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낮은 대표 VS 똑똑한 주재원?
미국 뉴욕에서 일했던 한인 회사와 한국 회사의 미국 법인. 한국인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다녔던 회사들과 많이 달라 충격을 받았던 곳들에 대해 풀어볼까 한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미국 인턴 비자를 받고 왔는데 미국 인턴으로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의 한인회사에 채용된다. 미국에 있는 한국인 또는 교포들이 운영을 하는 회사이며 미국인이 있는 곳도 있고, 대부분 한국인들인 곳도 있다. 나는 식품 관련된 한인 회사에 다니다가, 뷰티 쪽 한인 회사로 이직을 했다. 그리고 그다음엔 한국 회사의 미국 법인에서 일을 했다. 식품과 뷰티 분야의 한인 회사의 사장은 둘 다 학력은 좋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식품 회사의 대표는 고등학교만 졸업하여 식품 회사에서 드라이버부터 일을 하다 기회를 발견하여 본인이 장사를 하다 회사를 키워나간 케이스. 뷰티 쪽은 대학은 미국에서 다 나왔으나 돈만 주면 들어가는 그런 곳들로 다녔고 본인도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했다. 대학명 등도 밝히지 않으니 사실인 것 같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외부적 요인으로 크게 망했고, 미국으로 와서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자그마한 택배 사업소의 직원으로 일하다가 옆 화장품 가게에서 마스크팩이 잘 팔리는 것을 보고 기회를 발견해 마스크팩부터 시작해 브랜드를 만들어 월마트에 납품하면서 급 커진 회사. 그들의 노력은 참 대단하다고 느껴지지만 기업 문화나 조직을 운영하는 능력은 정말 별로 였다. 경력자들이 들어오면 그들의 이직률은 컸다. 그러나 처음부터 함께 한 사람들은 절대 떠나지 않았다. 그것이 크나큰 문제로 보였다.
경력이 많은 사람들은 처음 그 회사를 설립할 때 들어올 리 없었다. 그저 비자 스폰을 해준다니 (또는 일을 할 수 없는 비자를 갖고 있어 캐시로 돈을 준다니까) 들어온 사람들이 밤낮없이 일을 하고, 그저 어떻게든 코앞에 닥친 문제들을 함께 밤새 해결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또는 가족. 어느 회사에서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지만 솔직히 경력자들이 보기엔 엉망이었다. 시스템을 구축한 것을 공유하지도 않았고, 본인만 가지고 있었으니 시스템이라고 할 수도 없었고 공동의 업데이트가 전혀 없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은 예전의 버전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은 본인이 만든 것으로만 쓰고 있다. 매니지먼트라고 해봤자 오늘 뭐했는지 일지를 쓰는 것, 아니면 이메일이 몇 개 왔는지 훔쳐 보는 걸로 '감시'하는 게 매니지먼트의 전부였다. 사람들끼리 또는 업무 간 문제가 생기면 회사로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불러 '뭐가 문제인지 말해봐'라고 하고 그저 본인 얘기를 하는 정도로 그치지 않았다. 경력자들이 들어오면 금세 나가고.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옛날에 우리는 창고에서 박스 싸고.. 어쩌고..'라며 젊은 나이에도 꼰대 짓을 한다. 본인 밑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경계했고, 회사는 경력 없는 싼 인력들을 쓰며 창고에서 일 시키고, 사무실에서 일 시키며 부리다가 버티지 못하면 버렸다. 회사가 조금 더 커질 때 즈음 회사 베네핏을 만들자고 하더니, 갑자기 회사 세금이 이렇게나 나갔다며 하소연을 하고 베네핏은 또 접혔다. 회사 세금이 얼마나 나가는지도 모르고 돈을 써댄 게 뭐가 자랑이라고 직원한테 저렇게 얘기할까. 정말 가관이었다. 처음부터 그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어디 나가서 이직도 못할 것 같은 사람들로 보였다. 그러기에 또 퇴근 시간이고 뭐고 할 것 없이 밤늦게까지 남아있으니 회사 문화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조차 할 줄 몰라 버벅거리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으니... ppt를 대신 만들어주고 칭찬을 받으니..... 칭찬이 칭찬 같지 않았다.
진절머리 나던 그 회사에서 벗어나 한국 회사의 미국 법인은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하던 나는 또 한 번 머리를 절레절레 했다.
미국 법인의 대표는 주재원이었다. 인수인계도 아닌 인수인계를 해주며 떠나던 사람은 대학 졸업도 안 한 인턴이었다. 그 인턴은 떠나면서 나에게 '미안하다'하며 실소를 보였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그래도 좀 똑똑한 사람. 그래도 큰 회사에서 일해본 사람이 위에 있으니 낫지 않을까 싶었다. 서울대를 나와 미국의 유명 mba를 졸업했고, 외국계 회사도 나왔고.... 그래 무언가 좀 다르겠지 라는 기대는 꼰대 + 소시오의 조합이었다. 웃으며 본인한테 잘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틀을 깨는 것을 좋아하던 그분은 분석이라는 게 필요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메일로 업무 관련된 내용을 보내면 말로 해달라던 사람. 그런데 까먹는 게 어찌 그리 많은지;;; 본인이 아끼는 직원이 회사에서 많은 문제가 생겼고 그렇게 계속 보호해주다가 정말 큰 문제가 생겼는데, 나중에 쫓겨날 지경이 되자 직원들을 개개인별로 따로 불러 오히려 그 직원 욕을 할 때..... 차라리 끝까지 차별하며 감싸지.......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기라도 하지...... 이건 뭔 쏘시오인가 사이코인가 싶었다. 본인 사업이라면 저런 쪽으로 돈 낭비하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쓸 데 없는 돈을 많이 썼다. 우리는 회식도 못 할 만큼 회식비를 본인 식비로 썼고, 아마존과 구글에서 홈 디바이스를 사댔다. 그걸로 회의를 하겠다나 어쨌다나. 편하게 있고 싶지만 대표로서 사업도 이어나가야 하고... 포커페이스를 하기 힘들 정도로 얼굴이 끊임없이 변했다.
그런데 나를 돌아보니.. 사실 한국이었다면 이 회사엔 취직도 하지 않았을 텐데..... 본사에서도 일하고 싶지 않은데 왜 미국 법인에서 이러고 있나 싶었다. 미국 회사를 가고 싶으면서도 겁내는 나를 욕해야지. 미국의 한인 회사와 한국 회사의 미국 법인에 다녀본 경험이 그리 좋지 못한 까닭에 좀 더 큰 회사를 가야겠다 마음먹기도 했고,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작은 사업을 시작해보고도 싶다. 적어도 그들처럼 되지는 말아야지...라는 생각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