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을 읽다

크리스마스 캐럴_찰스 디킨스

영화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와 함께 책 속으로

by Jianna Kwon
<크리스마스 캐럴>_찰스 디킨스 글, 퀸틴 블레이크 그림/시공주니어


올봄에는 문학의 세계 속으로 좀 더 들어가 보기로 한다. 비소설과 소설의 균형을 조금 더 잡고(나는 주로 비소설을 읽는 편이었다.), 학창시절에도 빠져들어보지 못했던 세계문학의 세계로도 빠져보기로 한다. 읽었던 책도 다시 읽어보고, 미처 못 읽었던 책들도 호기심 충만하여 읽어보는 것이 이번 봄을 맞이하는 나의 독서계획이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가득 담긴 문학부터, 결혼을 하고도 한참 지난 지금 읽어도 낯 뜨겁거나 부도덕해 보이는 내용을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함께 진지하게 풀어낸 고전문학까지 두루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최근에 영화를 두 편 보았는데, 한 편은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보았던 영화이고(이후에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다른 한 편은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최신 영화' 카테고리에서 선택한 바로 이 영화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였다.




영화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 포스터


영화 예고편을 보는데 화면이 동화적이었고, 찰스 디킨스에 대한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서 비행기에 타자마자 보기 시작했던 영화다.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는 영국의 대문호로, 우리에게도 이미 잘 알려진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위대한 유산> 등의 저자이다. 빚 때문에 감옥에 갇힌 아버지의 빈자리로 인해 12세에 낮에는 구두 공장에서 일해야 했다. 돈을 벌어오라는 엄마의 모진 강요에 쫓기는 인생을 살았던 아픔이 그의 인생에그림자로 드리워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찰스 디킨스는 밤에는 문학 작품을 탐독하며 밤을 지새웠다. 이후 소설을 쓰게 된 그는 첫 작품을 출간한 순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지금의 아이돌스타만큼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이 영화는 이러한 찰스 디킨스의 인생과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책이 탄생되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크리스마스 캐럴>의 내용이 완성되기까지의 찰스 디킨스의 고뇌와 갈등 등을 담은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집에 돌아온 후, 아직 여독이 풀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읽은 첫 책이 바로 <크리스마스 캐럴>이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읽기 좋은 문학서적들은 두 딸들을 위해 전집으로 사둔 상태여서 그중에서 꺼내어 바로 읽어볼 수 있었다. 퀸틴 블레이크의 그림도 함께인 책이니 더욱 친근했다.

'스크루지'라는 이름은 너무 유명해서 그 캐릭터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래도 그에 대해 악독하고 자린고비에 감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는 정도의 막연한 이미지만 떠오른다면, 이 책의 표현을 빌려 다시 한 번 그 캐릭터를 상기시켜보는 것도 좋겠다. "그는 그악스럽고 인색하기 짝이 없는 수전노인데다가, 언제나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남 등쳐먹기 좋아하며, 교활하고, 악랄하고 치사하고 탐욕스럽고 추잡한 늙은이다! 무정하고 냉정하기로는 쇠망치로 두들겨 대도 불똥 하나 튀기지 않을 부싯돌 같고, 음험하고, 제 생각만 하기로 치자면 꽉 다문 굴 껍데기 같은 자다. 날카롭게 굽은 매부리코에 쭈글쭈글하게 우그러든 뺨, 뻣뻣한 걸음걸이, 벌겋게 충혈된 눈과 푸르뎅뎅하고 얄팍한 입술, 거기에다 심술궂게 앙알거리는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를 가졌다. 머리에, 눈썹에 그리고 철사처럼 빳빳한 턱수염에는 서리가 희끗희끗 내려앉아 있었다." 그가 얼마나 최악인지, 이 몇 줄 만에 몸서리가 쳐진다.

그런 스크루지가 친구가 없었냐고? 아니, 그건 아니란다. (물론 친구의 개념이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될 때 이 친구라는 단어를 적용할 수 있겠지만.) 그는 누군가의 유일한 유언 집행인이고, 유일한 유산 관리인이었고, 유일한 유산 상속인에, 유일한 친구였다. 그 누군가는 바로 말리. 하지만...


말리는 대갈못처럼 죽어 버렸다.



