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추억의 슈퍼마켙입니다.
단순한 마케팅과 브랜딩은 재미가 없다.
분석을 통해서 효율성과 수익성을 따지고 그럴싸한 것을 만들어낼 때에 희열을 느낀다.
우연찮은 계기로 외국인 대표가 차린 무역회사의 이벤트를 바이럴 하게 되었다.
용돈벌이로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려는데 시작 전부터 하나하나 다 따지고 약간 무시하는 투로 내게 말했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업무 진행을 했었다.
페이스북에서 광고 집행 한번 하고 마크업 비용을 받는 거라 돈도 얼마 되지도 않는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가 이거 안 받으면 죽어?'라는 생각에 영어로 못하겠으니 네가 해라라고 문자를 쓰다가 답답해서 전화를 걸었다.
그래도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니 만나서 이야기해야겠다 싶어 내가 찾아가겠다고 전하고 미팅을 했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스트레스받으면서 내 시간을 날릴 바에야 정중히 거절하고 나는 돈 안 받고 시간을 소중히 쓰겠다는 의사를 전달할 것에 집중했다.
정작 미팅을 하는데 대표가 수술을 하고 나타났던지라 약간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도 그만 참견해 줄래?라는 말을 하면서 내 스트레스에 대해 어필했다.
다행히도 대표가 내 스트레스를 인정해주면서 자신은 코카콜라의 한국지사장과 중앙아시아 지부? 뭐 거기에 있으면서 꼭 자신이 확인하는 습관이 들다 보니 그랬다며 스트레스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었다.
한국 여성과 결혼해서 쉰이 넘은 나이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생겼고 그 딸을 위해 한국에서 살기로 결심했다고 이야기하면서 딸을 위한 회사를 차렸다고 했다. (이 타이밍에 먹먹해졌다. 수술하고도 나랑 미팅한 것도 짠한데, 딸을 위한 회사라니 당신은 정말 멋진 분이군요.)
모두들 자꾸 뜯어먹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해줬다. 그리고는 도와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내 손에 들어온 광고 환경이 제품명으로 되어 있는 영문 페이지에 번역기를 돌려서 만든 멘션과 제품의 본사에서 받았을 법한 사진들이 올라간 페이스북 페이지와 텍스트가 가득 담긴 이벤트를 진행하기 위한 콘텐츠였다.(심지어 그 이벤트 콘텐츠는 20만 원 주고 만들었는데 텍스트 오버레이에서 빨간색이 뜨는 콘텐츠였다. 하지만 그 콘텐츠는 디자인 경력 5년? 6년? 차 디자이너가 만들었던 거였고, 나는 진심으로 격앙된 말을 내 마음속으로만 했다.)
먹먹해진 나는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면서 한국에서 장사할 거면 당연히 한국어로 검색했을 때 나올 수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여야 하고 네가 관리해왔던 페이지는 팔로워도 구매를 해서 만든 쓰레기라고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나는 이때 멈췄어야 했다. ㅠㅁㅠ)
우선 계약이 이벤트 광고 집행이니 한 건은 돌리면서 퍼포먼스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고 이 사람의 회사를 모두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이벤트는 집행해야 하니까 직원에게 시켜 콘텐츠를 새로 만들고 광고를 했다.
광고비가 17,000원을 소비한 시점에서 광고를 껐다.
사실 이벤트는 괜찮게 진행되고 있었다. 17,000원에 이벤트 참여자는 180여 명이었고 그 참여자 중에 추첨을 통해 리워드를 발송하면 됐었다.
그리고 그를 만나 이야기를 했다.
"넌 네가 소싱해온 제품을 그 회사의 이름으로 팔고 있는데 다른 제품들도 페이지를 만들고 너의 돈을 들여서 마케팅할 거니?"
그는 우선은 몇 개의 브랜드만 테스트를 해보고 돈을 쓰겠다고 했다.
"그럼 네가 가진 브랜드 20여 개의 페이지를 만들고 20배의 돈을 쓰겠구나?"
그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잘 되면 본사에다가 마케팅 비용을 별도로 요청할 예정이라는 말을 했다.
