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는 이야기>
최규석 글.그림
사계절
fable 09 어떤 동물
오래 전에 멸종된 어떤 동물에 대한 이야기.
꾸르륵꾸르륵 우는 동물들 사이에
유독 한 녀석만
끼리릭끼리릭 하고 울었다.
끼리릭 우는 녀석에게 아무리 꾸르륵 우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도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고치려고 해도 고쳐지지 않으니 더더욱 듣기 싫어진
끼리릭 소리에 미움이 커져갔다.
모든 나쁜 일은 끼리릭 우는 동물 탓이라 했다.
끼리릭 우는 동물은 조물주의 실수이고, 저주일지도 모른다고.
이제 모두 끼리릭 우는 녀석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모두가 끼리릭 없는 세상을 꿈꾸었다.
꾸르륵 울던 녀석들은
조물주에게 자신들이 느끼는 고통을 고백했다.
조물주는 그 모든 동물들을 위해
동물들의 귀와 목소리를 없애 버렸다.
귀도 없고 울지도 못하는 동물들은
모두 부드러운 털가죽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유독 한 녀석만
거칠고 뻣뻣한 텉을 갖고 있었다.
결국 모든 동물은
귀도 목소리도 털도 없는 흉측한 몰골이 되었다는 이야기.
끝나지 않을 이야기.
결국 모든 것을 잃고서야 깨닫게 될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슬프게도(?) 모든 인간은 다르다.
누군가는 나와 다르고
나도 누군가와 다르다.
다름이 문제가 된다면,
다름을 문제시 한다면,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다면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을 잃어야 한다.
내가 누군가와 같아져야 하고
남도 나와 같아져야 하는 일은
나의 나다움을 꺾는 일이며
남의 남다움을 짓밟는 일이다.
남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나도 남과 다르게 존재할 수 있다.
오늘도 타자와의 비교로 인해 괴롭다면,
기억해야 한다.
내가 그들이 가진 것을 꺾으려 한다면,
나도 그들에 의해서 내가 가진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내가 가진 것을 놓지 않으면서
남이 가진 것을 빼앗을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은 다르다.
반드시 다르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나도 남과 다르게 되는 것을 꿈꾸어서는 안 된다.
남이 나보다 나은 것이 괴로워 그를 끌어내리고 싶다면
나도 결코 남보다 나아져서는 안 된다.
내가 타인의 장점에 마음이 들끓어
그의 단점을 찾으려 한다면,
내 장점에 대해
누군가는 단점을 뒤지고 있음을 기억해야한다.
내가 타인의 단점에 불쾌함을 느낀다면,
누군가도 나의 단점으로 인해
참을 수 없는 고통 가운데 있을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모두가 똑같은 세상은 없다.
내가 너와 똑같은 사람으로 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남도 나와 똑같이 살아야할 이유는 없다.
다르다는 것은
그저 다르다는 거다.
다르다는 것은
그것을 똑같게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라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