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영어교육 고민으로 잠못드는 부모를 위하여
한동안 북리뷰 쓰는 일에 관성이 붙어있다가, 이제는 쉬는 데에 관성이란 게 또 붙어서 이미 몇 권의 소개하고 싶은 책들이 리뷰를 기다리며 쌓여있다. 요즘의 책 읽기는 '대화'와 '교육'에 관한 것들이 많은 편이고, 쉬어가는 기분으로 기행문, 과학도서, 미술저석, 소설 등을 틈틈이 끼어가며 읽고 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만들어낸 <<아깝다! 영어 헛고생>>이라는 책이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아깝다 학원비!'라고 쓰여있는 소책자를 받아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안 그래도 요즘 아이들 영어교육에 대해 생각이 많아져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9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요약정리된 내용만으로 설득당하지 않는 것 같고, 밑도 끝도 없는 결론에 좀 당황스럽다면,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하는 분일 것이다.
영어교육의 시기별, 단계별 목표
1. No 영유아 영어교육! No 영어유치원!
2. 초3이전까지는 기초어휘와 파닉스 정도면 충분
3. 초등 고학년은 영어공부 본격 시작할 시기
(영어동화, 학습지, 방과 후 교실, 학원 등 활용)
4. '옆으로' 펼쳐주는 영어공부
(다양한 쉬운 영어책 많이 읽기)
5. No 해외캠프! No 조기유학!
6. 중학교 시기엔 학교 영어수업과 시험 위주 공부
영어책 읽기는 지속
7. No 공인영어인증시험!(텝스, 토플 등)
8. 고등학교 시기엔 학교 내신과 수능 대비 공부
영어책 다독도 병행
9. 대학생 이후 성인이 되면, 진로나 필요에 따라 집중 공부
이 책은 영유아 영어 조기교육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결정적 시기 가설'의 한국 내 잘못된 해석에 대하여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결정적 시기 가설'은 에릭 레네버그가 만 10-12세 전후의 시기를 넘으면 언어 습득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하는 가설이었고(3-7세가 아님!), 이는 영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하는 나라에서 영어 외의 모국어를 가진 사람이 언제 영어를 배워야 원어민처럼 영어를 할 수 있느냐에 관한 연구에서 나온 가설이다. 우리나라는 일상 언어로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가설이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특히 영유아 시기의 영어교육은 들인 비용과 노력에 비해 효율이 너무 낮은 교육이라고. 특별히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은 만 6세부터 집중적으로 발달하니 굳이 영어교육을 시키고 싶다면 유치원 졸업반 때나 되어야 효율적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는 데에 중요한 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흥미'와 '의지'이다. 영유아 때의 교육은 장기적으로 볼 때, 흥미와 의지 모두를 잃게 하는 잠재적인 부정적 조건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그럼 적기란 언제인가? 이 책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이후라고 한다. 그 이전에는 어휘력을 위해 우리글로 된 책을 많이 읽히고, 배경지식을 다양하게 쌓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영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초등학교 3학년 이후에는 레벨만 높여가려는 영어공부가 아니라, '옆으로' 펼쳐주는 영어공부, 즉, 쉽고 다양한 영어책을 즐기며 읽게 해주는 공부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말문도 쉽게 트이고, 영어에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았고, 내가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서 객관적인 데이터나 연구결과로 설명해주어서 속이 시원한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동의하고 공감하는 많은 부모들에게는 책을 덮은 후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느끼는 불안감과 싸우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교육에 대해서는 많은 부모들이 확신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부분이-그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는 다를지라도- 반드시 있고, 행여 내가 아이 교육에 있어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더 좋은 길을 찾지 못한 부모가 될까 봐 그 책임감으로 인해 큰 부담감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은, 마음을 지키고, 생각대로 균형을 잘 잡고 교육하는 일이다. 부모의 일, 참 쉽지 않다.
책 속에서 진하게 밑줄 긋고 싶은 부분이 있었으니, '아이가 할 수 있는 만큼, 아이가 원하는 방법으로'라는 부분이었다. 행여 내 욕심으로 밀고 끌고 하다가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재미없고 힘든 어떤 것으로 생각하지 않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지금 공부하는 것보다 분량을 줄이기를 원한다고 대답했고, 아이들이 제시한 시간은 꽤 합리적이었다. 조금 더 생각한 이후, 나는 이것이 내가 수용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결정할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우리 아이들은 4학년이고 스스로 즐길 만큼의 공부량을 결정할 수 있는 분별력이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영어 수준에 대한 목표를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어민처럼' 일상에서 늘 유창하게 말하는 아이보다는, 여행 갔을 때 필요한 말들을 할 수 있고, 필요한 순간에는 준비하여 자기가 하고자 하는 표현을 충실하게 영어로 옮겨 말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기를 원하게 되었다. 중요한 건, 이 목표는 아이들에 대한 내 목표일뿐, 아이들 자신의 목표는 아니기에 강요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목표는 이루어지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라는 것! 이루어지면 좋지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며. 한결 마음이 느긋해지게 도와주는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딸들이 원하던 그 결과(영어공부시간이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으로 줄어드는 것)를 얻게 해준 책이다.
The Well-beloved
나도 너희들 교육에 대해 헤매는 엄마다.
그리고 나도 영어 잘 못한다.
그러니 우리 마음 편히 먹고 중심 잡고 느긋하게 같이 가보자.
p.s. 저는 아이들에게 공부의 자율성을 100%주어야 한다는 입장도 아니고
부모가 완전히 주도해서 스케줄링하며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이 두 가지 생각의 중도에서 딸들의 성향에 맞추어
그때그때 비율을 조절하고 있을 뿐이예요.
그것도 참 쉽지 않습니다. 에고.
p.s.2 학원에 대한 생각은,
저는 무조건 사교육은 안된다는 생각은 아닙니다.
필요하거나 아이가 원하는 상황이라면
선별하여 활용하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