"분명 너도 성장할 건데 20여 개의 브랜드가 더 늘어날 거고 그때마다 마케팅을 위한 채널들을 만들고 광고를 한다면 넌 남의 회사를 위해서 쓰는 돈이 계속 늘겠구나?”
그는 얼굴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거면 니 회사가 아니라 그 사람들의 회사를 넌 만든 셈이네?
만약에 네가 힘들게 한국에서 브랜딩과 마케팅을 했는데 너한테 물건을 주지 않는다면? "
질문을 퍼부으면서 자신의 상황을 상기시키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안 좋은 상황으로 점점 치닿기 시작했다. 너는 이상한 놈들한테 일을 맡겨서 만든 채널은 돈만 먹는 쓰레기가 됐고, 심지어 나는 계약대로 진행을 하지 않고 환불하겠다고 찾아왔으니 기가 차는 상황이었다.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가면서 문제점을 이해하고 솔루션이 필요함을 인지했다. 그리고 내가 분석한 내용을 꺼내어 효율성 있게 수익화시키기 위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우선 브랜딩과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 특히나 이커머스에 대한 접근으로 사용자와 소통하면서 지낼 수 있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칭찬하면서 그것들을 다 버리고 새로운 하나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다.
프로젝트 명은 'All for One'으로 회사 채널을 만들기를 제안했다.
그리고 영문으로 되어있는 회사 이름을 쓰는 게 아닌 OKsuperfoods를 '옥희 슈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OKsuperfoods는 오세아니아와 코리아의 이니셜을 따와서 만든 브랜드로 호주와 뉴질랜드의 질 좋은 제품을 한국에 판매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실제로 올리브영부터 시작해서 많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그가 소싱해온 제품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많은 이들이 먹고, 쓰는 브랜드들이 많았다.
그렇게 다양한 제품을 가지고 판매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물류와 유통에 치중한 오프라인 사업구성에 온라인은 구미가 당기는 영역이지만 제대로 들어가지를 못하고 있었고, 그를 위한답시고 많은 에이전시들이 붙었지만 돈을 가져가기에 바빴었다.
무튼 나는 그를 살리기 위해 브랜드 명이 필요했다.
오케이 슈퍼푸드는 너무 길다. > 오케이라는 단어는 긍정의 내용으로 많이 쓰이니까 버리지 말자. > 오케이는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ㅇㅋ라고 많이 쓰고 있다. > ㅇㅋ를 읽을 땐 오키라고 많이들 읽는다.(나만 그럴 수 있지만) > 오키 오키 하니까 옥희가 생각나네? > 브랜드를 의인화시키는 것도 재미있겠다. > 옥희 슈퍼푸드? > 옥희가 있는 슈퍼마켓은 어떨까? > 슈퍼마켓은 나 어린 시절 동네 아주머니가 슈퍼 앞 평상에서 수다 떠는 장소였는데 > 슈퍼 = 커뮤니티 장소?!!! >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동네마다 작은 슈퍼들이 있었고 나 어린 시절의 슈퍼는 동네 소식을 주고받는 커뮤니티 장소였다. 그리고 그런 시절을 겪고 자란 나는 향수를 가지고 있다. > 옥희 슈퍼는 그냥 동네마다 있을 범직한 작은 점포고 그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세대들은 지금 어른이 되어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다. > 옥희가 호주와 뉴질랜드 이야기를 슈퍼마켓에서 동네 꼬마들 모아 두고 이야기를 하는 거야~!
물론 벌써 시간이 흘러 저런 절차로 생각했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럴 싸한 브랜드 명이 만들어졌고, 그 이야기를 들은 대표는 동의를 하고 회사 이름부터 이미지 모든 걸 바꾸기로 했었다.
물론 결국엔 다른 가지에 또 다른 가지가 뻗어 다른 이야기로 흘러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난 이야기였고, 강의할 때 종종 그때 보여줬던 제안 문서를 꺼내기도 한다.
기획이 즐겁다.
생각이 글로 나오고 말로 전달하고 그게 행동으로 이어져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쳐간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사실이 또 다른 누군가들에게 인지되어 갈 때에는 마케팅이라는 필드에서 움직이는 게 너무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