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을 읽다

명작에게 길을 묻다_송정림

명작에서 만나는 인생의 문장들

by Jianna Kwon
<명작에게 길을 묻다>_송정림 저/책읽는수요일


나도 가끔은 누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소설 속 이야기, 가상의 이야기, 현실에서 일어날 법 하지만 사실은 허구인 이야기를 누군가가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주면 좋겠다. 깊은 밤 잠이 들 때도 그런 생각을 하고, 아침에 눈을 뜰 때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책 읽어주는 팟캐스트도 참 좋은데, 그것보다 누군가의 전파를 통하지 않은 육성으로 듣고 싶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육성으로 듣는 이야기책 같은 느낌이었다. 나의 그러한 갈증을 덜어주는 이야기책. 세계문학에 대한 마중물 같은 책이고, 달콤하고 감칠맛 나는 애피타이저 같은 책이기도 하다. 날고기를 먹기 좋게 익혀주는 책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이미 꼭꼭 씹어 먹은 문학책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나면, 더욱 그 책이 궁금해지고 결국엔 서점에 들러 손에 몇 권을 사서 집에 들어와야 직성이 풀리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두고두고 소설을 읽고 싶은 날에 읽으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여섯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챕터마다 10개 정도의 문학서적을 소개하고 있다. 그 책들은 우리가 청소년기부터 아주 자주 들어왔던 제목이라 익숙한 것들이다. 다만 제목만 익숙하고 내용은 생소한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이 아쉬움일 뿐. 이 책 <명작에게 길을 묻다>를 읽으면서 허구의 이야기인 명작 소설에 깊이 빠지지도 못하고 그 가치를 많이 경험하지도 못했던-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많았다고 하는 편이 더 낫겠다.-나의 10대와 20대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때 읽었다면 참 좋았을 내용들, 함께 웃고 함께 울고 공감 받는 느낌을 받았을 내용들, 때로는 내 삶이 살만한 것이구나를 느꼈을 스토리들이 명작 속에는 가득하다. 사랑의 뜨거움으로, 사랑에 갈팡질팡하며 감정적으로 혼돈스러웠던 어느 날 이 책 속에 있었던 책들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런 방황기와 혼란기에는 책이 손에 잡히지 않으려나? 어쨌든 이제 30대까지 무난하게 넘긴 이 나이에 송정림 작가를 통해 다시 만나는 '이 책 속의 책들'은 나의 젊은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을 조금 더 깊이 있고 안정적인 감상을 하게 해주었다. 20대의 나는 감정적인 일탈을 빈번하게 경험했다면, 지금의 나는 정서적인 안정기를 경험하고 있기에 책 속에서 일탈을 경험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을 것 같다.

굳어졌던 마음, 메말라버린 감정을 촉촉하게 해주고, 때로는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며, 예상치 못한 문제의 해결점을 만나게 해줄 책들이 나의 선택을 기다리며 책장에 얌전히 꽂혀져 있다. 한 권의 책에서 수십 개의 인상적인 문장들을 만나곤 하지만, 내 인생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고 실제적인 변화까지 이끄는 한 문장을 만나는 건 매일 책을 펼치는 내 작은 소망이다. 곱씹어 보고 싶고, 책장을 덮어도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문장을 만나기를, 그리고 그런 문장을 나의 글을 통해 남길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라본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짐 히크메트(Nazim Hikmet)-




The Well-beloved

가지 않은 길은 반은 두려움, 반은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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