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늙고
우리가, 한때의 우리가, 그때의 내가
칼날이 되어
그대를 찌르지 않기 바란다.
우리는 늙으매
신촌역 앞에서 자꾸만 흘러내리는 당신 어깨의 가방을 보며 내가 했던 농담(어깨가 너무 좁은 거 아니냐)은 잊혀진지 오래고
충무로역 노포에서 함께 먹었던 불고기의 맛은 기억나지 않지만
꽃잎의 살결은 촉감으로 기억되고
당신의 이름은 수선화처럼 내 귀에 피었다 지곤 한다
어썸 포티.
그 시절은 이따금 면도칼처럼 나를 베어내기 일쑤지만
부디 당신에겐
내가 칼날이지 않기를.
무딘 돌석기,
아니 그보다 흔한 몽돌 뿐일걸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