대갈못, 관에 박는 대못으로 철물점에서도 죽어라고 안 팔리는 대못. 그 못처럼 한 인간이 죽었다. 그는 스크루지의 동업자였다. 하지만 스크루지와 같은, 적어도 그에 못지않은 성품을 지닌 냉랭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제이콥 말리가 대갈못처럼 죽어 버렸다는 찰스 디킨스의 표현이 유난히 가슴에 남았다.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보았기 때문에. 이 표현은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고, 죽으면 그 육신은 대갈못과 다르지 않는 굳은 육신으로 남을 뿐이니, 정신 차리고 삶을 살라는 찰스 디킨스의 첫 메시지 같기도 했다.

이 책에는 말리의 혼령, 과거 크리스마스의 유령, 현재 크리스마스의 유령, 미래 크리스마스의 유령이 나오는데, 이번에 책을 읽을 때에는 과거-현재-미래 크리스마스의 유령보다 말리의 혼령이 더 마음에 남았다. 그는 스크루지의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스크루지에게는 살아있을 때의 기억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여러 번 같은 내용을 접해도 다른 내용에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건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도 좋은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생각을 또 했다.)

"쇠사슬에 묶여 계시는데, 왜 그렇게 됐습니까?"
"이것은 이승에 있을 때 내 스스로 만든 쇠사슬이다. 한 고리 한 고리씩, 1미터 1미터씩 만들었지. 나는 내 자유의지에 따라 이것을 내 허리에 두르고 있는 거고, 내 자유의지에 따라 내 몸에 걸치고 있는 거지. 이 모습이 자네에게 낯설게 느껴진다는 건가?"

어찌 알았겠는가. 내 영혼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살아있을 때에 눈치라도 챌 수 있다면 그건 너무나 감사한 일일 것이다. 잘못되었다면 바꾸고 다듬어갈 기회를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리처럼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자신의 영혼을 만들어나간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보이지 않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에 한 고리씩 한 고리씩, 1미터씩 쇠사슬을 엮어나가는 줄도 모른다. 그것이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으로 자신의 온몸을 감는 것도 모른다. 그 영혼은 그것이 낯설지 않겠지만, 영혼을 시각적으로 보지 못하는 대부분의 인간들은 영혼의 상태를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괜찮아 보이면, 이대로 좋다고, 행복하다고, 이만하면 나름 살만한 인생 아니냐고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한다. 말리는 스크루지에게 묻듯이 우리에게도 묻는다. "나의 이 모습이 당신에게 낯설게 느껴진단 말입니까? 당신도 나 같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으셨습니까?"라고.

이 보잘것없는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박애 정신으로 무슨 일이든 주어지는 대로 기꺼이 한다 해도 마땅히 해야 할 선한 일이 너무도 많기에, 유한한 인간의 삶으로는 해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니. 단 한 번 뿐인 삶의 기회를 망쳐버리고 뒤늦게 후회하며 바로잡아 보겠다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니!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음에 감사하다. 스크루지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여행하면서 깨달은 것으로 인해 그는 그 인생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 책의 결말을 볼 때, 그는 이전과는 완전히 뒤바뀐 인생으로 살았다. 변화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삶을 변화시키는 사람은 그중 아주 소수일 뿐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생을 생각했다. 그것은 나의 미래에 대한 것이었다. 남은 시간이 어쩌면 살아온 시간보다 더 적을지 모른다. 시간이 많지 않다. 사람들은 누구나 좋은 인생, 선한 인생, 성공적인 삶을 꿈꾼다. 목표 설정이 잘못되면 이 모든 것은 왜곡되어 결국 예상치 못했고 더이상 돌이키지도 못할 것 같은 파멸의 길로 이끌려갈지도 모른다. 하프타임. 인생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이다. '무엇을 위해 살았나. 그리고 이제 나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나. 이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죽기 원하는가.' 질문하고 대답하고 확신하고 돌이켜야 할 그 자리에서 망설임 없이 돌이켜야 할 좋은 때이다, 지금은.


무엇보다 가장 기쁜 건,
앞으로 다가올 시간도
스크루지의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지금껏 잘못해 온 일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



The Well-beloved

돌이킨 스크루지는 어쩌면 지금의 나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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