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을 읽다

단테의 신곡_알리기에리 단테

죽음 이후의 세계로의 여행기

by Jianna Kwon
<단테의 신곡>_알리기에리 단테 저/구스타브 도레 그림/황금부엉이


알리기에리 단테
(1265~1321)

이탈리아가 낳은 가장 위대한 시인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괴테와 더불어 세계 4대 시성으로 불림.
1265년 피렌체 소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유복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귀족의 교양을 위해 어린 시절부터 고전문법과 수사학을 배웠고, 고전 전통에 정통했으며 박학다식했음.
중세 유럽의 기념비적 대작인 <<신곡>>은 그리스도교적 시각에서 인간 영혼의 정화와 구원에 이르는 고뇌와 여정을 그린 것으로, 당시 권력의 당파 싸움에 휘말려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단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대 정치 상황을 풍자하기도 함.


피렌체 여행을 준비하면서 '단테의 집'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또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의 지옥 부분이 단테의 지옥 편을 참고했다고 하여 단테의 신곡을 읽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다니구치 에리야가 엮어서 쓰고 구스타브 도레의 멋진 그림으로 보는 재미까지 더한 이 책을 선택해서 읽고 가게 되었다. 시처럼 읽히는 것이 아닌, 주석 달린 가벼운 소설처럼 읽히는 분량의 책이다. 하지만, 내용은 워낙 진중하고 무게감이 있는지라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읽는 동안, 또 읽고 나서 여행하는 동안에도 이미지화되어 종종 떠올랐던 책이다.(구스타브 도레의 그림이 이미지화에 큰 몫을 하였다.)

<<신곡>>은 1308년부터 1321년까지 쓰인 책으로, 총 14,233행의 장대한 서사시이다. 지옥, 연옥, 천국의 세 편으로 되어 있으며, 각 편은 33장으로 되어 있고 각 연은 3행씩으로 되어 있다. 지옥 편의 서두에 서장이 있으니, 결국 전체 100장으로 되어 있는 시이다. 이러한 구성은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표현한다고 한다. 원제는 <<희극>>이었으나, 후에 '신성한 Divina'라는 형용사가 덧붙여지면서 <<신곡(La Divina Commedia)>>라는 제목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단테가 하나님의 은혜를 입어 로마시대 최고 시인 중 한 명인 '베르길리우스'와 단테의 뮤즈이자 25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 조카 '베아트리체'의 도움으로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게 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여행기라고 해도 될까 싶은 영적인 세계의 경험기이지만, 당시 사건과 상황, 인물들을 책 속에 삽입하여 현실 상황을 반영하여 써서 현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쓴 시이다. 지옥과 연옥을 안내하는 베르길리우스는 인간의 이성과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로 등장하고, 천국을 안내하는 베아트리체는 신앙과 신학을 상징한다. 또한 그리스도교뿐만이 아니라 이교도의 신인 그리스 신화의 신들, 그리고 현실을 모두 창의적으로 융합하여 죽음 이후에 우리가 맞아야 할 상황을 뛰어난 상상력과 표현력으로 쓴 시이기에 지금까지도 고전으로 불리는 역작이 되었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작품의 오른쪽 아랫부분에 등장하는 지옥의 강을 지키는 카론과 재판하는 미노스의 무시무시한 모습을 떠올리며 책 속에서 함께 떠난 지옥여행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고통들이 다 있고 할까? 마치 분화구 같은 어둡고 깊은 구멍 속에 여러 지옥의 모습들이 계단식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스틱스 늪을 경계로 지옥의 상층부와 하층부로 나뉘는데, 상층부에는 개인적인 감정에 좌우되어 인생을 살아온 자들이 고통받고 있었다. 탐욕의 죄, 구두쇠와 사치 등에 대한 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 5영역인 스틱스 늪을 지나 더 아래로 내려가면 보다 무거운 죄를 지은 사람들을 심판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단자, 상처 입힌 자, 자연의 섭리에 반한 자, 인간 사회를 더럽히는 모든 악행을 저지른 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분노와 불만으로 가득 차 있고 지옥의 끔찍한 괴로움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최하층에 내려가면 코키토스가 나오는데 차가운 바람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얼음세계가 보이고 거기엔 타락한 천사 루시퍼가 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지옥 편을 읽을 때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세상에 죄가 없는 이가 있을까? 다만 죄에서 돌이키는 사람이 없을 뿐이다.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고백하기만 하면 이 모든 죄를 사하신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를 생각했다.

연옥을 거쳐 베아트리체가 인도하는 천국으로의 여행은 '빛' 그 자체였다.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것. 빛이 충만하고 자유로운 천국을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언어로 표현하려 하였으나 그것을 표현하는 데에 언어라는 것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읽으면서도 느낄 정도였다. 내가 사랑이 되고, 빛이 되는 그 충만한 천국에서의 영원한 삶을 소망한다. 단테의 <<신곡>>에서 나는 죽음 이후의 삶의 일부분을 희미하게 본다. 희미하게 알 수 있는 그것을 책 속에 이렇게 선명한듯 써 놓은 천국과 지옥의 모습은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만날 세상의 그림자일 뿐이다.




2018년 2월, 피렌체 '단테의 집' 앞


'단테의 집' 지옥의 모습


'단테의 집' 연옥과 천국의 모습


고단했을 단테의 삶에 위로의 말을 건네며, 그의 책을 통해 삶에 대해, 죽음에 대해 잠시 멈춰 생각할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한다. 인생은 유한하고 반드시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하지만, 태초부터 영원까지 모든 인생의 시작과 끝은 모두 만나 영원으로 이어진다. 영원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썩어질 육신이 이런 정신세계와 영혼을 가지고 태어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영원 속에 있었던, 그리고 영원 속에 있어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연옥에서 베르길리우스가 단테에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단테, 왜 그리 마음이 어지러운가.
다른 사람의 말소리가 그리 마음에 걸리는가.
보아야 할 것,
보지 말아야 할 것,
들어야 할 것,
듣지 말아야 할 것을
좀 더 명료하게 구분하도록 하게.



The Well-beloved
선택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우리는 그것을 자유의지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선택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단테의 집'에서, <<신곡>> 천국 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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