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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golife May 16. 2019

BTS 덕분에 미국인 친구도 사귄다.

사람도 만난다. 

저번주 주말, 근처에서 아시아 페스티벌을 한다기에 아침부터 부리나케 출발을 했다가 날씨때문에 6월로 연기가 됬다고 하여 허탕을 쳤다. 하지만 거기서 우리는 한 인연을 만났고 어제 저녁 우린 또 만났다. 



아시아 페스티벌에 가면 당연히 음식도 팔 것이라 생각되어 아침도 먹지 않고 출발했다. 새벽에 비가 좀 왔고 출발 할 때도 그치지 않았지만 다행히 하늘은 파란 빛이 서서히 번지며 비도 잦아들고 있었다. 네비에 주소를 찍기 위해 검색을 하는데 이상하게 날짜가 2개가 뜬다. 워낙 주말마다 페스티벌이 많아서 2개가 다른 행사인 줄 알고 출발을 했다. 남편과 나는 차 안에서 내내, 옆에 차를 아시아 사람이 운전을 하고 있으면 저 사람도 아시아 페스티벌 가는 거 아니냐며 우리끼리 흥을 돋구고 있었다. 하지만 도착 장소는 고요함이 가득했다. 그리고 곧이어 우리 차 옆으로 차 한대가 선다. 멕시칸으로, 모녀로 보이는 두 사람. 아시아 페스티벌 왔냐고 묻길래 맞다고 하다가, 근데 왜 아무도 없지?? 이윽고 내가 날짜가 2개던데 혹시 오늘이 아닌 거 아닐까 하며 다시 검색을 하는데 주소가 조금 다르다. 바로 옆 골목이긴 한데.... 


주소가 다른데, 함 같이 가볼래? 


그렇게 새 주소로 가서 우린 또 나란히 주차를 하고 건물이 있어 내가 들어가서 물어보니, 날씨때문에 행사가 6월로 바뀌었다고. 자기들도 오늘 아침에 알았다고 한다. 우리 넷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그저 행사가 궁금해서 쓰윽 둘러보고 근처로 놀러다닐 계획이었기에 그리 신경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딸로 보이는 멕시칸 여자 아이는 학교 과제에 쓰려고 온 것이라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아시아 문화에 관심을 갖는 그녀가 반갑기도 했고, 고등학생? 대학생으로 되어 보이는 그녀와 친구를 하면 재미있겠다 싶어 내가 도와줄 게 있을까? 도와줄 게 있다면 연락줘. 라고 하니 내 번호를 좋아하며 받아간다. 


우리는 텍사스로 이주를 온 뒤 친구가 없어 항상 아쉬워 했다. 남편은 회사에서라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었는지 남편은 기회만 되면 친구를 만들어보라고 했었다. 나는 인간 관계를 두루 두루 넓게 가지는 사람이었지만, 언젠가부터는 그런 관계를 조금씩 내려놓았다. 나의 건강과 정신을 먼저 챙기고 그 다음 인간 관계를 돌아보는 사람이 되었는데 여전히 한국에, 뉴욕에 좋은 친구가 있기에 외롭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새롭게 관계를 맺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 귀여운 친구라면. 영어도 하고 스페니쉬도 하고 좋지 않을까? 게다가 우리가 헤어질 때, '감사합니다' 라고 정확한 발음으로 한국어를 하는 친구라면 말이다. 


내일 만날 수 있어?  


나는 번호를 주기만 했지, 받지를 않았다. 연락이 오면 만나고 안 오면 인연이 아닌 거구. 다행히 월요일이 되니 문자가 왔다. 과제가 수요일까지인데 오늘 교수님한테 페이퍼로 대체해도 된다고 허락을 받았단다. 한국 문화에 대해서 물어볼 게 있는데 도와줄 수 있냐고... 당연하지! 그리고 과제가 수요일이기 때문에 당장 화요일에 만나자고 해서 우리집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콘도에 살고 있는데 따로 미팅룸도 있어서 거기서 만나면 좋겠다 싶어 집으로 초대를 했다. 사실 텍사스에 온지 별로 되지 않아 먼 지역에서 만나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우리 집은 도시 안에 있으니 나도, 그녀도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리라 생각되었다. 아파트 넘버를 빼고 우리 집 주소를 불러주니 엄마랑 같이 오겠다고 한다. 그녀는 나를 아직 모르니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그녀가 엄마와 함께 온다고 하니 안심도 되었다. 우린 그렇게 아파트 앞에서 만나 우리 아파트의 미팅룸으로 들어왔다. 엄마가 아닌, 언니랑 왔는데 그녀도 20대 초반이었다. 귀여운 자매가 함박 웃음을 띄며 미팅룸을 두리번 거린다. 그렇게 우리는 4시간동안 수다를 떨었다. 


그녀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건 BTS 덕분이었다. BTS 노래를 시작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게 되었고, 한국어도 따라해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노트에 한국어와 발음기호가 적혀있다. 그녀들과 영어를 하면서 나도 영어가 많이 늘 것 같고, 서로의 문화를 이야기하며 비슷한 점도 발견하고. 또 너무 다른 점에 놀라기도 한다. 


아무래도 눈에 익고, 귀에 익으면 친근해진다. 그녀는 처음 BTS를 티비에서 봤을 때 누가 누구인지 하나도 몰랐었다고, 구분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근데 계속 보다보니 누가 더 잘 생겼고 더 귀엽고 차이가 느껴졌다고 한다. 그녀들 눈에는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다 똑같아 보인다. 우리가 느끼는 말로 하기 힘든 그 미세한 차이를 그녀들은 아직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BTS를 시작으로 계속 보고, 듣고 하다보면 어느새 친근해지고, 친숙해지고, 익숙해지지 않을까. 우리는 재밌게 4시간의 수다를 마치고 매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녀의 언니 역시 다른 나라의 문화나 언어를 배우고 싶다고 어찌나 어필을 하던지. 4시간 내내 언니와 동생이 투닥거리며 수다를 떨다가 다음주에 꼭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떠났다. 


다음주에 또 보게 될까? 

연락이 오지 않으면 내가 먼저 문자를 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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