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을 읽다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_SBS스페셜 제작팀

영화 <리틀 포레스트> 와 함께 보기

by Jianna Kwon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_SBS스페셜제작팀/리더스북


이 책의 초판 1쇄가 발행된 때가 2010년 1월이었다. 내가 두 아이를 낳아 기른지 만 2년째 되던 때다. 그리고 내가 어디선가 이 책의 리뷰를 스치듯 보았던 것은 아마도 아이들 4-5세 어느 때쯤. '가족 식사의 중요성, 집밥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겠거니'하며 그냥 스쳐 지나갔던 책이다. 그로부터 6년 정도 지난 지금 이 책이 문득 생각났다. 내가 아이들이 미취학 시기에 이 책을 선택해서 읽었다면, 그건 지금의 필요와는 다른 필요로 읽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이의 두뇌발달에 더 중점적으로 의미를 두고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지금, 나는 두뇌에 대한 밥상머리 교육의 효과가 아닌 사춘기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예방법으로서의 밥상머리 '대화'를 위해 읽는다. 저녁식사를 가능하면 꼭 온 가족이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는데, 그 생각에 의지를 더해줄 근거들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더 사소하고도 깊은 가족 대화를 위해 이 책을 읽었다. 그래서 지능발달보다는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보았다.

밥상머리에서 대화를 한다는 건, "이것 먹어봐라.", "오늘 뭐 했니?"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풍성한 대화거리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아이가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누구이고, 어떤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고,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이며, 아이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이 있고, 아이에게 우선순위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도 있고, 부모의 생각과 현재의 고민을 아이가 이해할 만한 수준으로 공유하며 함께 나누고 위로하며 격려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밥을 먹으면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그것이 항스트레스성 효과와 고통 및 불안 억제의 기능을 하며, 가족이 함께 밥을 먹으며 지지를 표현하고 친밀함과 사랑을 표현할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는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우리들은 안다. 가족과 밥을 먹는다는 것이 우리가 어떤 일이 있어도 세상에서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주고, 나를 위해 밥을 차려주는 엄마의 손길을 통해 사랑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얼마 전, 남편과 둘이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남편은 돌아가신 시어머님을 생각했다고 하고, 나는 엄마가 된 나를 돌아보고 내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바로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다.




출처_네이버영화<리틀포레스트>포스터


눈물이 난 포인트가 두 번 있었는데 모두 다 딸인 주인공 혜원이와 엄마와의 스토리에 관련되어 있었다. 특히, 딸이 친구들에게 왕따 당한 고민으로 힘들어할 때-어른이 된 혜원이는 그때의 사건을 잊고 지내고 있었다. 애써 기억해내야 생각날 정도로- 엄마가 부산을 떨지도 않고, 담담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구워온 맛있는 크림 브륄레~! 그걸 맛보는 순간, 마음이 풀려버리고 문제를 이겨낼 힘을 얻는 혜원이를 보며 잔잔한 엄마의 사랑 표현에 울컥했다. 유창한 말로 해서도 아니고, 아이의 아픔에 요란을 떨며 공감해서도 아니라, 저렇게 내민 엄마의 사랑의 표현이 아이를 치유하고 아이에게 삶을 살아낼 힘을 준다는 것. 그리고 어른이 되어 다시 관계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엄마처럼 음식을 만들어 선물할 수 있는 센스 있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한 혜원이의 모습이 감동이었다.




출처_네이버영화<리틀포레스트>


이 영화를 보며, 혜원이가 만드는 요리들을 통해 혜원이의 엄마를 본다. 엄마가 해온 것을 그대로, 혹은 자신만의 색깔로 다시 만들어내는 혜원이의 하루하루의 식사를 보며 '저게 바로 교육이구나'싶었다. 물드는 것.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에게 물들어가는 것이 가정교육이다.

밥상머리 대화는 모든 대화를 위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밥상머리에서 대화가 풀리면, 어느 때라도 대화는 쉽게 시작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워낙 말하기를 좋아하는 딸이 자려고 침대에 누워있을 때 잠시 옆에 가서 같이 누웠다.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 보니 수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의 세계가 보이고 생각이 보이고 고민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할 말이 이렇게나 많았는데, 내가 우리 딸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밥상머리의 가족대화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게 해주는 이 책을 읽게 되어 감사하다. 하지만, 밥상머리에만 앉아있다고 그것이 자녀의 마음이 열리고 입술이 열리게 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부모의 마음의 문제다. 밥상머리를 지키는 부모가 되고, 아이의 마음에 더 관심을 갖고, 아이를 위해 시간을 내는 부모가 되겠다는 결단이 먼저인 것이다. 밥만 먹고 흩어져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면, 그것은 혼밥과 같은 게 아닐까? 익숙한 가족이 더 낯설어지는 시간이 되는 건 아닐까?

이 책 속에서 가장 가슴에 남는 한 문장은, 아래에 적은 문장이다. 밥상머리를 지키는 부모가 된다는 건, 바로 이렇게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는' 부모가 된다는 의미 아닐까? 끝까지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인류가 생긴 이래 가장 오래된 전통인 가족 식사는
아이들에게 자신을 위해
그 자리에서 '버텨주는 부모',
자신에게 관심을 두고 먼저 '물어봐 주는' 부모,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는' 부모를 선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The Well-beloved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토요일 아침에



p.s. 엄마를 위한 이야기


출처_네이버영화<리틀포레스트>


"나의 작은 숲은 무엇일까?"
나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의 리틀 포레스트는?
엄마의 자리에서 나는 무엇으로 쉼을 얻고 행복을 얻을까,
우리 딸들에게 나는 어떤 작은 숲으로 남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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