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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Feb 28. 2020

꿈길을 함께 걷는다는 것

각자도생의 삶이지만, 꿈은 함께 꾸는 것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가 스스로 자기 살 길을 도모함


산다는 게 결국 "각자도생"이다. 다 큰 성인이라면 더더욱 자기 살 길 자기가 찾는 거다. 역으로, 자신의 인생에 비로소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을 질 수 있게 됐을 때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산다는 것은 참 외로운 과정이다. 삶에 따르는 수많은 선택과 책임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니까. 그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100%를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전이할 수 있는 대상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으니까.


그중에서도 '꿈을 꾼다는 것'은 조금 더 특별하게 외로운 일이다. 꿈을 꾼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수준의 Risk Taking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베팅하지 않으면 수익률이 0% 인건 당연하다. 때문에, 간절히 원하는 게 있으면 때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안정적인 수입을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일 수도 있다. 삶의 우선순위에 따라 무엇을 취하고 포기할지는 결국 본인의 선택이다. 그것도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선택. 엄청나게 크고 중요하다 생각하는 가치를 포기한 채 꿈에 매달려 봤지만, 그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누굴 원망하겠는가? 그것 조차 본인이 내린 선택인걸.


꿈에 닿기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하고 이를 실행해가는 것은 너무나도 두려운 일이다. 베팅의 부정적 결과는 무조건 독박이니까. 하지만, 이는 꿈을 이루어가기 위해 마땅히 수용하고 견뎌내야 하는 감정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두려움을 잘 통제하고 꾸준히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꿈을 이루어내기 위한 결단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부상조(相扶相助)
서로 의지하고 서로 도움


각자도생의 삶이지만, 꿈을 지켜내고 실제화해가는 과정은 상부상조해야 한다. 각자가 각자의 꿈을 이루어가기 위해서는 서로 도와야 한다는 역설. '각자'는 '서로'를 통해 좀 더 완결성 있고 성숙한 '개인'이 된다.


이는 서로가 서로의 꿈에 개입하고 참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대신 책임져 줄 것도 아니면서 남 인생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꼰대'다. 조언을 해주려면 적어도 그 선택에 따르는 결과에 책임을 나눠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삶의 무게를 함께 짊어진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함부로 남 인생에 참견했다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 괜히 삶이 '각자도생'이겠는가.


함께 하는 것은 참견하는 게 아니다. 그저 있어주는 것이다.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거. 무엇인가를 잘했든 못했든 상관없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로 자리를 지켜주는 거. 그것을 의미한다.


이는 누군가의 소중한 인생이 다른 사람의 꿈과 성취를 위해 이용당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세상의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서만 존재해야 하는 사람은 없다. 각자는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내야 한다. 각자의 시선은 먼발치에 있는 자기 자신의 목표와 한 발 앞의 걸림돌을 반복하여 살피기에 바빠야 한다. 그렇게 한 걸음씩 조심히, 꾸준히, 방향성을 지켜가며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러다 가끔 넘어져 버릴 때, 갈 바를 알지 못해 방황하는 불안한 시선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할 때, 고개를 돌리면 나처럼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누군가가 있음을 깨닫고 위안을 얻게 되는 것.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시기가 나만의 힘듦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고,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도록 자극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있어주는 것'의 힘이다.




상부상조의 미덕은 감정적인 안정감과 만족의 상태를 초월하여 보다 실제적인 의미를 가진다.


실리콘밸리에 '페이팔 마피아'라는 사모임이 있다. 그들은 서로 뜻이 맞아 청년의 때에 함께 전자상거래 시스템 '페이팔'을 만들어냈다. 현대 간편 결제 시스템의 초석이 된 '페이팔' 덕분에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됐다. 말 그대로 세상을 변화시킨 '혁신'을 이뤄낸 것.


2002년, 이베이에게 한화 약 1조 5000억 원을 받고 페이팔을 매각한 후, 페이팔 마피아의 멤버들은 개인의 꿈을 따라 각자의 꿈길을 걷기 시작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유튜브의 스티브 챈, 링크드인의 리드 호프만, <제로 투 원>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피터 틸,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였던 피터 씨엘 등 그들은 각자의 삶에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내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혁신들을 지금까지도 줄곧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의 성공적인 행보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했을 것이다. 당연히 개인의 노력이 가장 큰 성공의 요인이었을 것이고.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삶을 자극하고 또 다양한 도움을 주고받은 '페이팔 마피아'의 끈끈한 유대감 또한 분명 큰 역할을 했음이 틀림없다. 그들은 페이팔을 매각한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함께 모여 실리콘밸리 문화와 사회의 흐름, 정치와 경제적 이슈, 각자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직면한 문제와 그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해 격의 없이 대화했다. 그리고, 이러한 만남과 유대감은 각자의 프로젝트에서 보다 창조적인 혁신이 만들어내는 데 기여했다.


이것이 상부상조의 또 다른 미덕이다. 꿈길 가운데 함께 하며 서로의 삶에 이성적이고 물리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것. 함께 성장해가고, 또 서로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꿈길이 닿을 때에도, 갈라서서 각자의 길을 갈 때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성장시켜주는 존재가 되어주는 것. 이것은 정말 엄청난 메리트다. 혼자서는 절대 상상도 할 수 없던 결과물에 함께 함으로 도달할 수 있다는 뜻. 상부상조의 시너지는 언제나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이다.




꿈길을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는 것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경쟁력이 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꿈 꾸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너무 좋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해가며 각자의 꿈에 닿을 만큼 꾸준히 성장해가려는 사람들과 교감하는 게 좋다.


매일의 삶을 성실히 최선으로 살아가다 가끔씩 버겁다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꿈을 향해 나아가는 다른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며 자극도 받고 위로도 얻을 수 있으니까. 반대로, 그렇게 꿈길 속에 지쳐하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공헌감으로 인해 내 삶이 더 풍성하고 행복해지기도 한다. 또, 내 업무나 전문성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시각과 인사이트들도 제공받는다. 너무나도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일이다.


모두의 인생에 이러한 관계들이 풍성하게 축적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사회가 조금 더 꿈과 꿈이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수 있었으면, 그 이전에 꿈꿀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성숙되어 갔으며 좋겠다. 이렇게 꿈과 꿈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다양하게 준비되고 열린다면 개인에게도, 사회 전체에도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력들이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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