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시간>
정주희 글.사진
나는북
"너는 예쁜 것만 봐."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때타지 않게 살짝 꺼내보고 싶은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 아끼고 아껴서 그 시선까지도 아껴주고 싶을 때 하는 말. 생각해보니 내가 듣고 싶었던 이 말을 똑같이 해준 사람이 없었네. 마음이야 없었겠으랴마는, 말도 이렇게 해주었으면 그 마음이 더 오래 기억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오늘은 내가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싶다. 예쁜 것만 보라고. 그래서 오늘은 이 책, <꽃들의 시간>이다.
플로리스트의 일 년간의 일기다. 글은 간결하고 사진 속 꽃들은 눈이 시릴 만큼 예쁘고 곱다. 금세 읽어버릴 수 있는 책이지만, 사진 속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져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질 않았다. 예쁜 것만 보는 게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돈 드는 것이 아니어도 되는데, 지천에 널려있는 것들이 숱한 아름다움인데 그동안 마음이 바빴나보다. 책 속 꽃들의 향연 속에서 세상은 더 곱고 사랑스럽게 보였다.
마음에 드는 꽃들의 향기까지 깃든 사진엔 포스트잇으로 표시를 해두었다.
(저자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 쓰자면,)
아름다움을 농축해 놓은 것은 은방울,
그 어느 꽃보다 보드라운 질감을 가진 라넌큘러스,
마음의 평화를 찾아주고 낭만으로 가득 채워주는 작약,
숨 막히는 아름다움을 가진 연한 핑크빛 이브피아제,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켜 놓은 생명체 같은 잔모로 장미...
난,
작약과 라넌큘러스가 좋아.
얇고 여려보이는 꽃잎이지만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그 잎들이 여러 겹으로 풍성하게 피어나는 그 충만함이 좋아.
꽃말을 찾아볼까?
작약은 '수줍음',
라넌큘러스는 '매력' 혹은 '매혹'
완전히 다른 꽃말인 듯 싶다가도
수줍음의 매력은 다 보여주는 매력보다 더 크지, 암.
하며 두 꽃말과 꽃을 짝꿍으로 이어둔다.
겹겹이 피어나는 꽃잎들처럼
매일매일 하루를 살포시 얹어가는 것,
인생과 닮았다.
나에게 꽃같다고 말해준 사람이 있었다.
부드럽고 섬세하게 대해 주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나에게 유리항아리 같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대하지 않으면 깨질 것 같다고.
두 사람은 내 눈에 물이 고이게 했다.
한 사람에겐 고마워서,
한 사람으로부터는 아픔에.
인스타그램 메시지.
똑똑^^
어제 서점리스본에 갔었어요.
꽃들의 시간을 사왔지요~
오늘 플라워수업이 있다는 것도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오늘은 영 시간이 안 되어 못 갔어요 ㅠ
다름 아니라 책을 보면서 꽃을 배우고 싶어졌어요.
참여 가능한 수업이 있을까요?(꽃에 대해서는 많이 낯설어요^^)
꽃을 마냥 바라보고 싶은 밤.
책 속에서 본 그녀의 고백으로 행복에 물드는 밤.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
아름다운 것을 만지는 일이
직업이라 참 좋다.
P.S.
#1. 꽃이름으로 나를 비유해줬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나더러 목련을 닮았다고 했다. 그 얘기를 웃자고 다른 분께 이야기했더니 그분의 말씀, "목련? 그거 시들면 뚝! 떨어져서 갈색으로 변하고 지저분해지는 꽃이잖아요." 그 얘기를 듣고는 기분이 묘해졌다가 이내 웃었다. 목련을 떨어지는 모습으로 먼저 이해하는 사람도 있구나 싶어 신선해서. 나에게 처음 비유해 준 사람은 그런 의미는 아닐 거라 생각하고 있다.
#2. 그림 수업을 받을 때, 옆 사람이 유화물감을 사용해도 아크릴 물감인 줄 알았던 나. 냄새를 전혀 못 맡았다니 나도 충격적이었다. 후각이 예민하지 않은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이야! 오늘은 꽃들을 보면서 나의 둔감한 후각에 심각하게 아쉬움을 느낀다.
#3. 저자의 다음 문장들에 밑줄을 긋고 싶었다.
"밤새 피어났구나! 예뻐라~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이런 아이,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꽃이었음을.
또
지.금.도.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