를 하고 마담 정보를 공유한다. 이때 쉬운 마담, 물건이 없어져도 잘 모르는 마담이라고 메이드 사이에 소문이 나버리면 새로 메이드를 집에 들였을 때 눈여겨보거나 조심해야 된다.
무엇보다도 우리 마음가짐 역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사도우미’ 네이버 사전에 의하면 ‘일정한 보수를 받고 다른 사람의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정의되어있다. 그들의 직업은 말 그대로 도우미 즉 우리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다. 굳이 이 어휘를 사전에서 찾아본 이유는 메이드가 집안일을 마치 본인 집처럼 청소를 하고 정리정돈까지 해주기를 바라는 마담도 있어서다. 그 마음 때문에 서로 속상해한다. 메이드는 도와주는 사람이다. 집주인은 마담이다.
메이드도 한 가정에서 엄마이고, 딸이며, 와이프이다. 그들을 한 인간으로 존중해 주어야 한다. 베트남 친구들이 메이드란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된 이유는 아직 베트남 경제성장이 도약 준비 단계이고 빈부 격차가 너무 커서이다. 시민 의식, 도덕의식, 윤리 의식 역시 한국과 많이 다르다.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이다. 한국도 그런 시절 있었다. 다른 나라, 다른 생각, 다른 경험, 다른 민족임을 항상 기억하고 그들과 우리의 삶이 다르다는 것을 마음속에 각인을 한다면 다른 색깔을 가진 그 친구들을 조금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속옷 다림질까지 시키는 마담도 있다. 뭐 개인 성향 이겠지만, 가끔 메이드가 다른 마담 집에 가서 이야기도 한다. '속옷까지 다려서 일이 너무 많고 힘들다고'. 항상 겸손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 가짐으로 메이드와의 자그마한 인연도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 나도 서툴고 너도 서투니 조심하면서 일하자. 그리고 함께 일을 한다. 메이드에게 전적으로 의존만 한다면, 그 메이드는 우리 집 안 주인이 된다. 우렁각시를 찾더라도, 집주인과 주방 주인은 나 자신이다. 나의 주인이 나 자신이듯, 가정을 책임지는 주부 역시 가정의 주인은 마담이다.
처음 오신 분들 중 과하게 메이드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식탁에서 함께 밥도 먹었다가 크게 마음고생하시는 분도 보았다. 동정과 친절을 구분하자. 메이드에게 동정심을 표현하여 밥이나 음식까지 차려줄 필요까지는 없다. 또 너무 경계 없이 친절해서 메이드에게 살림 주도권을 빼앗기는 일도 왕왕 있다. 적당한 선과 거리가 있어야 한다. 모든 인간관계처럼 동일하다. 한국 '가사도우미'처럼 대우를 해주면 된다. 너무 넘쳐서 서로가 다치지 않게 적당한 거리와 선은 언제나 환영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동정할 자격이 있는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동정을 한다는 전제는 내가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존재감에서 나오는 감정이다. 정말 그럴 자격이 마담이라서, 한국인이라서, 공부를 더해서, 돈이 더 많아서 가질 수 있는 자격 인가? 인간은 동일하지 않던가? 공자의 가르 침중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천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말이다. 메이드라는 직업은 베트남 사람들이 밥을 먹고사는데 하나의 생활 수단일 뿐이다. 하지만 마담들은 가끔 착각을 한다. 내가 메이드 보다 우월하다고. 메이드도 사람이고 우리도 그들과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베트남에 거주하는 동안 꼭 기억하기로 했다.
지금 현시점 2021년이다. 호치민은 요즘 급 성장기를 겪고 있고 교민들에겐 새로운 정보가 계속해서 필요하다. 물론 단톡 방이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나의 직접적인 경험담도 함께 도움이 되고자 한다. 그중 메이드, 국제학교, 병원이 주부들의 최대 관심사다. 요즘은 부동산에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장보기는 배달앱, 한국 마트,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이 넘쳐나고 있어 손가락 하나로 장보기가 해결이 된다. 나도 믿기지가 않는다. 응답하라 2007 호치민 시대에는 장보기도 큰 숙제였는데. 급변한 호치민이 낯설기도 하다.
일괄적이고 통상적으로 '베트남 사람이라서 그런 거야' 라가 아니라 촌락 민족이었고 화동성을 가진 문화, 폐쇄성과 공동성이 공존하는 문화, 우리나라 사람이 생각하는 정 (情 )과 이(理)가 다른 맥락으로 통하는 베트남 문화를 알게 된다면 마담이 되고 나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림출처: Studiost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