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따뜻하고 진솔한 그림일기
언젠가 우연히 '엄마의 그림일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을 알게 되고, 궁금증이 일어나 도서관에서 빌려보다가 결국엔 두고두고 읽고 싶어 소장하게 된 책이다. 지금은 스무 살이나 그보다 좀 어릴 두 딸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화가로서, 작가로서 살고 계실 이 책의 저자 강진이 님을 응원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자랑스러움은 미국의 국민화가였던 모비스 할머니와 같은 느낌을 그녀의 글과 그림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소소한 추억들도 소중히 여겨, 두 손으로 살며시 감싸 그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남기고자 하는 그녀의 은근한 열정과 따뜻한 사랑이 그녀의 작품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녀의 그림은 밝다. 그녀의 그림 속 현실은 동화 같지만 거리감은 전혀 없고 익숙하게 느껴졌으며, 내가 일상에 묻혀 지내는 우리 집을 다시 보며 감사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녀가 사용하는 색채는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 같았고, 보는 순간 미소 지어지게 했다. 어떤 그림을 보면서는 그림 속 주인공의 모습이 나이기도 했던 때가 기억나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했고, 아주 사소한 것에서 진솔하고 깊이 있는 통찰을 끌어내어 글 속에 담는 그녀가 점점 좋아졌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읽는 이들은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널린 빨래 사이로 커피 한 잔 들고 창밖을 내다보는 표지 그림 속 엄마의 모습은 내 모습이기도 하다. 우아하고 화려한 호텔에서 마시는 커피보다, 집에서 할 일을 마치고 우리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아늑하고 따뜻한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안전함 속에서 나름의 자유를 만끽하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꿀맛이다. 커피로 인해 입맛은 쓰지만 마음은 한없이 다디단 한낮의 여유. 활자가 가득한 책 하나 옆에 끼고 소파로 가면 그때부터 나는 온갖 색깔로 패치워크를 한 '행복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마음이 쉼을 얻는 시간은 사실은 이 가족 안에서다. 누군가를 내보내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누군가를 맞이하고, 누군가와 함께 웃고, 누군가와 함께 먹고 이야기 나누는 일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누군가는 그 누구와도 바꾸고 싶지 않고 바꿀 수도 없는 나의 가족들이다. 하교하고 집에 오자마자 가방은 바닥에 대충 던져놓고 책 하나 집어 들고 소파에 가서 바로 기대어 눕는 큰딸과 집에 돌아오면 수다쟁이가 되어 어제일과 오늘일, 내일 일어날 일에 대해서까지 이야기하는 둘째 딸의 등장은 이 집이 얼마나 버라이어티 한 공간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퇴근길에 두 손 가득 봉지 속 달달한 후식을 채워온 남편은 화룡점정이다. 어찌 행복한 날만 있겠냐마는, 또 어찌 고민 없는 인생이 있겠냐마는, 그럼에도 인생이 살만하게 그리고 살아야 할 가치가 충분하게 느껴지게 해주는 정답은 늘 가족 안에 있었다.
앞으로도 꺼내 보고 싶은 아끼는 책이 될 이 책.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을수록 단단해지는 만큼 건조해지기도 하는 내 삶에 시원하게 잘 나오는 스프레이로 물을 뿌린 듯 촉촉해지게 해준 이 책을 삶이 팍팍하고 지치고 쫓기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는 이 세상의 엄마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진실한 마음으로 그려내고 써 내려간 한 사람의 기록이 남긴 잔잔한 이 감동이 오래 남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강진이 작가님이 쓴 글 중에 한 부분이 유난히 마음에 남아 남겨본다.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남편을 만나 이룬 가족에 있어서는 지금이 가장 황금기가 아닐까 하고. 아이들이 생긴 그때로부터, 아이들이 출가하기 전까지. 우리부부가 둘이었다가 다시 둘이 되기 전까지의 그 사이에 누리는 우리 네 식구의 하루하루가 참 귀하게 느껴진다. 놓치지 말아야지. 후회하지 말아야지. 아끼지 말아야지. 미루지 말아야지. 감사를, 행복을, 사랑을....
아이야,
인생은 짧은 담요와 같다고 누군가 그러더구나.
목덜미까지 끌어당기면 발끝이 춥고,
발끝까지 내려 덮으면 어깨가 싸늘하다고.
하지만 마음을 잘 쓰는 사람은
무릎을 구부려 누워
쾌적한 밤을 보낸단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발을 덮고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
The Well-beloved
그리하여 행복한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