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적성을 찾다가, 나를 만났다.

by 달빛소나타

아이의 적성을 찾다가, 나를 만났다

아이의 적성을 찾고 싶었다.


태권도를 다시 보내야 할지,

학원을 줄여야 할지,

이 아이가 숫자를 좋아하는지, 그림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아직은 그냥 놀게 둬야 하는지.


나는 늘 고민한다.

혹시 내가 잘못 선택해서

이 아이의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런데 어느 날 깨달았다.

아이의 적성을 찾겠다고 하면서

나는 자꾸 ‘결과’를 찾고 있었다는 걸.


잘하는 것.

돈이 되는 것.

나중에 안정적인 것.

그건 아이의 적성일까,

아니면 내가 놓쳐버린 나의 안정에 대한 갈망일까.


“엄마, 나는 그냥 이게 좋아.”

아이는 의외로 단순하다.

“엄마, 나는 그냥 이게 좋아.”

그 한 문장 안에는

비교도 없고, 미래도 없고, 계산도 없다.

지금 좋으면 좋은 거다.


그런데 나는 그 말 뒤에

자꾸 조건을 붙인다.

그게 오래 갈까?

그게 재능일까?

그걸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아이의 적성을 찾는다는 건

사실 아이를 관찰하는 일이 아니라

내 불안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나는 무엇을 좋아했을까

아이의 적성을 고민하다가

문득 멈춰 섰다.



나는 어릴 때 뭘 좋아했지?

책 읽는 걸 좋아했다.

혼자 상상하는 걸 좋아했다.

글 쓰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좋아하는 것”은 사라지고

“해야 하는 것”만 남았다.


안정적인 직업.

남들이 인정하는 길.

꾸준히 버틸 수 있는 자리.

나는 그렇게 몇 번이나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시작하고, 또 멈췄다.


사실은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내가 아닌 길을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이의 적성은, 이미 드러나 있다


아이의 적성은

특별한 검사에서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놀 때 반복하는 행동.

혼자서도 오래 붙잡는 것.

칭찬하지 않아도 스스로 하는 것.

그게 적성의 씨앗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나도 그 씨앗을 알고 있다.

아이는 말하지 않아도

몸으로 보여준다.

나는 그걸 믿지 못했을 뿐.

나의 적성도, 아직 살아 있다

아이의 적성을 찾겠다고

여기저기 자료를 뒤지다가

나는 나의 적성을 다시 발견했다.


나는 기록하는 사람이다.

생각을 붙잡는 사람이다.

흔들려도 결국은 글로 돌아오는 사람이다.


아이는 아직 9살이고,

나는 35살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적성을 찾는 건 아이보다 내가 더 급했다.

아이의 적성은 천천히 피어날 테고,

내 적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이를 믿는다는 것

아이의 적성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쩌면 하나뿐이다.

기다리는 것.

관찰하는 것.

그리고 비교하지 않는 것.


그리고 한 가지 더.

엄마인 내가

나의 적성을 포기하지 않는 것.

엄마가 자기 삶을 포기하면

아이도 언젠가는

“좋아하는 것보다 안정이 먼저”라고 배우게 될지 모른다.

나는 그걸 물려주고 싶지 않다.


아이의 적성을 찾다가

나는 나를 다시 보았다.

나는 여전히 흔들리지만,

그래도 다시 묻는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아이의 적성은

어쩌면

엄마가 자기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가장 선명해질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나는 또 하나의 계절을 건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