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저
예담
새하이얀 종이 한 장 꺼내고 싶어졌다.
모서리가 날카롭지 않은 조금 도톰한 페이퍼.
끝부분이 조금 연미색으로 변해 있어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했던 종이였음이 드러난다면 더 좋겠다.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은 테이블 위에
달콤하면서 그리운 맛이 나는 향초를 피우고 앉고 싶다.
종이를 테이블 위에 얌전히 올리고
내 손에 가장 잘 익은 검은 펜 하나를 꺼내 들어
"잘 지냈니?"하고 첫 문장을 쓰고 싶다.
그 사이 세월은 유난히 빠르게 흘렀고
그 많던 행복의 순간들이 희미해진 지금
아무렇지 않은 듯 지금 내가 사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우리가 나누었던 꿈에 대한 이야기도.
길지 않은 편지를
손톱자국 나지 않게 손끝으로 접어
한겨울 아무도 밟지 않은 쌓인 눈 같은 봉투에 담아
황갈색 트와인 끈으로 크로스 시킨다.
마지막으로 리본을 매기 전,
말려두었던 연보랏빛 꽃 한 송이 놓고
조심스럽게 함께 묶으면 되겠다.
꽃잎이 바스러지지 않게
무심해 보이는 봉투에 한 번 더 편지를 넣고
정성스럽게 주소를 쓰고 싶다.
급하게 보내야 하는 편지가 아니라
아주 오래 마음을 써서 지은 편지.
뭉근하게 내 마음이 느껴지도록.
우편함에 있는 동안 연보랏빛 꽃물이 보이지 않게 물들어
편지를 펴보는 내내 읽는 이의 마음도
라일락처럼 향긋해지면 좋겠다.
그리운 한 친구의 얼굴이
손으로 만져질 듯 눈앞에 그려진다.
p.s. 시작처럼 끝도 조금 더 마음을 썼더라면
너에게 지금보다는 쉽게 연락할 수 있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잘 지내니?
난, 너의 마음의 매듭도 부드럽게 풀렸는지가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