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말씀을 묵상하다
가슴이 촉촉해지고 싶을 때,
마음을 말캉하게 하고 싶을 때,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는다.
아마 내 마음이 조금 건조해졌었던 모양이다.
그림에 대해 갈급증이 생긴 것을 보면.
최정주 권사님(이 호칭이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호칭이다.)을 만나고 이 그림을 보았을 때가 생각난다.
이 그림을 보고 나는 내 안의 작은 세계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는데, 내 안에 깊은 울림이 있었고 울컥했었다. 맨 아래의 예수님의 발, 십자가에서 내려다보시는 예수님의 시선으로 그린 그림이었다. 십자가를 그릴 때, 많은 화가들은 십자가를 대상으로 그린다. 하지만 James Tissot은 예수님의 입장에서 그 앞에 선 사람들을 내려다본다. 예수님을 바라보는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시는 예수님이 주인공이다.
나는 이 그림의 어디쯤 서 있을까?
이 그림을 보면서 들었던 질문이다. 저 앞에는 예수님께 침 뱉었던 자도 있을 것이고, 어떻게 하는지 보려고 악의적으로 바라보는 자도 있었을 것이며, 눈물로 그 자리를 지키던 여인들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어디서 예수님의 눈빛과 마주치고 있나. 내가 바라보는 대상으로서의 예수님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시는 사랑과 긍휼의 시선의 예수님을 만나게 해준 그림이다.
얼마 후에 책을 내신 것을 알았다.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각 작품과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과 함께 명화를 감상할 수 있고 그 안에서 깊이 있는 묵상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 책이 가뭄에 단비처럼 느껴졌었다. 명화와 클래식 음악, 그리고 성경 말씀의 묵상이 동시에 이루어지게 도와주는 책, 영혼과 감정이 모두 쉼을 얻는 그림과 음악 감상의 시간을 선물해 주는 책이다.
그림을 설명해주는 글을 읽으며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더 깊이, 찬찬히 들여다본다.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이전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느낀다. 실제 바벨탑은 메소포타미아 평원에 세워졌겠지만, 브뤼헐은 자신이 살았던 플랑드르 지역을 배경으로 삼고 그림을 그렸다. 이미 고도의 성장을 이룩한 유럽 도심 한가운데에 당시의 모든 기술을 총동원하여 바벨탑을 기어이 쌓아 올리고야 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지금 이 현재와 닿아있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하여 최고 높은 곳에 오르려는 인간의 욕망이 보였다. 그 욕망이 더 구체적으로 보였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모리스 조제프 라벨의 <볼레로(Bolero)>와 함께 이 그림을 보며 쉼 없이 오르고 오르는 바벨탑 짓는 사람들의 걸음을 느꼈다. 땀이 흐르고 근육은 떨려도 걷고 오르고 또 걷고 오르고, 힘겹고 불안한 욕망과의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 내가 앞서가는 것, 내가 스스로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끌어모아 그곳에 도달하려는 것. 이 모든 것이 교만의 바벨탑이었다.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과 <라데츠키 행진곡>을 동시에 감상하면서 이른 아침 씨 뿌리는 농부의 마음을 생각했다. 이슬이 분산되어 분무되는 것 같은 아침의 공기, 그 공기 속에서 깊은 심호흡 한 번 하고 시작되는 씨뿌림은 그 자체로 경이로워 보였다. 이 그림을 보면서 성경 말씀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
(고린도전서 3:7)
씨 뿌리는 것이 헛되지 않으려면, 그 아침의 수고가 헛일이 되지 않으려면, 자라게 하시는 분이 계심을 잊지 않고 겸손해야 한다. 내가 일하지만 내가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을 내가 누리는 것임을 감사함으로 고백할 수밖에 없다.
바흐의 <칸타타 BMW 147, 예수는 인간의 소망과 기쁨되시니>라는 곡을 들으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 가사를 읽으며 내 마음에도 기쁨의 샘이 솟는 듯.
Jesus bliebat meine Freude,
예수는 나의 기쁨이요
Meines Herzens Trost und Saft,
내 맘의 위로와 활력이시라
Jesus wehret allem Leide,
예수는 모든 슬픔을 막아주시니
Er ist meines Lebens Kraft,
그는 내 삶의 능력이요
Meiner Augen Lust und Sonne,
내 눈의 즐거움과 햇빛이시며
Meiner Seele Schatz und Wonne;
내 혼의 보물과 기쁨이로다
Darum lass ich Jesum nicht
그러므로 나는 언제나 예수를
Aus dem Herzen und Gesicht.
마음에 모시고 바라보리라.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The Well-beloved
S.D.G
<최정주의 아트 앤 뮤직 큐레이션> 강의를 듣고 와서 베르메르를 더 알고 싶어졌다. 음악과 명화를 이어주고 함께 누리게 해주신 창의적인 강의 감사해요! 아름다운 거리를 산책하고 나온 것 같은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