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채 May 26. 2023

불륜이 지나간 자리


나와 아이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고향으로 돌아가던 날, 나를 용서해주지 않겠냐며 전남편이 말했다.

나는 못하겠다고 말했다.



전남편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되었다. 상간녀의 남편과 민형사소송에 합의했다.



상간녀의 아이들은 상간녀를 만나주지 않았다.




이혼 후 1년, 우리 집으로 전남편이 찾아왔다. 장기 출장을 다녀왔다며 아이의 선물과 내 선물을 사 왔다.


한참을 망설이던 전남편은 이제는 나를 용서했냐며 물었다. 시간이 지난 나를 용서하고 받아줄 수 없겠냐 했다.



결코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 답했다.




몇 년이 지난 후 상간녀와 전남편은 재혼했다. 그들은 고향에서 3시간 떨어진 거리로, 그들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이사했다.







불륜 시작 2016년 9월

불륜 정황 발견 2016년 12월

상간녀 소송 2017년 1월

상간녀 소송판결 2017년 3월

이혼 소송 2017년 5월

이혼 결정 2017년 6월



누군가는 한번의 바람에 이혼이라니 후회하지 않느냐 라고 묻는다.


나는 단지 살고싶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라고 답한다.




나는 직업을 포기하지 않아 경제력이 있었고, 부모님께 기댈수 있었다.


나의 이혼으로 엄마는 오래 다니던 직장을 희망퇴직하고 아이를 돌보는데 도움을 주셨다.



아이와 둘이 살아가는 삶은 생각보다 편하고 근사했다.


특히 일년에 9번 지내던 제사가 없어졌고 매번 차려야했저녁밥상을 내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가사일은 아이가 어릴때 가사도우미 이모님과 엄마가 번갈아 도와주셨다. 지금은 가사를 위한 각종 전자기기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 가족에게 불륜이 지나가고 남은 것이 폐허만은 아니었다.

열려버린 판도라의 상자 속 마지막에 남은 희망처럼 나도 마지막에 희망을 찾았다.



아이와 둘이 살아가는 나는

아이로 삶의 원동력을 얻었다.



아이가 있었기에 친정가족과 함게 더욱더 단단해졌다.




나는 가정이 깨어지는 대가로 받은 자산들을 바탕으로 꽤 괜찮은 삶을 쌓아나갔다.




나는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을 믿지만 그들이 잘 살아주면 좋겠다.

그들이 잘 살아서 나이 들어 내 아이를 찾거나 기대지 않으면 좋겠다.

내 노후를 책임지라며 연락하는 게 아니라 내 아이에게 약간의 도움이라도 되면 좋겠다.




불현듯 억울함이 치밀 때가 있지만 나는 미래를 본다.

이혼을 딛고 나를 찾는다.

나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 준 나의 가족들,

엄마의 성을 따르기로 결정한 아이,

나를 지켜주는 모든 사람들과

지금까지 쌓아온 인적 물적인 것들로 나를 증명한다.








이전 10화 나는 이혼녀가 되었고, 전남편은 상간남이 되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