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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golife Dec 31. 2018

미국 삶의 질 vs 한국 삶의 질

미국 이민 이후의 삶과 그 전의 삶

뉴욕의 삶이 한국에서의 삶보다 나은가? 

라고 묻는다면 겉으로 보기에는 한국에서의 삶의 질이 더 낫다고 대답할 수 있다. 지금 받는 연봉을 한국에서 받는다면 실수령액이 뉴욕보다 연 1천만 원 더 높고, 집값과 외식비 그리고 건강 보험 등이 한국이 훨씬 저렴하다. (아마 한국에 가면 지금 받는 연봉을 비슷하게 받을 것 같은데, 뉴욕에서 1만 불은 더 받아야 메리트가 있는 것 같다.) 경제적인 부분 외에도 한국에 가족과 친구들이 곁에 있으니 심리적으로도 안정되며, 언어 문제가 없고, 인종 차별도 겪지 않을뿐더러, 커리어 역시 한국에서 학교 나오고 경력을 쌓은 나에게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의 삶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드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집'에 대한 부분

집값이 높아 살기 힘들다는 한국이지만, 사실 미국의 월세는 상상을 초월한다. 내가 있는 지역은 미국 뉴욕. 결혼 전에는 1-3명의 룸메와 생활했고 내 방 하나만 800불~1500불을 맴돌았다. 전세 제도도 없고 월세를 내거나 자가를 소유하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방 하나만 빌리는 데에 최소 약 100만 원에 달하는 돈이 매달 들뿐 아니라, 집을 사더라도 재산세와 관리비가 한국과 비교하기 힘들다. 


돈이 있다고 해도 집을 그냥 사는 것도 힘들다. 다양한 집 형태가 있는데 어떤 아파트(코압)의 경우 2년 치의 세금보고와 크레딧 스코어를 확인하며 위원회 (Board)의 승인이 있어야 입주할 수 있다.  다른 형태의 아파트(콘도)는 승인이 필요한 형태의 아파트에 비해 매매 가격의 약 2배가 비싸고 돈만 있으면 살 수 있지만, 이 형태의 아파트 매물은 별로 없다. 결국 옵션을 넓히기 위해서 2-3년 직장 생활을 하며 좋은 크레딧 스코어를 유지하고 집값에 대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을 받아야 한다. (물론 이외에도 하우스 등 다양한 집 형태가 있지만 아이가 없는 젊은 부부는 대부분 코압이나 콘도 등 아파트를 선호한다.) 이 조건만 갖춰진다면 집값의 20프로만 되는 돈으로 집을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2-3년 일했다는 것이 증명이 되면 연봉에 따라 모기지론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5년, 30년 동안 집값을 갚아나가면 된다. 

한국은 집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농경사회를 거쳐 산업이 발달하였기에 정착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결혼을 할 때 집을 사야 하는 것이 필수 요소이며, 이 때문에 파혼을 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그에 비해 미국은 '집'에 대한 집착이 별로 없다. 부자들도 '자가'가 아닌 '월세'를 내며 사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도 렌트를 살고 있다. 우리는 결혼을 하면서, 집을 사기 위해 뉴욕, 뉴저지를 주말마다 돌아다녔다. 그러나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돈이 많으면 차라리 월세 내며 렌트로 사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 들었다. 집을 산다면 재산세와 관리비를 내야 하는데 이 돈이 월세의 1/2 ~ 2/3 정도이다. (한국의 재산세와 관리비보다 훨씬 높다.) 그리고 미국은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수리를 하게 되면 돈이 또 어마어마하게 나가며, 집을 팔 때에도 중개인 비용 등 집값의 7-10%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계산해보니 집을 사고 3년 이상은 살고 팔아야 렌트보다 집을 구매하는 것이 그나마 이득이다. 3년 이내에 집을 판다면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이다. 모기지론을 이용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집값 다 주고 집을 산다는 데도 납득할만한 메리트는 없었다. 물론 내 집이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있긴 하지만, 한국처럼 집값이 폭등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집을 팔 때 안 팔려서 고생할 수도 있고, 우리의 젊은 나이를 생각할 때 뉴욕 외에 다른 지역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집이 오히려 짐으로 와 닿았다. 게다가 집값이 한국처럼 뛴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2020년은 경기 불황이라지... 벌써 집값 변동이 눈에 보이고 있다.) 


2-3년만 일하면 집값의 20프로만으로도 모기지론을 통해 집을 사는 것은 쉬우나 15년 또는 30년간 빚을 갚아야 하고, 렌트를 하면 매달 약 2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나가는 환경을 생각하면 한국의 삶이 훨씬 낫다. 물론 한국에서도 은행에서 론을 받아 집을 살 수 있지만, 빚을 갖고 집을 사는 것만으로 한국에서는 나의 빈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월세니 전세니 자가니... 그런 것들이 부의 척도로 다가오고, 집값이 한 달새 1억씩 널뛰기를 하니 부를 가져다주는 자산이기도 하다. 이렇듯 '집에 대한 개념에서 자유롭다'라는 점이 오히려 미국에서의 삶의 질을 더 높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자가가 아니라고 하여 뭐라 할 사람도 없고 그것으로 빈부를 판단하지도 않는다. 처음엔 나 스스로도 '결혼을 하였으니 집을 사야 한다'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기에 집을 많이 보러 다녔지만, 한편으로는 뉴욕에 얼마나 있게 되려나라는 생각에 불안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집 소유에 대한 집착을 스스로 많이 내려놓았다. 여전히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집을 샀는지 물어보고, 부모님들도 왜 집을 사지 않느냐고, 월세가 그리 많아 어떡하냐고 걱정하시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을 하더라도 이해시키기 어렵다. 


