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어.
뉴욕에서 3년을 살았다. 그리고 10년 전 즈음 1년 반 동안 뉴욕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총 4년 반을 살았고, 게다가 결혼도 뉴욕에서 하였으니 나에겐 뉴욕이 서울 다음으로 친숙한 지역이다. 가을의 뉴욕은 로맨스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될 만큼 아름다우면, 미국 아니 글로벌 패션, 금융의 중심지인 이 곳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도시의 매력에 더하여 센트럴파크를 비롯해 공원이 많아 자연과 문화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작은 지구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성도 존재한다. 이 곳을 떠나자고 마음먹었던 것은 우리가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이다.
뉴욕은 서울과 비슷한 도시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고 차 없이 대중교통만으로 다닐 수 있는 곳이라서 어학연수 때도, 인턴 지원할 때도 뉴욕을 선택했다. 그러나 나는 뉴욕은 미국이 아니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대체 다른 곳은 어떻길래? 나는 진짜 미국을 보기 위해 미국 내 여러 군데 여행을 다녔다. 가까운 워싱턴 D.C,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등. 뉴욕보다 조금 덜 활발한 정도지 이 정도면 나쁘지 않나 싶었다. 왜 자꾸 뉴욕은 미국이 아니라고 하는지.
그러다가 뉴욕의 관광객들에 치이기 시작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즐기기 바쁜 뉴욕을 나 역시 즐기기 위해 주말 내내 밖으로 돌아다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집순이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나가면 사람에 치여 너무 에너지를 빼았기기 때문이다. 타임스퀘어나 5번가를 가지 않더라도, 맨해튼 어딜 가더라도 관광지였다. 어느 레스토랑을 가도, 카페를 가도 사람이 많아 여유롭게 걸어 다니다가도 기를 빼앗기고 만다. 뉴욕은 내가 일도 하고, 생활도 하는 곳이기에 나도 주말에는 쉼이 필요했다. 항상 밖으로 쏘다니며 에너지를 얻던 나는 언제부턴가 집이 제일 편했다. 그리고 식당에 가서 사 먹는 일도 줄어들었다. 토요일 아침엔 아침 산책 겸 동네에서 주말에 먹을 음식들 장을 보고 들어와서 음식을 하고, 영화를 보며 밥을 먹고, 가끔 한잔씩 하며 남편과 둘이 하루 종일 집에 있다가 일요일 점심 즈음 나가서 다음 주 평일에 먹을 음식 식재료 장을 볼 겸, 동네 산책을 나가는 게 주말 루틴이 되었다. 멕시칸, 차이니즈, 이태리 음식들이 은근히 만들기도 쉬워 우리 입맛대로 음식을 해 먹다 보니 보통 '미국인'들처럼 생활하게 되는구나 생각했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다 보니 부엌이 좀 넓었으면 좋겠고, 작은 뒷마당이 있으면 채소도 키워보고 싶고, 닭도 키워 달걀도 얻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귀촌까지는 아니어도 미국은 도시를 조금 벗어난 외곽은 하우스 형태의 집들이 많아 작은 뒷마당을 갖는 곳에서 사는 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집값이 문제지)
남편과 나 둘 다 요리를 하는 것에 부담이 없고, 남편은 한식, 나는 양식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서로 배울 점이 있어 재미도 있다. 집도 조금은 여유로웠으면 좋겠고, 문화생활할 때도 사람에 치이지 않고 좀 여유로우면 좋겠다며, 우리는 뉴욕을 벗어날 궁리를 하고 있었다.
미국 어학연수를 하고 나서 한국으로 돌아갈 때 느꼈던 것처럼 뉴욕은 언제든 항상 그 자리. 나는 언제든 돌아올 수 있으니 더 떠나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