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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채 May 22. 2023

상간녀의 집에 갔다.







위 사진은 한창 상간녀소송 진행 중일 때 상간녀가 보낸 문자다.


벌써 6년 전인데도 클라우드에 보관하고 있다.


언젠가 내 아이 앞에서 변명하고 나타날 것만 같은 전남편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불륜으로 상간자소송을 결정한 뒤 빠르게 소장을 작성하고 접수를 하였다.



소장이 접수된 것을 확인한 후 상간녀집을 방문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상간녀집을 방문했던 기억은 참 비참하고 슬프다.






상간자소송을 하려면 기본적인 정보는 필요했는데

나는 검색를 통해 상간녀의 이름, 집주소, 연락처를 알고 있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상간자소송을 하기 전 사전에 그 집을 방문해서 몇 호인지 확인을 했고 차량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두어 번 방문했다.






치밀하게 준비하려고 준비한 것은 아니고, 당시에는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은 생각에 목표만 쳐다보았다.








그 당시 아이가 만 두 돌이었는데 그 어린아이를 카시트에 태워 상간녀의 집으로 향하는 순간에는


분노가 치밀기도 하고 이런 상황이 된 것이 서글프기도 했다.






상간녀를 만나기 위해 상간녀의 집을 방문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주말아침이었다.


아이를 차에 태워 친정부모님께 맡기고 상간녀집에 새벽 6시에 도착했다.






이런 상간녀집을 불시에 방문하는 것은

어느 정도 다 매뉴얼화되어있기 때문에

상간자소송을 위해 방문한 사람들은 이미 익숙한 시나리오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상간녀의 집 앞까지 지만 그 집의 초인종을 누르기 위해서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밖에서 상간녀의 집에 불이 켜진 것을 확인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상간녀의 집에 도착했다


바로 초인종을 누를 수는 없었고, 계단에서 한참 마음을 다독여야 했다.






6시에 도착하고 6시 30분이 되어서야 초인종을 눌렀다. 인터폰으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아랫집인데 누수가 생겨 올라왔다고 했다.


엄마랑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엄마는 운동하러 가고 안 계신다고 했다.






상간녀는 당시 8세, 6세 아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8세 아이이 혼자 티브이를 보고 집에서 있었고


6세 아이는 친정엄마집에 맡겨져 있었다.






엄마한테 연락해서 오시라고 하라고 전하고

상간녀가 다니는 헬스장에 방문했으나

헬스장은 쉬는 날이었다.






새벽 6시가 되기도 전 상간녀는 지금은 전남편이 된 내 남편을 만나고 있었다.


남편은 새벽에 출근하는 직종이어서 새벽출근 전에 만나고 갔으리라


참으로 부지런하다

불륜도 게으르면 할 수가 없다.






차에서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오지를 않아서

상간녀의 집 앞 복도에서 기다렸다.



그 겨울은 유독 눈이 많이 내렸는데, 바람핀 남편의 내연녀를 그리도 하염없이 기다렸다



두어 시간을 기다리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사람이 있었다




" 000 씨 맞나요?"라고 물었다


"네 누구시죠?"라고 상간녀가 대답했다


"저 000 씨 와이프예요 할 이야기가 있으니 내려가시죠?" 하며 상간녀를 데리고 차로 내려왔다.




차에는 전날 미리 준비한 각서가 준비되어 있었다.


각서 내용은 앞으로 남편을 만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만나다가 발각될 시 위자료 5천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지장 찍는 란과, 가족들 연락처를 적게 기재해 두었었다


(이 역시 매뉴얼이 있다.)






상간녀는 죄송하다 하며 자기는 각서에 지장을 찍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다른 일은 없었으며 마음을 나눈 것은 미안하다고 했다. 육체적 관계도 이미 수차례 맺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했다. 상간녀소송 중이라는 이야기를 밝히지 않아야 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추운 날 차 안에 운전석과 조수석에 나란히 앉아서


험상궂은 얼굴로 추궁하는 나와 AI처럼 기계적으로 대답하는 상간녀가 있는 풍경은 마치 드라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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