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들의 교육관과 자녀교육방법을 모아보다
서른다섯 명의 세계적인 석학이나 리더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생각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서른다섯 가지 색깔의 교육 방법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이 책에 글을 쓴 석학들이 특별한 교육법으로 교육해서 즐겁다기보다 (사실 우리는 수많은 교육법 정보에 노출되어 왔기에)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며 공감하고 그런 생각으로 그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는지를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던 책이다.
이 책에 글을 쓴 최고의 석학이 남자인 경우 그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여자인 경우에는 그녀의 주변에 분명히 그녀를 도울 좋은 인력 배경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인력 배경이라 함은, 엄마로서의 자리를 서포트해줄 가족들이나 그 외의 도움을 주고 격려를 해주는 모든 인간관계를 포함한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사실 다른 많은 것들을 절제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모두가 가족에 대해 얼마나 큰 가치를 두고 있는지, 가족이 모두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 수 있었던 따뜻한 책이다.
석학들이 썼기에 그 분야에 대해서 어떻게 가르쳤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라 기대한다면 큰 만족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각 분야의 전문가이기에 이 책 속 일부의 석학들은 특화된 방법으로 자녀를 양육하기도 했는데, 일반인들이 따라 하기에 어려운 수준의 것들은 아니었다. 특별히 나에게 인상적이어서 자녀교육에 적용하고 싶었던 것은 실패 일기, 관점 바꾸기 훈련 '스위치', 자기 설명 학습법 등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스위치' 방법은 매우 신선했다.
100명의 부모가 모이면, 100가지 교육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것이다. 물론 그중에 공통되는 부분이 있어 서로 눈이 반짝거리며 공감의 손뼉을 칠지라도 각 가정이 처하는 구체적인 상황이 다르고 어떤 일에 대한 대응 방식도 각각 다르며, 100가정의 자녀들도 모두 다른 성향을 가지고 반응하며 살아가기에 모든 아이들은 100가지 환경에서 자라게 된다. 이것이 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모두가 같은 방법으로 같은 아이를 만들어낼 수도 없겠지만, 이렇게 다양한 색깔로 교육된 아이들이 자라서 또 다음 세대를 이끌어가기에 세상은 하모니를 이루어 아름답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다양한 교육관으로 희생을 당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건 간과할 수 없는 문제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은 큰 틀을 잡아두고 그 안에서 각 가정의 색깔로 교육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부모의 역할을 정리해두고 싶다.
첫째, 부모는 자녀에게 '나침반'이 되어주어야 한다.
어느 한 점을 찍어 그리로 가서 바로 그 일을 하라고 정해진 목표를 제시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그때그때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사람 말이다. 부모가 살아온 모든 인생의 사건들과 결정의 순간들 이후에 깨달은 것들을 지식으로 아이에게 실용적인 방향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부모여야 한다.
둘째, 부모는 '뼈대 모형'이 되어주어야 한다.
살을 붙이고 그 삶의 모양을 잡아가는 것은 자녀여야 한다. 부모는 기본적인 삶의 필요들을 충족시켜주고,(먹이고 입히고 잘 곳을 제공해주는 등) 중심을 잡아주고, 틀을 마련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살을 붙이다가 망쳐도 결코 그 전체가 무너지지 않는 뼈대가 되어주지만, 세세하게 어떤 색깔로, 어떤 모양으로 그 뼈대에 살을 붙여갈지에 대해서 강요해서는 안된다.
셋째, 부모는 자녀의 고개를 들게 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 시대의 교육 현실은 자녀가 고개를 숙이게 하는 환경이다. 바로 앞의 것에 연연하게 되고, 당장의 시험이 중요하고, 그것 외의 모든 일과 인간관계는 뒤로 미루거나 굳기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현실이다. 하루하루 풀어야 할 문제집 속 문제들을 풀기 위해 고개를 순인 아이를 생각해본다. 그 아이에게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사람, 지금 당장 이 순간이 꽉 막힌 것처럼 힘들게 느껴져도 더 멀리 보고 큰 가슴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너'임을 알게 해주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들어가서 고개를 숙이고 해야 할 일을 하라고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에게 고개를 들어 멀리 한 번 보라고 권해줄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의 멈춤을 경험하게 해줄 부모다.
넷째, 부모는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너도 오늘 하루가 처음인 것처럼, 엄마 아빠도 오늘 하루가 처음이고 엄마 아빠도 많은 실수를 경험했고(특히 너를 키우며), 매일을 새로운 하루로 시작하는 것처럼, 너도 수많은 실수 앞에서 괴롭기도 하고 한없이 작아지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그렇게 성장해가는 거라고, 그렇게 단단해져 가는 거라고. 실수가 네 전체가 되어서는 안되고 실수가 너를 구석에 앉아있게 할 힘은 없다고. 또다시 새로운 하루를 기대하라고.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부모다.
서툴렀지만 괜찮아.
너도 처음이고
나도 처음인 하루하루였으니까.
다섯 째, 부모는 롤모델이 되어주어야 한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인들이 흔히 하는 말 중,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할 줄 아는 자는 하고, 할 줄 모르는 자는 가르친다." 내가 못한 것을 말로 가르치면, 나보다 잘 하고 낫게 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많은 부모들이 하는 착각이라고 했다. 말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말이 힘이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자녀가 부모의 말을 의미 있게 듣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 삶에 대한 존경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부모의 말을 듣는다. 소통은 내가 어떻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남이 어떻게 듣느냐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라 했다. 들을 마음이 있는 아이가 되게 하려면, 아무리 멋진 말로 포장해서 아이에게 내미는 이야기보다 말과 삶이 일치하는 삶을 살아내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다.
좋은 부모가 되기 전에,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
자녀교육이 우선이 아니라,
부모 되기가 우선이 아니라,
사람 되기가 먼저이다.
The Well-belo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