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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채 Nov 17. 2023

오늘도 잘살았다. 자기 계발 중독에 빠진 이혼녀

머리가 복잡할 때 어떻게 해결하세요?


저마다 해결하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누구는 영화를 보고, 누구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누군가는 잠을 자기도 할 거예요. 


저는 가정의 해체를 겪으며 참으로 혼란스러웠어요. 


사실 이 악물고 잘살고 싶은 마음이 강했지요.





전남편보다 잘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최소한 내가 너보다 잘살았다 하고 싶었어요. 


아마 전남편을 다 떠나보내지 못한 상태가 아니었을까요? 정말 잘살려면 전남편에 대해 무념무상인 상태여야 할 텐데요. 




잘살아보고자 했던 저는 자기 계발중독에 빠지게 되었어요. 

무언가 배우고 있으면 왠지 잘살았다 라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돈을 쓰고 시간을 쓰면서 아~ 왠지 나 잘살았다. 하고 위안했어요.


그럼 제가 이혼 후 빠지게 된 자기 계발에 대해 간략히 말해보려 해요.


1. 꽃꽂이

2. 가계부 똑바로 쓰기

3. 주식투자

4. 부동산투자방법

5. 코인투자방법

6. 글쓰기 수업

7. 1인기업 수업

8. 맘카페 운영강의

9. 직무 관련 개발모임

10. 독서토론

11. 새벽기상모임

12. 헬스 PT

13. 필라테스 1:1 수업


놀랍죠? 제가 나열해도 놀랍습니다. 이 정도 되면 자기 계발 중독 맞는 거 같아요. 정말 많은 돈을 썼어요.



1. 꽃꽂이 수업은 이혼을 겪어내며 수강했어요. 마음이 너무 울적하고 표정이 어두웠던 저는 무언가 예쁜 것을 보고 싶었어요. 


방구석에 오도카니 앉아 눈물을 흘리다가 꽃꽂이 수업을 하는 날이면 꽃 한 송이 한송이 예쁜 모습을 찾기 위에 이리저리 보고는 했지요. 


그때 마음을 생각하면 참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큰 우울 안에 참 예쁜 것을 보는 기쁨이 내재하고 있었어요. 


우울한 가운데 기쁨이 있었기에 제가 지금까지 살아낸 것 아닐까 싶기도 해요




2. 가계부 쓰기는 이혼 후 생활비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생계형 자기 계발이었지요.


카페의 가계부모임에 들기도 하고, 가계부 쓰기로 유명하신 강사님의 1기 수강생이 되기도 했어요. 


종이가계부, 엑셀가계부, 굿노트가계부를 거쳐 지금은 구글시트가계부를 쓰고 있어요. 


사실 이 가계부 쓰기 자기 계발은 아직도 ing입니다. 그나마 자기 계발에 힘썼던 것 중에 가장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3. 주식투자는 원숭이캐릭터로 유명한 모강사 님 1기 강의를 들으면서 시작했고요 


초급중급고급반까지 전부 수강돌파에 텔레그램 유료결제를 하면서 들었어요.


 하지만 코로나시절 때 미국장 폭락을 겪고 3일 연속 장을 개시하자마자 서킷브레이크를 맞은 걸 보며 밤잠을 설치다 던졌어요. 저는 주식투자를 할 깜냥이 못되었어요.


지금은 약 천만원정도 소액으로 주식을 가지고 있고요. 코로나이후 정리못한 주식을 그냥 그대로 들고있어요.

(테슬라는 매일 5000원씩 토스자동매수중이예요 ㅋㅋ 깨알같지요?)




4. 부동산투자는 경매, 공매, 급매, 흐름투자 등 정말 많은 강의들을 들었고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경매, 공매로 유명하다는 강의를 듣고, 법원을 뛰어다니고요. 벌벌 떨면서 명도도 했어요.


온갖 서류를 들고다니며 셀프등기도 해보고요. 흐름을 본다는 부동산 흐름투자도 했었어요.


수익을 보기도 하고 역전세를 맞기도 했고요. 흐름이 좋을때는 마음이 정말 부자였는데 역전세장에는 그렇게 빚쟁이가 없더라고요. 참 사람의 마음이 간사했어요.


지금은 정부의 흐름에 맞서서 적폐로 살아가다가 하나씩 정리하고 있어요. 


가계부 쓰기 다음으로 유익했던 자기 계발 같습니다.




5. 코인투자방법은.. 역시나 코인광풍에 휩쓸려서 시작했고요. 뭐.. 망했습니다. 루나도 하다가 망했고요. 게임코인하다가도 망했어요. ㅋㅋㅋㅋ


정말 광풍에 그대로 편승하고 망한건데요. 


NFT를 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루나망하고 짤짤이 코인남은것은 다 수익중이예요. 렛저에 대충 처박아놨습니다.)




6. 글쓰기 수업은 저의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었어요. 전자책도 한 권 써보고요. 


아직 아무 곳에도 써먹지는 못했습니다. 덕분에 브런치북을 하나 낼 원동력도 생기긴 했어요.

