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소수언어에 대하여
세상에는 약 7,000가지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가 공부하는 세계 공용어인 영어는 사용 규모가 '큰' 언어이고, 그 외의 사용 규모가 '작은' 수많은 언어들이 존재한다. 이 모든 언어에는 우열이 없다. 언어에는 인간의 삶과 문화, 역사가 담겨있기에 어떤 언어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고, 가치 없는 것이 없다. 이 책들은 세상의 그토록 많은 언어 중에 소수의 언어 사용자만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들 중 몇 단어들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단어는 멸종 위기의 단어로 수십 명만이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또 어떤 언어는 수년 전 마지막으로 그 언어를 사용하던 한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난 후 아무도 쓰지 않는 언어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언어의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언어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것을 공유했던 공동체 혹은 국가가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 언어와 함께 하던 사람과 그들의 역사도 끝이 났음을 의미한다. 그 언어에 담긴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들도 더는 기억해줄 사람이 없어져 버릴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더 '큰' 언어를 향해 나아간다. 세계가 하나가 되었다는 말은 세계가 같은 언어로 소통하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많은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더 큰 언어를 택하고 그 조상 때부터 사용해오던 언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사라져가는, 혹은 이미 사라진 언어는 영영 되찾을 수 없다. 그 말을 실제로 사용하고 작문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적어지고 결국은 사라져버린다는 것은 그래서 슬픈 일이다.
이 책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언어들의 단어가 하나씩 소개된다. 아주 예쁜 그림과 함께. 여백이 많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되는 책이다. 그리고 내가 한 번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를 알게 된다. 이 책은 그중 아직은 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소수 언어부터, 페이지가 뒤로 넘어갈수록 점점 사용자가 적어지는 언어순으로 배열하고 있다. 결국 마지막 장에 나온 단어의 사용자는 '0'이다. 그 마지막 언어의 사용자가 죽음으로 인해 이제 그 단어를 세상에서 들을 일이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책을 읽으며 그 단어를 어설프게 읽는 독자에 의한 발화 외에는.
이 책을 느리게 읽어가다 보면, 그 의미가 너무 깊고 나에게 와닿아 외워두고 싶은 소수 언어들도 만날 수 있고, 어떤 부족의 특별한 이야기도 알게 되는 기회도 얻는다. 아일랜드어는 '네'와 '아니오'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그들은 어떻게 의사표현을 했을까? 그들은 아주 관대하게 거절하고, 아주 상냥하게 긍정을 표시하는 다른 표현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직접 대면하여 고개를 흔들거나 끄덕임으로 'Yes or No'를 표시했는지도 모르겠다. 라마홀롯어를 사용하는 마을에는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물건을 찾을 때 더듬거리며 찾는다는 단어가 유용하게 쓰인다. 어로 민족인 나나이족은 물고기 가죽으로 옷이나 신발을 만든 민족이라는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된다.
사라져가는 것들은 늘 아련하고 아쉽다. 그것들을 붙잡고 싶은 마음 하나로 이 책을 붙들고 한 단어 한 단어 읽고 있으면, 내 목소리를 통해 나오는 '작은' 언어들이 나비가 되어 펄럭거리며 깨어나는 느낌이 드는 묘한 책이다. 얇지만, 아름다운 그림과 글로 행복해지고 소박한 마음이 되는 책.
The Well-beloved
사라져가는 제주어도 기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