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의 진실하고 따뜻하며 친밀한 대화를 위하여
조금씩 달라질 대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본격적인 사춘기를 맞기 전에, 엄마가 미리 하는 대화법 공부를 위한 책이다. 해리엇 러너를 소개받고, 그녀가 쓴 책들을 몇 권 찾아보았는데, 그중에서 이 책이 가장 먼저 읽고 싶었다. 현재 서점에서는 품절 상태라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을 찾아야 구할 수 있는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힘들게 할 때 마음을 열어주는 대화법'이라는 제목이 매력적이다. 사실 나를 힘들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부모와 자녀 간에, 부부간에, 형제간에 때때로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꽉 막힌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그들이 우리에게 의미 있는 존재이고, 우리가 그들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 보고 말아도 괜찮은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고, 보고 싶지 않다가도 그리운 사람들이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족은 내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기도 하다. 서로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서로 너무나 많은 것을 보았고, 수없이 많은 인생의 부분들을 공유했다. 그렇기에 더 받아들일 수가 없고, 더 이상 참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가정 안에는 상처들이 내재되어 있다. 그것은 특별한 사건 때문에 생긴 상처이기도 하고,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상황에서 지나치게 자주 부딪히며 생긴 상처일 수도 있다. 다른 가족 구성원의 쉽게 변하지 않는 성격과 행동 패턴에 의해 우리 마음엔 생채기가 날 수 있다.
이럴 때 우리가 전형적으로 보이는 반응은 해리엇 러너가 이 책에 썼듯이 '화를 내는 것'이나 '입을 다무는 것'이다. 화를 내는 것은 대화로 진전되지 못한 채 분노의 폭발로 남을 때가 많고, 침묵하는 것은 대화를 시작하지도 못하게 한다. 둘 다 닫힌 마음이다. 반복되는 부딪힘과 상처는 관계의 문을 닫아버리고 그 곁에 벽돌을 쌓는다.그렇게 쌓인 벽돌이 견고해지면, 그것은 한 집에 살지만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외로운 가족'으로 살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 책의 대화법에 관한 내용은 특별히 친밀한 관계인 부부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 형제 사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가족 관계에 있어 더 친밀하고 깊은 대화와 소통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중에서 나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법에 관한 내용을 적용하며 책을 읽었기에 초점을 딸들과의 대화에 맞추어 글을 쓰려고 한다.
얼마 전, 또래 자녀들을 키우는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난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맞아. 기대를 내려놓으면 엄마 마음도 편해지고 갈등도 줄어들겠지. 하지만,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으며 엄마가 상처받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아."라고 말이다. 엄마는 아이들이 늘 사춘기 전의 '바로 그 우리 아이'같기를 바란다. 학업이나 아이의 성격변화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더라도, '그때 그렇게 예쁘고 착했던 우리 딸, 그때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우리 아들'을 마음에서 보내주는 건 참 어려운 일이기에 상처는 불가피한 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은 자라고 있고 마땅히 자라야 하기에 늘 아이로 내 곁에 존재할 수 없다.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고, 어른이 되어 가는 아이의 말투나 행동의 변화에 엄마인 나는 적응해야 한다. 이런 적응 과정에서 난 오늘보다 더 좋았던 어제의 아이를 생각하면서,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지?', '안 그러던 아이가 왜 저렇게 행동하지?'하며 달라진 모습에 서운하기도 하고 때로는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기도 할 것이다. 사춘기는 어쩌면, 아이의 변화에 엄마가 적응해야 하는 것에 의의가 있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른이 되어가는 변화를 겪게 되지만, 부모는 의지를 가지고 그 시기를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해보자. 아이들과의 꾸준하고 건강한 대화를 위해 나는 '진정한 목소리'를 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진정한 목소리란 마음속 모든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 명료하게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무언가 더 말해야 할 것 같을 때 말을 줄이고, 악착같이 캐내고 싶은 순간에도 잠자코 기다리는 일은 엄마가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자주 해야 하는 일이다. 아이들과의 대화에 있어서 내 마음을 전하기 전에 나의 내면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내 아이의 사고와 감정과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게 돕는 것이라면, 더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저자는 이 책에 쓰고 있다. 또한 '이상적' 자신을 버리고 '진실한' 자신이 되는 일은 대화의 폭을 넓히는 일이라고 한다. '엄마'라는 이름에 걸맞은 어떤 내 모습을 내 안에 그려놓고 그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며 아이들과 늘 거리를 두고자 한 적은 없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아이 앞에서 진실할 것. 하지만 모든 것에 솔직할 필요는 없다는 것. 감출 것과 드러낼 것을 잘 조절하는 엄마가 되고, 아이와의 최선의 거리를 유지하는 엄마가 되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리고 때로는 아이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존경과 존중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문장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불행하게도 친밀한 관계는 우리 내면의 성숙한 부분을 비껴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가장 친밀한 사람에게 우리는 가장 미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너무 가깝기 때문에, 허물이 없기 때문에, 성숙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건 비단 내 이야기만은 아닌가 보다. 아이의 삶에 있어 내가 침해하지 않아야 할 영역은 무엇이고, 무엇을 아이가 힘들어하는지 그 기준선을 잘 알아주고 지켜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진실한 경청'은 단순히 잘 들어주는 일 이상이다. 그 어떤 비판과 조언도 준비하지 않고 그저 따뜻하게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다. 그를 변화시키려고 하지도 않고, 그 어떤 의도를 가지고 들으려고 하는 것도 아닌, 전적으로 상대를 받아들이는 상태이다. 그리고 그것은 진심으로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옆에 있음을, 내 모든 것이 말하는 그 한 사람에게에게 집중되어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자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진실하게 경청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원하면서 듣고 말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일단 들어주고, 아이가 한 말보다 더 많은 말로 조언하고, 결국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끌려고 말하는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진정한 목소리'를 내는 엄마가 되기 전에, '진실한 경청'을 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많지만 그냥 참고 들어주는 엄마가 아니라, 내 자녀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믿기 때문에 자녀의 이야기를 편견 없이, 또한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의도 없이 듣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가 말하고 싶은 그것을 그 자리를 끝까지 지키며 들어주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옆에 있는 한 사람, 어떠한 순간에도 곁에서 조용히 들어줄 수 있는 한 사람. 그런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 아이들과 진실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느냐
하는 것이다.
The Well-beloved
엄마도 오늘 마음이 조금 더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