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과 이야기
모리스 할머니에 관한 책 두 번째.
지난번에 포스팅한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는 할머니의 자서전이라면,
이 책은 아트메신저라는 타이틀을 이름 앞에 붙인 이소영 작가가 본 할머니의 삶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 공통된 부분이 당연히 많았지만,
이 책이 재미있게 읽혔던 것은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이소영 작가의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라는 책에서 보지 못했던 그림도 볼 수 있었다.
(1,600여 점의 그림을 그리셨다니 내가 보지 못한 다른 그림들이 얼마나 궁금한지!)
이소영 작가의 글을 통해서 나는 많은 부분 "맞아, 맞아!"하며 공감했고
내가 미처 글로 표현하지 못했지만,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했던 것들을
명쾌하게 이 책에 풀어놓아준 것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그녀는 그저 풍경이 좋았던 거다.
모든 풍경을 하나, 하나 원경으로 다 그린 것을 보면
그저 우리에게 다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하늘 위를 나는 새처럼 그렇게 마을 전체를
그림에 품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을 넋 놓고 보고 있으면
새가 되어 세상을 보는 기분이다.
저 멀리 뒷동산의 나무까지,
마을로 들어오는 길까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그려졌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보며 나도 생각했다.
그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녀의 그림들은 모두 풍경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멀리 내다보는 그림이 많다.
하지만 아주 멀지는 않아서,
가슴에 품어 안았을 때 포근할 정도로,
그녀의 삶의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을법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실세계만큼 품는 듯하다
나는 그녀가 그린 이런 날이 좋다.
진솔하면서도 일상적이어서 좋다.
희망에 차지도 절망에 빠지지도 않은 평범한 보통날을 그린 것 같아 좋다.
특별히 예쁜 색으로만 칠해진 것이 아니라
카키색, 갈색빛의 마을을 표현했는데도 이렇게 소담스러운 걸 보면
그녀의 그림의 비밀을 알 것 같다....
그녀는 '일상을 그려내는 마술사'다.
그녀의 그림 속에서는
빨래를 널고 이삿짐을 나르고
시럽을 만들고 퀼팅을 하는 그 시대의 일상이 고요하게 담겨있다.
고요하지만 무겁지 않고
명랑하고 즐겁다.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Handmade에 대한 갈증이 생긴다.
무엇이든 원하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추억이 적다.
사소하지만 나눌 수 있는 것을 함께 만들고, 만드는 과정에서 삶이 나누어지고
서로의 온기를 느끼기도 하는 그런 핸드메이드 감성.
그녀의 그림은 이런 핸드메이드 감성 때문에 그렇게 따뜻한지도 모르겠다.
모지스 할머니가 그린 그림의 모든 순간에는
'사람'이라는 주인공이 빠지는 일이 없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멀리서 보면 평온해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소리가 가득 들린다.
고요함 속에 있는 수다스러움이
그녀의 그림이 가진 매력이기도 하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멀리서 전체를 보게 만들고
그다음 그 안에 들어가서 걷고 놀고 만지고 싶어지게 만든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 속에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모두 고독하지 않다.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모습을 쓸쓸하지 않다.
그리고 때때로 그림 속의 사람들은 아주 즐거운 몸짓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이들은 뛰고 구르고 넘어진다.
그녀의 그림에는 이처럼 사람이 있고 '함께'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 속으로 나도 들어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보면 내가 처음 보는 낯선 곳인데도
내가 익숙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이다.
그리움이 깊어지는 이유이다.
그녀의 그림 제목을 보는 일도 즐거운 일이다.
아이 같은 순수한 제목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녀는 '무제'라고 성의 없이(?) 달지 않았다.
그녀는 겸손하고 친절한 태도로 그림을 느끼는 사람에게 설명해준다.
'여기는 내가 ~을 했던 곳이고,
이때 나는 이렇게 즐거웠지'하고
할머니가 옆에서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너도 그런 기억이 있지 않니?'하는 것처럼.
마음에 드는 그림 몇 장을 프린트 아웃하여 독서 노트에 붙여두었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창문 밖(Out the Window)>라는 작품은 주방 창가에 붙여놓았다.
그녀의 그림 속 눈 오는 풍경이 참 좋다.
그녀의 눈 오는 날의 그림은 따뜻하다.
눈이 녹을 정도의 봄날의 온기로 그려졌다.
어쩌면 그녀의 눈 오는 그림은 사실 봄인지도 모른다.
1950년에 그려진 그림
<마을축제(Country fair)>를 보여주며 둘째 딸에게 물었다.
"하슬아, 이 작품 제목이 뭔 거 같아?"
"말?!!!"
"그래? 하. 하. 하. 제목은 마을축제야."
"그러네요. 근데, 말~ 말~ 말~ 마을~ 마을~ 그래서 마을축제 아니에요?"
우리 딸 덕분에 웃는다.
The Well-beloved
이소영 작가처럼,
나도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자주 보고 싶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