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창밖을 내다보라
창밖 풍경에 대해 말할 때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창 너머 세상만큼이나
스스로를 드러낸다
이 책을 우연히 본 순간,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 이 책 속의 마테오 페리콜리의 그림이 좋았고, 63명의 뉴요커들의 이야기도 궁금했다. '창'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감상을 불러일으켜줄 거라는 확신이 들어 바로 구입한 책이다. 김소연 작가의 "차단되고 싶으면서도 완전하게는 차단되기 싫은 마음, 그것이 유리를 존재하게 한 것이다."라는 글이 떠올랐다. 창밖 풍경은 유리를 통해 바라본 풍경이다. 차단되어 있으나 완전히 차단되지 못하는 바깥 세계와 나 사이의 불완전한 경계가 창이다. 이러한 창과 창을 통해 바라본 풍경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진 마테오 페리콜리가 창과 풍경을 그리고, 63인의 뉴요커들의 창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창밖 풍경>, 이 책이다.
책장을 넘기면 왼편에는 그 창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그 집의 주인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오른쪽에는 마테오 페리콜리가 그린 그 창에 담긴 풍경이 그려져 있다. 먼저 마테오 페리콜리가 그린 창과 풍경을 바라본다. 나의 시선과 경험들을 통로로 그것을 느낀다. 그런 후에 그 창밖 풍경을 수도 없이 바라보았을 그 창의 주인의 이야기를 읽는다. 이렇게 한 장 한 장 읽다 보면 그것은 대화가 되고, 때로는 공감, 때로는 반전, 때로는 신선함과 유머를 동시에 느끼게 하며 재미를 더해준다. 왼쪽 페이지의 글들을 읽으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진지한 사람인지, 유머러스한지, 차분한지, 활기찬지, 학자의 특질이 있는지, 감성적인지 등등 그 사람에 대한 것을 알 수가 있다. 63인의 이야기가 다채롭고 모두 저마다의 가치와 의미를 드러낸다.
창의 경계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것은 미래로 가는 통로가 되기도 하며, 과거로 떠나는 타임머신이 되어주기도 한다. 캐롤라인 배런(Caroline Baron)은 "창은 꿈꿀 수 있는 뼈대를 제공한다"고 했다. 우리 집 거실 창을 바라보았다. 벽을 없애버린 뒤 영혼 없이 딱딱한 시스템 창호를 들여놓은 우리 집 창이 삭막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현재의 아파트에 사는 이들은 탁 트인 시야를 얻은 대신 상상력을 놓쳐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림 속 창밖을 내다보며 가깝게 또는 멀리 보이는 풍경 속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본다. 겹겹이 보이는 건물들을 보며 안심이 됐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나와 같은 이들이 내 곁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리고 창밖 풍경을 반쯤 가린 건물도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레이트 카터>의 창을 보면서 나는 창을 가린 앞의 건물이 나 자신을 더 가까이 보게 하며, 풍경 속 여백을 만들어 깊이 생각할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음을 꺠달았다.
창밖 풍경들은 움직인다. 창밖 풍경은 저마다의 역사와 이야기를 가진 현재진행형의 풍경이다. 그것은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걸어가는 사람들에 의해 생기를 얻으며, 내가 바라보지 않아도 나에게 소리를 전달한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창을 열어 나에게 뿜어대는 살아있는 소리들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것들이 보내는 정적의 순간은 나로 하여금 고요히 생각하게 만든다.
낮은 곳에서 바라본 풍경을 보면, 아늑함을 느낀다. 땅과 가까운 편안함이다.
하지만, 때로 낮은 곳에서의 삶은 빛에 대한 희생을 감수한다.
높은 곳에서 풍경을 보자면, 햇빛이 가득해짐을 느낀다. 마음이 하늘에 가 있게 한다.
하지만 길거리의 삶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떠 있는 삶이 아쉽다.
창밖 풍경을 그림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시원해지기도 함을 느끼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The Well-beloved
이탈리아에서 잠시 빠져나와 뉴욕에 다녀온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