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을 읽다

ArtBook 베르메르_스테파노 추피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과 생애 속으로

by Jianna Kwon
<아트북 베르메르>_스테파노 추피 저/마로니에북스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1632-1675)

· 네덜란드 델프트
· 렘브란트, 프란스 할스와 함께 네덜란드의 황금시대인 17C를 대표하는 세 명의 대가 중 한 명
· 아버지 레이니어 얀스존(Reynier Jansz.) : 여관업과 그림 매매업
· 21세 성 루가 길드 가입
· 1652년 아버지 사망 후, 1653년 화가로 독립하고 카타리나 볼네스(Catharina Bolnes)와 결혼
· 15명의 자녀 출산, 4명은 어려서 사망, 성인까지 자란 자녀 단 한 명
· 진위 논란 없이 확실한 그의 그림은 유화 32점뿐





지난 1월, <요하네스 베르메르>를 제목으로 한 최정주의 아트 앤 뮤직 큐레이션 강의를 들었다. 몇몇 작품으로만 알고 있던 베르메르를 두 시간 동안 만났다. 여러 음악과 함께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마음이 쉼을 얻어 가는 것 같았고 온몸과 감성이 수분기를 가득 머금은 것처럼 촉촉해진 느낌이었다. 베르메르로 인해 누린 이런 충만한 느낌을 조금 더 누리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이 바로 오늘 이곳에 리뷰를 올리는 <베르메르(Vermeer)>이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좋아하던 그림이었다. 같은 제목으로 영화가 나왔을 때에도 남편과 달려가서 보았었고,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 때에도 생각보다 너무 작은 화폭에 담긴 <레이스를 뜨는 여인>의 노란빛과 금빛에 한참 매료되어 그 앞에 서있었다.

이번에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조금 더 보였고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그림 앞에서 가슴이 떨렸다. 그런 것들을 중심으로, 강의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함께 리뷰해보고자 한다.


1. 네덜란드의 심장, 델프트



<View of Delft>_Johannes Vermeer


델프트는 베르메르의 인생과 떼어놓을 수 없는 지역이고 제조업과 상업이 번성하였으며, 최고급 도자기(마욜리카 도자기)를 생산하고 부르주아들에 의해 미술작품의 거래가 왕성했던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일생을 살았고, 길드에 가입하여 미술가로서, 화상으로서 명성을 떨쳤다.

먹구름이 끼어서 앞쪽은 어둡고, 먼 곳을 보면 환해지는 이 작품은 전면의 풍경에 갇히지 않게 하여준다. 섬세한 표현은 건물들이 살아있는 느낌을 주며, 잔잔한 물의 흐름이 내 마음을 고요하게 해준다. 작은 부분이나마 항상 사람을 넣어 그리는 그의 그림 속 사람들은 그림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고, 그림을 더욱 살아있게 만들어준다.



<The Little Street>_Johannes Vermeer


이 그림이 참 좋다. <The Little Street>라는 제목도 참 좋다. 멈춰있는 것 같지만, 그의 그림은 움직이고 있다. 좁은 골목 안의 한 여인이, 하얀 상의와 두건을 쓴 문가의 여인이, 바닥에 엎드린 뒷모습의 여인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어떤 움직임도 의미 없는 것은 없다.


2. 그림 속의 그림


그림의 왼쪽에서 은은하게 들어오는 빛, 창문을 통과해 들어오는 그 빛이 매만지는 사람들의 얼굴, 섬세하게 표현된 카펫의 문양, 사자의 얼굴이 조각된 의자의 봉, 포도주 한 잔, 그리고 벽에 걸려 있는 지도 혹은 거장들의 작품들... 미술품 거래를 하였던 아버지로 인해 수많은 이탈리아의 미술품들을 접했을 베르메르는 그의 그림 속의 벽에 그 그림들을 그려 넣음으로 거장들의 걸작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3. 알레고리와 교훈 주의


포도주는 성적 유혹, 창문에 그려진 절제의 여신, 카드를 뽑아든 큐피드의 성적 문란에 대한 경고, 편지는 사랑과 관계 등. 수없이 많은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작품 속 알레고리의 다의성은 당시 중시되었던 네덜란드의 교훈 주의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징적 암시를 통해 그는 네덜란드의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하였다.



4. 음악


그의 그림에 참 많이 등장하는 악기들인 스피넷, 기타, 류트, 첼로 등은 그의 그림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노래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 감상에 젖어들게 하는 그 느낌은 그의 그림에 그려진 빛이 가득한 아름다운 색감의 악기로 인해 가능했던 것 같다. 다만, 그의 그림 속의 악기는 누군가에게 보이는 연주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그 사람이 고독 혹은 음악 그 자체를 즐기거나 그 악기를 배우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적은 수의 지인과 취향을 나누는 도구였다.



5. 지리학, 과학 그리고 카메라 옵스큐라


그의 작품에도 있는 지리학자와 천문학자는 당시의 네덜란드인들의 관심을 표현해준다. 작은 국토로 인해 바다 밖의 세상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기대로 지리학과 과학을 발전시켰던 네덜란드. 그의 그림 속에 나타난 이러한 당시의 관심은 매우 정확하고 이지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남자 한 명만 그려진 그의 작품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지성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원근법에 대한 그의 관심과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한 그림 그리기는 그의 작품이 더욱 완벽해지고 돋보이게 해주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6. 빛과 색채


빛과 색채를 사용하는 그의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아래의 세 작품은 색채 자체로 나를 매료시킨 그림들이다. 여인들의 옷의 색감과 그 옷이 빛을 반사하거나 머금은 색채 표현, 또 드레스와 커튼의 드레이프성 표현은 나에게 벅찬 감동을 주기도 하였다.





<Girl Interrupted at Her Music>_Johannes Vermeer



<The Glass of Wine>_Johannes Vermeer



<Girl Reading a Letter at an Open Window>_Johannes Vermeer

특별히 바로 위의 그림인 <Girl Reading a Letter at an Open Window>는 내가 이 그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나는 저 커튼의 색감과 주름 표현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눈을 떼지 못했었다.


7.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그림들




<The Milkmade>_Johannes Vermeer


평범하다 못해 진부한 일상까지 가능한 모든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다시 보게 하는 힘이 그의 그림에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들이, 우리가 모두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가더라도 그 사소함 자체가 참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많지 않은 그림들에서 느껴지는 인물들의 섬세한 표정과 심리묘사는 알듯 모를 듯하기도 하고 모든 것을 말하는 듯하기도 하다. 특히 그 시선이 나를 향할 때 그 그림 속 눈빛은 나에게 계속해서 무언가 묻는 것 같다. 그림 속에 있는 자신에 대해서 묻는 건지, 그녀가 든 편지에 대해서 묻는 건지, 내 생각을 묻는 건지, 나 자신에 대해 묻는 건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말을 건네는 그림. 그것이 그의 그림이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가 재개봉을 했다고 한다. 시기적절하게 다시 만난 그의 그림들이 참 반가웠던 한 주간이다.


The Well-beloved
그림을 보는 즐거움은 삶을 윤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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