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아픈 사람"_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With Frida Kahlo

by Jianna Kwon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박연준 저
alma



아픈 사람은 몸이 아프면서
동시에 삶이 아픈 사람이다



3년 전쯤, 광화문 한복판에서 하늘을 보다가 프리다 칼로 전시 광고판을 보았다. 당시에 전시라면 이끌리듯 다 찾아다니고 싶었던 때라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잠시였다. 무겁기가 겁이 났다. 지금 삶 이대로 좋은데, 또 가슴에 돌덩이 하나 올려놓는 일이 꺼려졌다. 그녀의 삶도, 그림도 알고 있었다. 전시가 궁금했지만 참았다.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은, 아마 그때가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새파란 하늘이 좋았고 온몸으로 으스러지도록 나뭇잎에 초록빛을 적시는 나무들이 뜨거웠던 여름이었다. 때로는 누군가의 아픔을 피하고 싶다. 그때가 그랬다.


허리가 아팠다. 누웠다가 앉을 때, 앉았다가 일어날 때만 아팠다. 누웠다가 일어날 때는 너무 아파서 침대에서 구르듯 내려와 기어 움직이기도 했다. 일단 일어서서 조금 지나면 근육의 긴장이 서서히 풀어지며 견딜만해졌다. 그 후에 걷는 건 많이 힘들진 않았다. 이번엔 증상이 평소와 다르게 심하기에 동네병원에 갔다. 요추 4번과 5번 사이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했다. 예상은 했지만 구체적으로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들으니 덜컥 했다. 다행히 다리 저림이나 근력저하 소견은 없으니 지켜보자는 말을 들었다.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니 좀 나아진 것 같았다. 여전히 앉았다가 일어날 때는 눈물이 쏙 빠지게 아팠고 허리의 모든 근육이 일제히 굳어버린 화석처럼 단단해져 나는 고스란히 그 고통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일단 일어서고 걸을만해지면 집안을 돌아다니며 서서할 수 있는 무언가를 했다. 굽히는 것도, 앉는 것도 어려우니 서있거나 느리게 걷거나 눕는 게 최선이었다. 그날의 스케줄이 두 개 있었다. 꼭 해야하는 스케줄, 아니 꼭 참여하고 싶었던 스케줄이었다. 걸을만하니 포기하고 싶지 않은 스케줄을 그대로 감당하기로 했다. 내일 더 쉬지, 하며.


아픈데, 분명히 허리가 아픈데 약기운인지 묵직하고 뻐근한 느낌이 주로 느껴지고 종종 자세를 바꿀 때만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움직이는 게 두려움이었다. 아프고 쉬어야하는 상황인데도 할 일은 하고 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라지만 내내 서있다보니 다리는 부었다. 조금만 더 버티자고 생각하며 견뎠다. 결국은 조금 일찍 자리를 떴다. 마지막까지 그 자리에 있는 것보다 돌아가서 몸을 누이고 싶었다. 나를 걱정하는 연락들이 왔다. 쉬라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성격상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아픈데 할 일은 하고 있으니, 마치 몸이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 몸을 느끼는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인생도 그렇다. 어딘가는 아프다. 그런데 다른 부분이 괜찮으면 아프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괜찮은 줄 알고 산다. 아프다고 말하기도 미안해하고 아파서 못하겠다고 말도 못한다. 괜찮은 척 한다. 아픈데, 분명히 아픈데도.



몸이 온전해 보인다고 건강한 게 아니듯이
몸이 온전치 못하다고 병든 것도 아니야.




내가 아프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성숙함이다.

아프면 어디가 아픈지 이야기하는 게 건강함이다.

아파서 못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나를 사랑함이다.

그것은 결코 비겁함이 아니다.


프리다 칼로가 그랬듯, 모든 인생은 수많은 아픔을 품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논할 바 아니다. 그녀는 그림으로 아프다고 말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말보다 글보다 더 정확하게 보여줬다. 그녀는 성숙했고 건강했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았다. 내 아픔이 무엇인지를 직시하는 것도 용기다. 프리다 칼로의 모든 상황과 그녀의 감정을 지금으로서는 온전히 공감할 수 없고, 박연준 작가의 글 속 감정의 심연까지 결국은 도달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하지만 확실한 건, 프리다 칼로가 자신의 아픈 인생을 보여주었고 그로 인해 난 그녀의 아픔을 보았으며 그림 속 그녀를 위로하고 나를 다독일 수 있게 되었다는 거다. 자신의 아픔의 자리를 알고 그것을 드러내는 그녀의 강인함은 고매하다. 자신의 아픔을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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