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을 읽다

사소한 것들의 과학_마크 미오도닉

흔하지만 위대한 재료들에 관한 이야기

by Jianna Kwon
<사소한 것들의 과학>_마크 미오도닉 저/MiD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그동안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열 가지 재료들에 대한 이야기가 열 가지 색깔로 펼쳐진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재료들은 강철, 종이, 콘크리트, 초콜릿, 거품, 플라스틱, 유리, 흑연, 자기, 생체재료 등이다. 이 재료들의 대부분은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이 재료들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환경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적어도 이 재료들에 대한 추억이 없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흔하디흔한 재료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흔하게 듣지 못한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 들어있다.

이 책의 저자인 마크 미오도닉은 영국 태생의 과학자로,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기계공학과 교수이다. 지구에서 가장 놀라운 물질들을 보관하고 있는 재료 라이브러리인 UCL 공작 연구소(Institute of Making)의 소장이기도 하다. 그는 사물에 대한 관심을 넘어선 집착으로 사물과 재료를 탐구했다. 이 책의 첫 재료 이야기인 '강철'과 관련된 에피소드에서 그의 이런 집착의 어느 정도였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그러한 재료에 대한 연구를 독자들 입장에서 아주 흥미롭고 다채롭게 읽히도록 기획하고 글을 썼다. 아마 재료에 대한 연구논문 같은 글이었다면 이 글에 대한 나의 리뷰도 없지 않았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재료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던 사람이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재료들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왜 면도칼은 무언가를 잘라내는데 종이 클립은 구부러지는지, 유리는 왜 투명한지, 초콜릿은 왜 맛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은 해본 기억도 나질 않는다. 이 책은 재료에 대한 궁금증을 수없이 유발해준다. 책 속에서 그가 던진 재료에 관한 질문들을 읽으며, 내가 스스로 한 질문은 아닐지라도 그 답이 너무도 궁금해졌다. 이 책은 매우 친절하게도 그 재료가 탄생하기까지의 역사와 그 재료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으며,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답해주고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왜 철의 맛이 나지 않으며 녹이 슬지 않는지, 종이가 만들어지는 방법은 무엇이며 일반 종이와 지폐는 어떻게 다른지, 콘크리트로 집을 짓는 방법은 무엇이고 로마시대에 콘크리트로 높은 집을 짓지는 못하고 판테온의 돔형 지붕과 기둥에만 사용한 이유는 무엇인지, 초콜릿이 만들어지게 된 역사는 무엇이며 그 결정에 따른 특징은 무엇인지, 우주먼지를 포집하는 데 쓰인 에어로겔이 만들어지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는지, 플라스틱이 만들어지게 된 히스토리는 무엇이며 플라스틱으로 인해 다수의 대중들이 누릴 수 있게 된 것들은 무엇인지, 유리를 만드는 방법과 유리로 인해 유럽은 어떤 발전을 이루었는지, 흑연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이유와 다이아몬드와 흑연의 차이는 무엇인지, 도자기가 완벽하게 만들어졌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우리 몸에 사용되는 생체재료들은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떤 물질로 되어 있는지 등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이 책은 모든 답을 줄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온갖 국면에서
우리의 가치를 반영해줄
재료를 고르고 있다.

재료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드러내준다.



이 책의 에필로그의 글이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수많은 선택을 하고 있고, 그 많은 선택 중에는 어떤 재료를 선택하느냐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어떤 사물을 선택할 때 우리의 취향과 관계있는 재료를 선택한다. 그것은 우리의 가치관과 선호도를 여실히 반영한다.

이 세상에,
플라스틱이 없다면?
유리가 없다면?
콘크리트가 없다면?
강철이 없다면?

종이가 없다면?...

아마 몇천 년 전에 이런 것들이 없는 세상이 있었던 것처럼, 새로운 재료의 발명으로 몇백 년 후에 다시 이런 재료들이 부재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현실에서는 이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매우 중요한 것들이다. 새삼 지금 누리고 사는 이 사소하지만 위대한(!) 재료들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이 든다. 환경문제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있고, 또 사용을 줄여야 하는 것도 있으며 대체해야 할 재료들이 시급하게 나와야 할 필요가 있는 재료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해 내가 알지도 못한 채 누리고 있는 것들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The Well-beloved
에어로겔을 한 조각 손에 쥔다면,
하늘 한 조각을 들고 있는 것과 같다는데
에어로겔을 내 손에 느껴볼 기회가 있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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