우리는 우리의 삶의 방향에 맞추어 향후 2년간은 집을 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직할 수 있는 지역이 늘어나 커리어의 기회가 많아졌고, 갖고 있는 자금을 분산 투자할 방법을 알아보면서 미국에서의 재테크 방안 등 경제적 안목이 늘어났으며, 향후 우리의 수익을 어떻게 쓸 것인지, 2-3년 뒤의 목표 금액도 함께 정하며 어떻게 모을지도 함께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집을 사면 당장 매달 비용도 조금은 줄일 수 있고, 집을 사서 자랑도 하고 싶지만 (^^;;) 차라리 조금 더 벌고, 조금 더 아끼고 좀 더 자유로운 미래를 택하자. 집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구매하리라.  



커리어 그리고 노후 대비 
지금 우리는 미국에서 회사를 다니면서도 미국인 비율이 더 많은 미국 회사를 가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우리는 미국인에 비해 경쟁력이 훨씬 뒤처질 수밖에 없다. 영어도, 문화도 이제 걸음마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에서의 삶의 질이 낫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는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우리가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미국에서 지금 걸음마를 하더라도 언젠가는 달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 현재의 상황은 조금 뒤처질지언정 열심히 걸어가 보다 보면 미국에서의 경험이 세계의 직장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언젠가는 언어 문제도, 문화 적응의 문제도 조금씩 해결되지 않을까? 

사실 커리어와 노후 대비를 한 데 묶은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연락을 해보면 벌써 은퇴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도 나름 더 오래 일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대학원, 자격증, 사업 등), 대부분 연상과 결혼하였기에 배우자의 은퇴 시기가 10년 정도 남았다. 집도 있고 맞벌이를 하고 연봉도 꽤 높고, 양가 부모님들이 손주를 봐주시기도 하는 친구들도 지금부터 은퇴를 걱정하고 있다. 10년 뒤면 자녀들이 초, 중, 고등학생이라 지출이 많이 나가는 상황이기에 더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내 친구들은 집을 사고 집 값도 그새 껑충 뛰었으며, 자녀를 맡아줄 부모님이 있고, 둘이 돈을 열심히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미국은 집값도 뛰진 않을 것 같고, 아이를 낳아도 부모님이 오셔서 봐주시는 게 한계가 있는 나에게는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기도 하다. 그들은 그들의 삶에 있어서 걱정이 있겠지만 그들이 얼마나 노력하며 사는 것을 알기에 쓰담쓰담. 넌 참 대단하다. 잘 고 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사실 미국에서는 40대에도 커리어 전환을 할 수 있다. 나는 아날리시스 쪽으로 이직을 하려고 생각 중인데, 이직을 하여 일을 하다가 40대가 되면 수학 선생님을 하고 싶다. 아니면 공공도서관 사서. 연봉은 회사 다니는 것보다 낮겠지만 퇴근이 3시 즈음이라 가족과 더 오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방학도 주어지고, 국공립 학교 선생님이 되면 연금 혜택도 있다. 이런 조건 보다도,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수학으로 업을 삼는 것이 가장 기대된다. 한국에서 수학과를 가면 수학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고 해서 수학과를 가지 않고 경영학과를 갔지만, 내가 좋아하던 것을 계속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있었는데 40대, 50대 때 그 꿈을 이뤄도 참 좋을 것 같다. 


50대 이전에 퇴직할 것을 염두에 두고 지금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래, 이렇게 평생 일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복이다. 요즘 미국 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게 빠른 은퇴라서 20-30대에 아껴가며 돈을 모은다고도 한다. 돈 관리를 하면서 목적을 세워놓으려고 하는데, 돈을 아끼려면 끝이 없고 쓰려면 끝이 없다. 한국에서보다 지출은 당연히 많지만 여행도 가고 좀 즐기려고도 하고 있다. 집값 말고 따로 돈을 모아 자그마한 사업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참 하고 싶은 게 많아 돈도 많이 든다. 그래서 나에게는 그나마 평생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미국이 맞지 않나 싶다. 




어디에 있든.

내 친구들은 나보고 지금껏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며 대단하다고 한다. 삶의 질에 대해서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른 기준이 있다. 그리고 그 기준에서 각자 더 나은 삶을 택하는 것이다. 나에게 대단하다 말하는 친구는 한 직업군에서 8년 이상 일하며 지금도 대학원을 다니고, 새로운 자격증을 준비하면서도 아이 둘을 낳은 친구이다. 또 다른 친구는 어렸을 때 결혼하여 아이 둘을 낳고 어렵지만 재취업을 도전하고 있고, 또 어떤 친구는 아이를 낳으며 산후 우울증과 몸에 장애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생활을 지속하며 극복하는 친구도 있다. 우리 모두 20대에는 반짝반짝 빛이 났고 지금은 영롱하고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각자의 가치관이 있고, 그 가치관에 맞게 각자 행복한 길을 찾고 있다. 어디에 있든. 





*이 글은 2018년 4월에 블로그에 썼던 글이다. 지금은 비공개로 한 글이며 나의 이야기를 조금 더 추가하여 다시 작성했다. 이 날, 미국에 같이 왔던 동생이 한국으로 돌아갔다. 2년간 일하면서 더 오래 미국에 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비자 때문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영주권을 막 받은 우리는 동생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열심히 생활하다 보면 또 미국에 올 수 있을 거라고, 한국에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지금까지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한국이든 미국이든 그녀의 삶을 위해 더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동생과 헤어지고 남편과 캌테일을 한 잔 더하려고 자리를 옮겼는데, 이번엔 미국 시카고에 있는 또 다른 동생이 워킹 비자를 받아 한국에 잠시 다녀오겠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삶과 미국에서의 삶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던 이 날...

다양한 인생이 곁에 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각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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