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들여다보아주는 사전 한 권
마음의 가역可逆 작용은 불완전하다
언제나 흔적이 남는다
이 책은 마음의 가역작용이 남긴 흔적들로 인해 김소연 작가가 깨달은 것들을 담은 책이다. 수많은 감정들을 무엇인지도 모르고 흘려보내고 그것이 마음에 낸 생채기나 마음에 피운 꽃들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내왔던 사람들에게 뭉툭해진 연필을 깎아 선명한 선을 남기듯 '그 마음을 알아주라'고 말하는 책이다.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이다. 한 문장 한 문장 꼭꼭 씹어먹어야 알아지고 또 씹어먹으며 그것이 무슨 맛인지 알게 되는 그 순간엔 시간이 훌쩍 흘러도 모를 정도로 그 문장으로 생각의 흐름을 탄다. 때로 그것은 가물가물하며 썰물처럼 밀려왔다가 잡고 싶은 밀물이 되어 멀어져 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너무 확신에 차게 공감을 일으켜내가 수십 년간 이것 때문에 그랬구나 싶은 명쾌한 깨달음을 남기기도 한다.
밥과 차,
소중한 존재와 중요한 존재,
편안함과 평안함,
처참함과 처절함, 그리고 처연함,
동정과 연민,
은은함과 은근함,
이해와 오해,
자존심과 자존감,
솔직함과 정직함,
질투와 시기,
착함과 선함에 대한
그녀의 통찰력으로 쓰인 글엔 꾸욱 힘주어 밑줄 그어두고 싶었다.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다.
"너는 나를 이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나를 잘 오해해준다는 뜻이며,
"너는 나를 오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보여주지 않고자 했던 내 속을
어떻게 그렇게 꿰뚫어 보았느냐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김소연, <마음사전> 중에서-
자존심은 차곡차곡 받은 상처들을,
자존감은 차곡차곡 받은 애정들을 밑천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이 자존심이 되고
누군가가 불어넣어 주는 것이 자존감이 된다.
자존심은 누군가 할퀴려 들며 발톱을 드러낼 때에
가장 맹렬히 맞서고,
자존감은 사나운 발톱을 뒤로 두고 집으로 돌아와서
길고 긴 일기를 쓰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김소연, <마음사전> 중에서-
특별히 우리 딸들이 사춘기를 경험하게 되었을 때 다시 읽고 아이들에게 편지로 써주고 싶으며 실제로 이런 말을 해줘야지 하는 페이지도 있었으며, '고해로써 완전해지는 것'이 치유라는 마음사전의 정의를 보며 내가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에게 매일 해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은 하고 싶은 모든 말들을 그 어떤 편견 없이 들어줌으로써 마음에 흉터로 남을 수 있는 상처들이 잘 아물도록 돕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가끔씩 꺼내어 다시 꼭꼭 씹어 그 맛을, 혹은 지금 내가 느끼지 못한 맛을 음미해보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우리 딸들이 10대 중반이나 후반쯤이 되면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The Well-beloved
인간으로서 언어와 문자를 통해 누리는 수많은 행복들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