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견디게 좋아요."_책섬

by Jianna Kwon
<책섬>
김한민 글. 그림
워크룸 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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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책은 정말 좋아해요.
펼칠 때의 느낌, 덮을 때의 느낌이
못 견디게 좋아요.

펼칠 땐 바람이 일고,
가루가 막 흩어지죠.
책마다 다르고
그래서 두근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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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정말 좋아서
책 병에 걸린 아이처럼
눈으로 책의 활자들을 끊임없이
만지고 훑고 느끼고 경험한다.

매일 책섬 위에 선다.
아무도 없는 그 섬에서는
그저 고요히 바라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일만 가능하다.
책 속에 홀로 있는 내가
활자를 통해 꿈틀거리는 인물들을 본다.
피어오르는 생각들을 만난다.
흩어져내리는 감정들을 느낀다.

책이 좋은 이유는
순식간에 뚝딱 지어 내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다.
도무지 그럴 수 없는 것이어서다.
책이란,
작가가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놓치지 않으려
타닥타닥 채로 잡듯
마음을 졸이며 써내려가
글로 묶어둔 것이고,
풀리지 않는 부분에서는
열이 펄펄 끓는 아이처럼
뜨겁게 그 문장을 끌어안고 씨름하여
결국엔 최선의 것을 찾아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섬을 발견할 때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 책섬을 거기에 두고 간
어떤 작가의 마음과 손길을 먼저 느껴보는 것이며,
책섬에서 책 속의 모든 것을 느낀 후에는
아주 조심스럽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눈을 감는 것이다.

오늘 밤도 새로운 책섬에 도착했다.
조심스럽게 섬 위에 발을 얹고
균형을 잡아 섰다.
책장을 넘기면 또 다른 세상이 나타난다.
못 견디게 좋은,
책섬으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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