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 하나의 계절을 건넜다

by 달빛소나타


아이들 신발을 정리하던 손끝이 아직도 기억난다.
작고 가벼운 운동화, 모래가 조금 들어 있는 장화,
아직 끈을 혼자 묶지 못해 늘 헝클어진 채로 벗겨진 신발들.
나는 그 신발들 사이에서
내 자리를 찾고 있었다.


보육보조교사 3개월.
계약서에 적힌 기간은 분명 숫자였지만
내 마음에는 계절처럼 남았다.


아침 9시,
아이들보다 조금 먼저 도착해 교실 문을 열던 순간.
분유 냄새와 물감 냄새,
그리고 어제 울다 잠든 아이의 여운이 섞여 있던 공기.


나는 늘 ‘도움’의 자리였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안전하게 하루를 보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그림자 같은 역할.


아이의 코를 닦아주고,
쏟은 물을 닦고,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선생님의 바쁜 손을 대신해 블록을 정리하던 시간들.


솔직히 말하면
행복과 피로가 매일 번갈아 찾아왔다.
어떤 날은
“선생님!” 하고 달려와 안기던 작은 품 때문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고,
어떤 날은
내 체력이 바닥나
집에 돌아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 일이
‘나와 완전히 맞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못할 일’도 아니었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또 나를 확인했다.
나는 끝까지 해냈다.
도망치지 않고,
계약한 시간을 다 채우고
마침표를 찍었다.
이게 나에게는 생각보다 큰 일이었다.


나는 자주 그만두던 사람이었고,
조금 힘들면 마음부터 먼저 빠져나오던 사람이었으니까.
3개월은
아이들을 돌본 시간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내 안의 나를 돌본 시간이었다.
‘나는 어디까지 견딜 수 있지?’
‘나는 무엇을 원하지?’
‘안정과 자유 사이에서 나는 왜 늘 흔들릴까?’


퇴근 마지막 날,
교실 문을 닫으며
이상하게도 가슴이 가벼웠다.
해방감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길 앞에 서 있다는 예감이었을까.


나는 여전히
정답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안다.
나는 또 하나의 계절을 건넜고,
이번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작가의 이전글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