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욕망은 아주 어릴적부터 '무엇이 되고자 하는 의지' 로서 출발하여 주로 직업에 집착하였다. 나고 자라면서 늘 주변에서 듣는 소리가 '너 커서 뭐가 될래?' 였으니 그럴만도 하다. 20대가 되어 내가 어떤 직업을 갖는냐에 따라 '나'를 소개할수 있는 얼굴이자 무기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다.
대학교를 졸업할즈음 많은 또래들이 회사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는 수순을 밟았지만 나는 멀찍히 바라보는 편이였다.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공부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은 시험을 거쳐 안정적인 전문직을 갖거나 대다수는 회사에 취직했다. 서비스업, 생산직도 있고 다양한 직군에 '나'라는 사람을 끼워맞추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
딱히 깊게 생각할만한 것도 없다. 대학까지 나왔으면 그 다음 해야할 당연한 인생의 숙제라고 생각할수 있다. 그러나 남들이 뛸때 나는 멈추어서 레이스 바깥으로 벗어났다. 경주하기 싫었다.
내 기억속의 초등고시절과 심지어 20대 전부를 통털어 '그저 혼자있음'을 더 선호했는데 어울리는 방법을 몰라 그러했는지 속내를 내놓기 싫고 웃고 노는 것조차 어색할 뿐이였다.
돈을 벌긴해야겠으니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학원에서 혼자 일할수 있는 '어린이공부선생님'역할이 딱 맞았다. 그것은 사회생활하며 겪게 되는 인간관계의 간섭과 통제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방패였다. 나의 욕망을 채우고 사람관계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을만한 좋은 직업이였다.
우연한 만남으로 무모한 결혼도 했다. 어디든 멀리 떠나고싶다는 간절한 욕망이 그것을 가능케했는데 사람들로부터 떠나 나만의 안전한 둥지 안에서 자식 낳고 키우며 숨고 싶었다. 어린이들을 대하다 보니 나의 자식을 원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클때와 달리 학교는 아이의 자아존중감을 우선시하고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는 비교하고 줄세우며 때리는 일 없이 교육한다. 엄마로서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된다.
나의 욕망은 아이들과 친밀해지는것, 같이 있어서 편안하고 행복한것이였다. 직업이 '무엇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라면 엄마는 '아이들과 같이 있어서 더말할나위없이 좋은것'이였다. 그러나 결혼생활도 20년이 지나니 끝이 났다.
내가 욕망에 집착하지 않으려면 나뿐만 아니라 내주변과 세상이 계속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한다.
불교의 관점에서 '나'는 오온이라는 다섯가지 요소로 설명한다.
색(色): 몸, 물질
수(水): 느낌,감정
상(想): 인식,기억
행(行): 의지, 생각, 습관
식(識): 의식, 알아차림
이 다섯가지가 잠시 모여서 '나'처럼 보일 뿐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몸도 계속 변하고 감정도 계속 바뀌고 생각도 계속 바뀐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정된 '나'는 없다는 것을 무아라고 말한다.
사람이 집착하는 것은 내 것, 내 생각, 내 자존심, 내 인생이다.
불교에서는 이 집착때문에 화가나고 상처받고 욕심이 생기고 괴로움이 생긴다고 한다.
무아를 실제 삶에서 느끼는 순간은 화가 났다가 금방사라질 때이다. 누가 심한 말을 하면 처음에는 '내가 화났다'라고 느끼지만 조금 지나면 화가 줄어들고 생각이 바뀌고 마음까지 달라지는 것을 깨닫는다. '화난 나'도 계속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변하는 마음의 흐름이다.
무아는 '내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고 고정된 영원한 자아는 없고 변하는 과정으로서의 나만 있다. 흐름으로 존재하는 나라고 보면 된다.
나는 '나'를 구성하는 요소중에 수(水)가 원할하게 흐르는 편은 아니다. 타인으로부터 느낌과 감정이 좋지 않으면 과하게 숨고 피하면서 나를 방어한다. 그렇다고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타인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그것과 달리 실제 부딪혔을때 내 마음에 좋은 감정이 일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는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습관을 지닌 '나' 는 그렇다고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닐텐데 사랑과 편안함이라는 집착이 스스로 변하지 않으려는 고집을 만들었다. 나와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나와 사회생활에서의 관계가 계속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무서움, 좌절, 실패감조차 물 흐르듯 지나가고 변한다는 것을 깨닫게된다.
매일 알아차리고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으나 좋은 습관으로서 인생을 괴롭지 않게 살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나는 계속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