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생각하는 날_어버이날엔

사랑한다는 말이 더욱 필요한 날

by Jianna Kwon
엄마,
엄마는 어떤 선물을 받고 싶어요?


"엄마는 책 선물이 좋아!"
딸의 재정상황을 잘 아는 엄마의 마음을 담은 답을 하고는, 피식 웃었다. 요즘엔 누군가 자기소개를 하라 하면, 취미와 특기 모두에 '독서'를 써넣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얼마 전 남편에게도 "여보, 나 다음 생일엔 책 살 돈 100만 원 입금해주면 선물로 생각할게."라고 하고는 둘 다 하하 웃었던 기억도 났다.

어버이날 선물로 뭐가 좋을지 물어봐 주니 그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의 마음을 짐작 하거나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으로 사서 깜짝 선물하는 것에 더 가치를 두곤 했던 사람인데, 그래서 아이들 생일에도 가능하면 비밀로 선물하려고 했던 사람인데 말이다. 어린이날 선물은 깜짝 선물로 할 것도 없이 몇 주 전부터 워낙 시시때때로 아이들이 부모를 대상으로 마음 광고를 하는 바람에 피해 가기가 더 어려웠던 건 좀 곤란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선물 고르는 '행복하지만 갈등이 되는 상황'으로부터 잠시 피할 수 있는 건 작은 감사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감사해요."

아직은 내 품에 쏙 들어오는 두 딸들이 나를 안아주는 게 참 좋았다. 아기 냄새는 사라지고 이젠 턱밑에 닿는 머리카락 느낌과 함께 정수리에서 샴푸 냄새를 맡거나, 밖에서 놀고 들어온 날은 땀 냄새를 맡게 되지만 그것도 참 좋다. 아직은 내 가슴 팍에 닿는 아이의 얼굴을 살포시 안는 느낌은 내가 엄마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니까. 곱고 야무지게 포장하여 금색 줄로 고급스러운 포장 흉내를 낸 '이미 알고 있는 선물'과 정성으로 만들었을 카드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살아있는 카네이션보다 훨씬 예쁘고 값진 카네이션 두 송이. 너희 둘을 닮은 붉은 꽃송이들이 내 손에서 웃고 있었다.




이 순간 왜 아빠 생각이 나는지. 어제 거의 하루 종일 엄마를 만나 시간을 함께 했는데, 그 자리에 계실 수 없었던 아빠 생각이 왜 오늘에야 나는지. 아이들의 편지를 읽으며 마음속으로 '아빠 보고 싶어요...'했다. 가족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 두 딸들은 아빠가 암 말기 진단을 받았을 때 기도하며 구했던 딸들이고 아빠가 골전이로 인해 심한 통증으로 괴로워하실 때 가장 큰 기쁨을 주었던 일이 두 딸들의 임신 소식이었다. 아이들이 7주가 되어 심장이 뛰는 것을 확인한 그때, 아버지의 심장은 멈추었고 아버지는 더 평안한 안식을 위해 거처를 옮기셨다. 그래서 우리 두 딸은 아빠의 식어진 심장으로 인해 상심한 나에게 새로 피어난 두 개의 심장이었다. 그래서 붉은 카네이션 두 송이가 이렇게 내 마음을 아리게 했나 보다. 이 세상에선 이젠 쉬어가길 원했던 심장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 심장으로 나를 안았던 세상에서 가장 멋졌던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엄마! 마음껏 골라보세요."

며칠 전, 서점에 가서 나에게 이런 미션을 던진 딸은 어린이책 코너로 가서 신나게 만화를 보고 새로 나온 책들을 탐색했다.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북 위시리스트를 뒤져보았다. 의미 있는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평생 가지고 싶은 책을 사야겠다고 생각해서 족히 700페이지는 될법한 그 책을 찾았지만, 그 서점엔 없었다. 몇 개의 책을 검색했지만 모두 부재중. 그렇다고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고 돈으로 나에게 달라고 하자니 그건 좀 취지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서점의 평대 위로 시선을 두고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떤 책이 떠오르면 검색하고 찾아서 책 안을 살피고 별로다 싶으면 다시 꽂아두고 또 두리번거리기를 반복했다. 어려웠다, 유난히. 책 고르기가 이렇게 어려웠던가? 시집을 사고 싶어 시집이 꽂혀있는 책장에서 골라 한 권 꺼내어 들고, 예쁜 우리말이 담긴 책도 한 권 꺼내어 담고, 아이들과 나를 위해 그림책을 소개해주는 책도 한 권 얹었다. 한 권은 우리 가족을 위해, 한 권은 나를 위해, 한 권은 너희들을 위해. 이 정도면 구성이 괜찮은 것 같다며 스스로를 칭찬한다. 한 시간이 흘렀나 보다.

"엄마 이렇게 세 권 골랐어. 어때?"
"와~ 책이 예쁘다. 이렇게면 되겠어요?"
"응~ 딱 이 세 권이 마음에 들어."

더 사면 안되었다. 우리 딸이 가진 돈을 내가 알기에 딱 이 정도가 적당하고, 딱 이 정도가 최선이다. 그리고 딱 이 정도만 필요하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엄마인 나는 갖고 싶은 책 세 권을 선물 받고, 아빠인 남편은 시크하고 편한 티셔츠 두 벌을 선물 받았다. 모든 선물을 사는 데에 나에겐 비밀이 없었고, 심지어 그 선물들을 고르는데에 내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웃고 있는 남편과 두 딸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이게 깜짝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오늘은 우리 가족의 커다란 웃음이 깜짝 선물이다. 행복과 감사는 여기 있다. 가족 안에, 가족의 마음 안에.



The Well-beloved
딸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이 날을 두 가지 버전으로 누리는 지금이 참 좋다.






어린이날 가족여행을 가는 차 안에서
이 노래를 듣고 너무 좋았어서
같이 듣고 싶어서 올려요.^^

꼭 안아 줄래요~~~~


https://youtu.be/iOeKeIQLrM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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