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을 읽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anna Kwon May 09. 2018

북경예술견문록_김도연

중국현대미술의 역사와 현재

<북경예술견문록>_김도연 저/생각을담는집


   갑자기 약속이 취소된 아침.
   두 번째 약속이었던-이젠 첫 약속이 된- 점심 약속까지는 시간 여유가 좀 생겨, 창문을 활짝 열고 맑은 공기 들이마시다가 세탁기의 돌아가는 소리를 듣는다. 조금 전만 해도 들리지 않던 그 소리가 느리고도 경쾌하게 들린다. 시간 여유가 생기니 모든 것이 느리게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글을 써볼까? 독서노트를 뒤적이며, 그동안 리뷰를 쓰지 않았던 책 중에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랐다. 그래, 이거! 오늘은 <북경예술견문록>이다.

   북경은 다시 못 갈 곳이 된 것 같았다. 대기질의 정도가 형편없어져버린 북경 사진을 보고, 또 베이징을 여행하고 돌아온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 심각성의 일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남편과 북경에 다녀온 게 12-13년쯤 된 것 같다. 그 사이에 중국은 훨씬 더 큰 보폭으로 도약하듯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급박하게 이루어진 발전으로 인한 환경파괴의 대가를 치러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중국의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예술의 발전도 비약적으로 이루어졌다.

   중국 현대미술의 태동이라 하면, 1979년 9월 27일에 황루이와  마더셩의 주도하에 비전공자들의 미술전인 <싱싱미전>이라 하겠다. 60-70년대에 문화대혁명을 경험하고 나서의 일이다. 본격적으로 중국 현대미술이 개화한 사건은 1985-89년에 있었던 '85신조'라 불리는 85년 신조미술운동이었다. 이는 대학에 들어가 예술교육을 받은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주축이 되었던 미술운동으로 중국현대미술의 척추가 된 사람들의 대다수가 이로부터 나온다. 정치적인 선전 의미를 드러내는 사실적인 그림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표현으로 중국 예술가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한 번쯤은 보았던 위에민쥔의 이빨을 드러낸 채 하하 웃고 있는 조형작품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중국엔 존재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중국 예술에 대한 관심이 적었을 뿐 아니라, 한국에 중국예술작품의 전시가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낯익은 작품들도 보였다. 생각해보니 얼마 전,  대만 여행에서  '화산 1419문화창의 단지'에 갔을 때 그 작품들을 전시하는 곳을 보았던 것 같다. 아주 유명한 캐릭터인가 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중국현대미술 신진작가 그룹에 속하는 화가의 작품이었다. 책 속에서 만난 작품 중에서는 천원링의 <홍색기억-부끄럼을 타는 아이>와 팡리쥔의 민머리 남자가 하품을 하는 작품 <시리즈2>(이 작품은 1993년 <<타임>>지 표지로 실렸다.), 궈홍웨이의 수채화 번짐 같은 아련한 작품인 <어떤 사물의 어떤 부분>과 <AV1> 등이 인상적이었다. 유난히 붉은 사람의 모습이 많은 것은 중국 전통의 붉은 색채에 대한 호감과 믿음 때문이리라. 아니면 수많은 피를 흘리게 했던 중국의 아픈 시기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북경에 가고 싶어졌다. 요즘 북경에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전보다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마음이 기운 탓도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이 책을 읽고 798예술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든 탓이다. 정말 가볼까? 그럴까?



The Well-beloved
갑자기 자금성이 왜 이렇게 다시 보고 싶은지...ㅠ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