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의 역사>
유아정 저
amStory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니, 첫번째 의미로는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둘째로는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함'이다. 나는 이 사전적 의미에서 '균형과 조화'에 방점을 찍고 싶다. 그동안 아름다운 것을 예쁜 차원을 넘은 어떤 것으로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 어떤 것이 바로 균형과 조화 아니었나 싶다. 어찌되었든 아름답다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관점을 내포한 단어이기에 그 해석도 개인적인 가치관과 경험에 따라 상대적일 것이다. 아름다움은 누리는 이와 보는 이, 전하는 이 모두에게 다른 것들을 남긴다. '아름다움'이라는 네 음절로 밀도있게 표현할 뿐 모두 다른 의미와 감정을 담고 있다. 너와 내가 다르듯, 아름다움도 여러 색깔로 빛난다.
소위 말하는 '아름다움'을 위해 나는 노력을 게을리한 편이다. 그 흔한 화장도 정성들여 하지 못하고, 화장품 고르는 일에도 까다롭지 않다. 가방도 하나를 사면 주로 그것만 들고 다니는 편이고, 스카프 하나 멋스럽게 매본 적이 없다. 내 몸에 걸치는 무언가가 과감한 색인 것이 조심스럽고, 찢어진 청바지는 작년 봄에 처음으로 입어봤다. 향수는 작년 2월 생일 선물로 받은 후에야 즐겨 사용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뭐든 예쁜 것보다 편한 게 좋다. 이러니 개성적인 패션이랄 것도 없이, 그냥 늘 무난한 꾸밈으로 튀지 않게 다닐 뿐이다. 이 책은 내가 거의 소지하고 다니지 않는 반지, 거울, 스카프, 모피, 모자, 드레스, 장갑, 고양이, 가발 등에 대한 역사도 담고 있지만 어느 하나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을만큼 재밌게 읽혔다. 사소한 것들의 역사를 읽고나면 그것들이 새롭게 보인다. 그런 시각의 변화가 좋다.
이 책을 읽으며, 19세기 오스트리아 엘리자베스 황후(1837-1898)와 마리아 거닝(1733-1760)의 삶에 가슴이 아리다가 순간 먹먹해지곤 했다. 아름다움의 역사는 '인내'의 역사였다. 몸에 독이 됨을 알면서도 지속할수 밖에 없는 '중독'의 역사였다. 불편을 감수하고도 포기할 수 없는, 자유로운 선택을 가장한 '강요'의 역사였다. 적어도 여자에게는 그러했다. 당시 아름다움의 기준이 전부이고 최선이라 생각하며 살았을 그녀들로 인해 아픈 마음이었다. 강요된 아름다움이 슬펐다. 그녀들에게 바지를 입히고, 몸을 조이지 않는 넉넉한 셔츠를 입혀 로션만 바른 맨얼굴로 세상을 마음껏 뛰어다니게 하고 싶다.
이 책 속에서는 아름다운 외모와 패션을 담은 명화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수많은 장식으로 치장한 수많은 그림들 중에, 결국 내 마음에 남은 그림은 마담 퐁파두르(1721-1764)의 초상이었다. 그녀의 드레스도 물론 근사하지만, 그보다 내 눈길을 끈 건 그녀의 손에 들린 책이었다.
마담 퐁파두르의 수많은 초상화는
대부분 책과 함께이다.
그녀의 초상화에서 책을 발견한 순간, 나는 그 책을 놓지 않았던 그녀의 마음을 읽고 싶었다. 그녀의 얼굴과 배경, 화려한 의상도 뒤로 물러나고, 책과 함께 한 그녀의 분위기만 남았다. 책을 든 손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시선이 고왔으리라 짐작한다. 책과 함께 있는 시간이 평화롭게 느껴진다. 무엇을 걸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중요하다. 아름다움은 겉모습이 아니라, 오래되어 우러나오고 흘러나오는 속사람에 있다. 그 어떤 공주의 드레스보다, 아비가일의 지혜와 에스더의 결단을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내면과 외면이, 생각과 삶이 '조화와 균형'을 이룬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해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