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어려운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한 권
과학이란 마치 길 건너편에서 열쇠를 잃어버리고
반대편 가로등 아래서 열쇠를 찾고 있는
술 취한 사람과 흡사합니다.
가로등 아래에 빛이 있기 때문이죠.
다른 선택은 없습니다.
-놈 촘스키, 언어학자-
이 책의 서문에 나온 문장이 각인되었다.
물리학자들은 풀어야 할 문제를 풀었다기보다는
풀 수 있는 문제를 풀어왔던 것이다.
대학시절 자연과학대학 건물에서 수업을 듣던 일과 집에서 카오스에 관한 책을 읽으며, 나비효과 외에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가던 당시가 떠올라 웃음이 났다. 세상을 뭘 그리 복잡하게 숫자와 식으로 이해하려 하는지 어렵게만 느껴졌던 물리학이 이 책 속에서 다양한 영역과 연결되는 것이 참 좋았다. 물리학이 내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학문으로서의 배타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의 궁금한 것들을 풀어주는 도구로서의 학문으로 한층 쉽고 재미있게 느껴지게 해준 책이었다. 정작 풀어야 할 많은 문제들은 물리학적으로 (아직!) 명쾌하게 풀리지 못했을지라도 심지어 그것이 영원히 해결되지 못할 것 같은 난제라 하더라도 풀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가로등 빛 아래에서 겸손하게 방법을 찾아 풀어가고 있는 성실하고 진지한 물리학자들이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제1악장부터 제4악장까지,
Vivace molto
Andante
Grave non tanto
Poco a poco Allegro
빠르기에 맞춰서 흐르듯이 읽은 이 책은 과학 분야에 있는 책이지만, 인문사회학 서적처럼 느껴졌다. (조만간 나는 <<코스모스>>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이제 다시 읽어보면 좀 나으려나?^^;;)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라는 '작은 세상'의 개념에 대한 설명을 해 준 '케빈 베이컨 게임',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혹한가가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을 무리하게 요구했는가를 보게 해주는 '머피의 법칙', 웃음에 대한 '우월성 이론'과 '모순 이론', 카오스와 프랙탈이 나타나는 잭슨 폴록의 그림에 대한 해석, 인간의 행동이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 효과를 얻기 위해 움직이기에
언어학적으로 나타나는 '지프의 법칙', (사용빈도 상위 1천 개의 단어만 알면 그 언어의 75%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복잡한 도로에서는 차선을 바꾸지 말고 되도록 한 차선에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라는 '교통의 물리학', 여러 종류의 알갱이가 든 통을 흔들수록 알갱이의 크기별로 층이 형성되는 열역학 제2법칙에 반하는 듯 보이는 '브라질 땅콩 효과'에 대한 이야기 등 이 책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사실 이 책은 출간된 지 이미 17년째 접어들었기에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내용도 많이 포함한다.)
이 책 속에서 기억에 남는 특별한 내용이 있는데, '크리스마스 물리학'에 관한 내용이었다.
선물을 운반하는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1억 6천만 킬로그램이나 되는 선물 꾸러미를 썰매 뒤에 싣고, 106만 마리의 사슴들이 끄는 썰매를 타고, 0.0007초 만에 굴뚝으로 들어가 선물을 나누어주고 나오는 모습... 그리고 중력의 14억 배나 되는 힘을 이겨가며 31시간 동안 1억 6천만 가정을 쉬지 않고 방문해야 하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힘겨운 운명을 말이다. 몇 년 후 크리스마스 아침, 내게도 산타클로스의 선물에 즐거워할 아이들이 생긴다면 녀석들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산타클로스의 선물이 '얼마나 값지고 고귀한' 것인가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이브 밤에 세상의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하려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해 계산하여 풀어놓은 저 글을 읽으며 정말 한꺼번에 푸하하 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저자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갑자기 가슴이 뭉클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이름이 크리스마스에 예수님보다 더 부각되는 것과 상술이 녹아있는 그 캐릭터(산타클로스의 빨간 복장은 코카콜라 회사에서 콜라 홍보를 위해 정한 색이라고 한다는 소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했는데, 위의 글을 읽다 보니
실제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그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받는 선물은 분명히 아이들에게 기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보다 훨씬 더 아이들에게 의미 있고 사랑으로 가득한 아이에겐 특별하고 유일한 두 사람이 한마음으로 아이를 위해 아이가 가장 기뻐할 선물을 골라서 밤늦게 아이들이 잠든 후에 곱게 포장해서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놓아두는 일도 분명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방문과 선물보다 커다란 기적인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기적....
오래 놓아두고 두 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과학책이다.^^
The Well-beloved
과학의 세계도 두려움 없이 마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