(제 브런치북은 아래에 있어요)

[브런치북] 이혼사유는 배우자의 불륜입니다. (brunch.co.kr)



7. 1인기업 수업. 요즘 1인기업이 핫하잖아요. 그래서 또 질 수 없지! 하고 열심히 수강했습니다. 


1인기업명도 정하고 콘셉트도 열심히 정하고 반전은 해보지를 않았어요. 


해야지 해야지 해야지 하며 반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습니다.


음.. 써먹기는 할거같아요. 나름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런데 제 추진력이 부족한거같기도 해요.




8. 맘카페 운영강의도 들었죠. 저 여자 진짜 뭐 하는 거야? 싶으실 수도 있겠어요. 


저도 하나씩 나열하다 보니 기가차고 코가 찹니다.


이거 또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강의를 들었는데 아직 써먹지는 못했습니다.

배우다 보면 언젠가는 써먹을 날이 오지 않을까요?





9. 직무 관련 개발모임.. 직업적인 만족도는 낮은 편이었는데, 그래도 이왕일하는 거 멋지게 일해보자는 생각에서 모임을 시작하였어요. 


처음모임을 했을 때 일에 이렇게 열정적인 사람이 있었다니 깜짝 놀랐고요.. 


사실 흥미가 떨어지니 지속하기 어려웠어요. 돈만 지출하고 지금은 쉬고 있습니다.





10. 독서토론모임도 오랫동안 하였어요. 오프라인 온라인 가리지 않고 했어요.


문학작품을 읽기도 하고 자기계발 서적도 읽기도 했어요.


발제문을 정리해가며 열심히 토론했어요. 즐겁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말도 하고 듣기도 했는데 결정적인 것은 무엇인지 아세요? 기억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거예요


지적인 허영심은 충족되었어요.





11. 새벽기상모임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미라클모닝을 하자는 것이었는데요. 


미라클모닝은 무슨.. 모임비만 내고 푹 자고 반질반질한 얼굴로 일어나서 애시적에 집어치웠습니다.




12. 헬스 PT도 오랫동안 했어요 거의 반년을 했으니까요. 이혼하며 마음이 편해 뚱땡이가 된 저를 위해 시작했고요. 


말은 나를 위함이지만 그냥 내 몸을 방치하면 안 되나 든 생각+돈 쓰고 싶은 욕구+나 PT 받을 능력 되는 사람이야 하는 과시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뚱땡이예요. 음식을 절제하지 못했어요. 다이어트 식단을 먹고싶지 않았거든요.






13. 필라테스 1:1 수업도 오래 했어요. 근처에 필라테스센터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출혈경쟁하는 틈을 타서 열심히 들었죠. 


코어가 정리된 다했는데 사실 이것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더라고요. 


필라테스운동복과 발가락양말을 저에게 남겼습니다.





자기 계발 좋은 거 아니냐고요? 아니에요! 


자기 계발은 발전성이 있어야 해요. 


배운 것을 다른 부수적인 활동에 쓰일 수 있어해요. 저처럼 나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낭비였어요. 


물건을 사면 죄책감이 드니까 나를 발전시키는데 고가의 비용을 쓰면서 자기위안하는 거예요. 


차라리 새벽에 일어나서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는니 푹 자는 게 저의 건강에 좋았을 거예요.


어떠세요? 자기계발하고 계신가요? 그 자기계발을 위해 배운것들 쓴돈들 다르게 활용을 하고계신가요? 


만약 내 몸값을 올리기 위해 연결되는 자기계발이라면 잘하신거구요. 저처럼 뭔가 열심히 살았다는 느낌만을 주는거였다면 잘못한거예요.





만약 제가 저렇게 열심히 수업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했다면 달랐을 거예요. 


이렇게 수업만 듣는다면 내 마음이 공허하고 우울해져요. 


전력질주를 하듯 수강을 끝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어요. 무대가 끝나고 나면 외로움이 밀려드는 것처럼요. 


결과가 없으니까요. 그러고 다른 자기계발을 할 강의를 찾아 하이에나처럼 떠나는거예요





자기 계발을 끊임없이 하면서 열심히 사는 척, 바쁜 척하고 사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에요. 


다른사람은 나를 열심히 산다고 하겠지만 스스로는 아니까요. 


자기 계발을 할 때는 그것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냥 그런 자기 계발은 결코 성공할 수가 없어요. 


돈만 쓰고 어중이떠중이처럼 남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우울감과 공허함이 몰려오게 돼요.





아마 저와 비슷한 전업맘, 워킹맘, 싱글맘들이 있을 거 같아요. 


정말 내가 왜 자기 계발을 하는지 한번 돌아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정말 집중해야 하는 것은 다른 것에 있을 수 있어요.


저는 이제는 자기계발하지 않아요.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에요.




자기계발 중독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지금의 저는 드디어 움직여요.

이혼에서 빠져나왔다고 자신만만하며 허영심을 채우고 살지 않고 정말 이제는 땅에 단단하게 발을 붙이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어요.







덧. 비채의 일상은 인스타그램 @bechae_story에서 https://instagram.com/bechae_story

     비채의 고군분투 저를 찾는 과정은 블로그에서 확인가능합니다. https://blog.naver.com/be-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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