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대로 생겨지나, 생긴 대로 생각하나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생각이 먼저인지 얼굴이 먼저인지

by 쓰는사람전볼

나의 글을 보면 우울하고 비애롭다.

슬픈 감정에 대해 글을 쓰면 슬픔을 더 파고 파서 실제로 느꼈던 슬픈 감정보다 더 슬프고 비참한 글을 쓴다.

반면 기쁜 감정에 사로잡히면 과하게 부풀려 내가 꼭 선한 사람인 마냥 혹은 매사에 선한 사람이길 노력하는 사람인냥 쓴다.

과대포장 허위광고인가.

변명하자면 슬픔과 불행과 비애에 관한 글이 훨씬 더 많으니 불공정거래법 같은 것에 걸리진 않았으면 한다.


우연히 문보영 작가의 에세이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을 읽었다.

작가가 오랫동안 써 왔던 일기를 엮어 만든 에세이집인데 솔직하고 담백하고 통통 튀는 글이었다. 처음 알게 된 작가였는데 글에서 느껴지는 자존감과 고집과 상상력에 매료되어 작가에 관한 정보를 검색해 봤는데 웬걸, 92년생 예쁘고 귀여운 외모였다!

글이 사람을 참 닮았다 생각했다.

그녀의 손가락은 보지 못했지만 얼굴만큼 귀엽고 단단하고 매력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손가락에서 뽑아져 나온 글이 그렇게 쓰인 것만 같았다.

아니라면 그녀의 생각과 사고가 귀엽고 단단하고 매력이 있어서 그녀의 손가락을 타고 그녀의 얼굴과 풍기는 외모가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반면 나의 글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우울하고 비애로 운데, 공교롭게도 내 손가락은 못생겼고 뭉툭하고 주름졌으며 내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근심에 차 있다.

무엇이 시작인지 모르겠다.

나의 얼굴이 어둡고 우울해서 나의 손가락이 뭉툭하고 주름졌고, 그 손가락에서 실타래처럼 뽑아져 나온 나의 글이 우울하고 비애로운 것인지, 아니면 나의 생각과 사고가 습도 높은 날씨의 회색 하늘 같아서 나의 손가락을 주름지게 만들고, 그래서 나의 얼굴에 먹구름이 깔려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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